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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는 뻔한 내용에 뻔히 예상되는 복선과 감동 포인트로 가득한데 왜 이렇게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는 영화 평을 실베 댓글이나 네이버 평점 등에서 본 것 같아서 소설 <스토너>의 내용과 한 번 집어내보려고 한다.
결국 하고자 하는 얘기는 뻔한 플롯이 사람 마음을 제일 강하게 사로잡는다는 것인데, 왜 이것들이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걸까? 내 생각에 이 이야기들은 뻔한 이유가 있다, 그 이야기들은 이야기로서는 뻔하지만 개별 사람의 인생으로서는 전혀 뻔한 이야기들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으로 보면 뻔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로 많이 만들어서 소비된다.
이런 [뻔한데 왜 감동적인지 모르겠는 이야기] 몇 개를 소개해보자면 대략 이렇게 있는데,
뭐 이를테면 애니메이션 <바이올렛 에버가든>의 제일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뽑히는 병으로 먼저 세상을 뜬 어머니가 커가는 딸에게, 그때 그때 자기 대신을 할 편지를 미리 써다가 1년 주기로 보내준다, 하는 그런 내용이 있는데. 이 이야기도 사실 그냥 놓고만 보면 굉장히 뻔한 얘기다, i) 부모 노릇을 다 하고 싶다 ii) 근데 그렇게 하질 못하겠다 iii) (작품의 주제) 편지로 대신하겠다
부모노릇을 하고 싶다는 결심은 누구나 다 하는 건데,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고, 그런데 그런 [생각으로는 쉬운데 행동은 어려운] 행동을 시공을 초월해서 하고 있으니 이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스토너>도 비슷한 구조의 이야기인데, 까놓고 보면 실용지식 배우라고 대학 보내놨더니 영문학같은 밥벌이 안 될 것으로 진로를 틀고 그것만 하다가 정교수도 못 하고 죽었다, 하는 얘기다. 멀리서 보면 한심한데, 가까이서 보면 이런 삶을 살기가 쉽지 않다. 소설 내에서 묘사되는 스토너의 영문학에 대한 열정은 초월적인 수준인데, 그럴 수 있었기 때문에 자기 인생 커리어가 그 정도 수준에서 끝나도 별 불만을 가지지 않을 수 있었을 거다.
불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별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본인이 하고싶은거 다 하고 죽었을 테니까.
위 두 이야기를 보면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게 세상의 어찌할 수 없는 억까가 닥쳐도 (본인의 피할 수 없는 죽음, 대학동료들의 정치질과 부인의 괴롭힘) 본인 할 걸 다 하고 죽었다 (편지로 자기 자식 어른 될 때까지 조언해주기, 영문학 연구하다가 죽기) 라는 공통된 구조를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자기 주관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 [어느 순간부터 자기 주관이 수립됐다] -> [그것을 세상 누가 무어라 그러든 유지한다] ->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죽었다] 라는 [뻔한 플롯]은 [도대체 범속한 인간이 쉬이 할 수 있는 짓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상적인 삶, 바라는 삶으로 대중들의 무의식에서 요구되고, 그래서 많이 만들어져 소비되는게 아닌가 싶다.
<코코>의 이야기는 이런 구조가 심지어 2중으로 겹쳐져 있다. 주인공은 노래를 하고 싶은데, 자기 할아버지가 노래하다가 죽은 사람이라 집에서 못 하게 한다.
한편, 자기 고조 할아버지가 이리저리 스토리 안에서, 자기가 존경하던 음악가임을 깨닫게 된다 (이 자체만으로 소소한 카타르시스가 있는데), 이 음악가 할아버지는 또 자기 딸에게 자신을 기억시켜주고, 자기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인공은 사자의 세계와 산 자의 세계를 오갈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된다
주인공 (노래를 부르길 원한다) - (고조 할아버지 (자기 노래를 딸에게 다시 들려줘서 딸이 자기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 -> 주인공이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다
->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노래를 하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자기 고조 할아버지의 욕구인 [자기 노래를 딸에게 다시 한 번 들려줘서, 딸에게 자기 존재를 다시 상기시킨다] 를 전달한다.
이렇게 보면 사람이 [감동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구조를 복합해서 쓰고 있고, 우리가 칼에 찔리면 아프다는 걸 알고있다고 해서 칼에 찔리면 안 아픈게 아니기 때문에, 코코를 보면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게된다. 이렇게 분석하고 보면 코코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가 아니고 상당히 융복합적인, 복합적인 구조란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아이폰이 보기는 간단해 보여도 뜯어보면 변태같이 정교한 것과 마찬가지다. 변태같기는.
(더 적절한 비유가 떠올랐는데, 이 이야기 구조는 마치 중간에 신축-연장 되는 단검하고 비슷한거라, 처음에 찔릴땐 "으윽! 하지만 독붕이는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라고 할 지 모르지만, "이건 몰랐지?" 하고 버튼을 누르면 찔린 상처 그대로 접힌 칼날이 펴지면서 심상 깊이 파고드는- 느낌인 것이다, 뭔말알??)
괜히 픽사니 디즈니니 하는 스토리보드 짜는 사람들이 돈 많이 받는게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않음?
스토너는 모르겠는데 코코는 명작이지 ㅇㅇ
뜬금없이 다시금 마담보바리가, 뻔한걸 넘어서 이야기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명작을 만들어낸, 플로베르가 새삼 대담하게 느껴지네
역시 중요한 것은 작가가 얼마나 진심이며 얼마나 잘 해내냐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