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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알못이 쓴 글이니 이 점 감안해주세요...
SF 소설과 과학 해설에 대한 짧막한 글입니다.
SF 소설은 과학소설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이젠 엄밀한 과학적 정합성을 잃었습니다. 과학의 언어로 세계를 기술해야 할 의무가 있던 SF 소설은 근래 들어 환상성이 가미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SF가 하드 SF일 필요는 없지만, SF에 과학적 요소가 점점 사라지는 현상은 으레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러한 양상을 타파하고자, 저는 한 가지 해결책을 직접 생각한 바 있습니다.
“SF 작가는 자신의 소설 뒤에 과학적 해설을 덧붙여야 한다.”
이러한 제의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SF 장르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둘째, SF의 과학적 정합성을 유지하고 향상할 수 있습니다.
1. 독자를 위한 SF 장르의 접근성 향상
영화 인터스텔라나 테넷이 나왔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이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유튜브나 기사 칼럼 등에서, 이 영화를 과학적 시각으로 설명하는 콘텐츠가 많았습니다. 이는 SF 장르의 소비층에는 과학적 추가 설명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코 수빈은 SF를 ‘인지적 소외(인지적 낯섦)의 문학’이라 정의하였지요.
인지와 소외는 우리가 작품 속 이야기의 세계를 인식하게 할 뿐 아니라 그것을 이상하게 바라보게 하고, 텍스트의 세계와 우리 자신의 세계 사이의 차이에 대해 창의적으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촉구하면서 SF 속에서 변증법적으로 상호작용한다.
- 에스에프 에스프리(셰렐 빈트) 3. 인지적 소외 中
하지만 SF가 추구하는 이러한 인지적 소외 과정에서, 독자들은 거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령 복잡한 과학 개념은 SF 소설 내용의 수용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기에 SF를 가까이하지 않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과학 해설은 작품의 이해를 돕고, 더 많은 독자를 SF 장르로 끌어들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과학 해설이 추가된다면, 독자들은 새로운 과학적 개념을 더 쉽게 이해하고, SF 장르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2. SF의 과학적 정합성을 유지
전술한 바와 같이 SF는 최근 과학적 정합성을 잃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제가 본 소설(위 이미지)에서는 양자역학이라는 미명하에 판타지와 같은 비과학적 설정을 맘대로 남발하더라고요. 통탄할만한 작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 해설이라 생각합니다.
과학 해설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SF 작가에게 최소한의 과학적 이해를 요구합니다. 이는 SF의 본질은 과학에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지요. 과학 해설을 요구하는 것이 암묵적 규칙이 된다면, 과학을 모르는 양질의 SF 작품이 나오게 되고, SF 장르의 순수성과 발전을 촉진할 것입니다.
***
앞서 SF의 과학성을 다시 부흥시키고자, SF 소설에서 과학 해설을 제안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생깁니다. 과연 SF의 과학성이 SF 소설의 부흥과 직결될까요? 정말로 과학 해설이 SF 소설에 옳은 것일까요?
혹자는 SF를 과학적 경이감을 주는 대상이라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과학 교양서도 SF라 할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서 과학 그 자체를 SF라 할 수 있을까요?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코스모스』를 통해 우주의 광대함과 천문학적 겸허함을 보여줍니다. 시대의 선구자와 같은 첨단기술이 집약된 기계를 보면 경외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들 모두를 SF라 칭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SF는 단순한 과학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과학에다가 스토리텔링이 더한 것이 SF이기 때문이지요.
과학 해설이 스토리텔링에 해를 끼친다면, 되레 SF의 발전이 아닌 쇠락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과학 해설이 주는 계몽성에 몰두하여, 통속성을 놓치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과학 해설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작가의 해설이 있는 몇 권의 책을 직접 읽어보았습니다.
『개의 설계사』 (단요)는 소설 파트 다음의 '도보시오'라는 파트에서 작가가 소설에서 다루었던 인공지능에 대해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밝힙니다. 이 해설은 독자들에게 작품 속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하며, 인물들의 행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해설 덕분에 소설의 서사가 한층 더 깊어져 독자는 작품의 주제를 더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오렌지와 빵칼』 (청예)에서는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작가가 해설을 통해 다시 언급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해설이 도덕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만, 결과적으로 소설 내에서 이미 드러난 내용을 반복하여 흥미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는 『개의 설계사』와는 달리 『오렌지와 빵칼』이 이미 직설적이고 주인공의 심리가 명확히 드러나는 서술 방식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해설이 추가되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보다는 이미 이해된 내용을 부연 설명하는 것에 그치게 됩니다. 이런 경우 해설이 불필요하거나 되레 단점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블랙홀에 뛰어든 사나이』 (김달영)은 하드 SF 단편 소설집으로, 각 작품이 끝날 때마다 작품에 등장한 과학적 요소를 해설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며, 작가가 교수이어서 과학적 개념을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해설은 독자가 작품속에 등장하는 짤막하지만 낯선 과학적 개념을 정리해 주며, 하드 SF 특유의 복잡함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과학 해설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소설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SF 크로스 미래과학』 (김보영, 김창규, 곽재식, 박성환)은 몇몇 과학 주제를 SF 단편으로 소개한 후, 그 주제를 해설하는 형식입니다. 이 책은 과학적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을 쓴 후 해설을 덧붙이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몇몇 단편, 예를 들어 「별이 빛나는 밤에」와 「내 겸손한 배터리를 위한 기도문」은 흥미롭지만, 전체적으로는 과학 해설에 중점을 둔 나머지 SF 소설 본연의 흥미가 다소 희생된 느낌을 줍니다. 작가의 이름값에 비해 아쉬운 성과지요. 이는 SF 소설집이라기보다는 과학교양서에 가깝다고 평가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과학 해설은 긍정적인 효과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지요. 소설 속에서 과학적 개념을 다 설명하는 등의 해설이 불필요한 경우에는, 해설의 존재 자체가 작품의 가치를 낯출 수도 있습니다. 해설이 가져오는 계몽성 등 떄문에 해설에 집중하다가, 주객이 역전되어 SF 소설이 흥미롭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SF 소설 뒤에 과학 해설을 덧붙이는 것은 새롭고 혁신적인 도전일 수 있습니다. 전문화되고 첨단화된 과학기술을 소재로 글을 쓰려면 독자를 위해 등장인물이나 소설 속 서술이 장광설을 펼쳐야 할 때가 있겠습니다. 만약 이런 경우 해설의 존재는 장광설을 생략할 수 있어 소설의 흥미를 돋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환상성이 짙은 소설인 줄 알았는데, 해설을 통해 과학적 정합성을 지킨 소설이라는 충격적인 반전을 줄 수 있겠습니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었지만, 이 소설에는 청소년을 위한 우주복 조립 방법 등의 과학 해설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쉽게 읽히며 많은 청소년에게 우주로 떠나는 모험담을 꿈꾸게 하였지요. 과학 해설이 없어도 SF 소설은 그 자체로 소설이 지향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해설은 자신의 소설을 가공하는 작가의 선택이지 강요되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SF의 과학성을 위해 해설이 의무가 된다면, 오히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따라서 SF의 과학성과 스토리성,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챙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SF 작가의 책임이자 추구해야할 방향성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SF 뉴비가 SF 소설 읽으면서 했던 생각을 정리해봤어요. SF 작가가 과학 해설을 써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조촐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번외 1)
SF 크로스 미래과학 최근에 읽고 노잼이라서 까는 리뷰 쓰러다가 어찌보니 이런 두서없는 긴 글을 쓰게 되었네요…
번외 2)
사실 이 글에서 언급된 다코 수빈은 하드 SF를 그리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하드 SF가 상상력에 제한을 준다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는 르 귄, 스타니스와프 렘, 필립 K 딕을 좋아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과학성을 중시하는 내용인 첫 번째 파트에서 다코 수빈을 인용하는 것이 맞나 싶긴 하지만, ‘인지적 소외의 문학’이라는 멋진 단어 3글자! 이걸 어떻게 참아요, 그냥 쓰죠 뭐...
당신의 sf- sf향 첨가 쓰레기 파쿠리 소설로 대체 되었다
팩트는 인터스텔라 - 그래비티 - 삼체(1권) 계보로 다시 과학적 정합성을 중시하는 하드 sf 붐이 온다는거임
그딴 거 하지말고 빔 날리고 우주 전함 대결 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나 하죠
sf라하면 자고로 설명충 시퀀스, 과몰입 과학자가 나와서 꾸역꾸역 정보를 때려박는 장면이 나와야된다능
ㄹㅇ 과학자가 막 흥분하면서 과학적 경이를 표현할 때가 SF 뽕차오르는것 같음
그런 당신에게 별의 계승자를 드립니다
별의 계승자 이거 작가가 설명을 잘 절제하면 1권 나오는거고 뇌절하는거면 4권 꼴 나옴 ㅋㅋ
개의 설계사나 오렌지와 빵칼은 트위터에서 아작이 홍보 많이 해서 관심이 있긴 했는데 이렇게 언급하니 궁금해지긴 하네... 개인적으로 SF소설에 과학 해설이 없으면 정말 곤란해지는 작품 몇 개가 떠오르긴 함. 2022의 모 작품처럼 판타지 써놓고 SF저변의 확장! 이러는데 이게 어디에 과학적 정합성이라든지 과학적 논리 체계가 쌓여있는지 매우 궁금해지거든여... 그런 의미에서 김필산의 책이 된 남자는 하드하지만 과학적 정합성을 '기록을 쫓는다'라는 행위로 요령있게 해내는 걸 보면 결국 '과학적 정합성'을 작품 안에 드러내느냐 해설로 뺴느냐는 작품 구성과 작가 역량의 차이이기도 한 것 같음. 막말로 앤디 위어 우주 3부작만 보더라도...
사실 시간여행같은 유명한 클리셰는 이정도는 알겠지하면서 스킵하는 경우도 있음 예를 들어 닥터후라는 sf 드라마 시즌 9 4화의 앞부분에서는 한 종류의 시간 역설을 설명하다가 마지막에는 Google it이라고 대놓고 구글링 하라 함 (물론 작중 내내 그 역설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이 글에서는 언급 안 했지만, 피터 와츠의 <블라인드 사이트>에서도 뱀파이어 생물학 파트를 작가 후기에 적었음 꼐속
sf 작가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설명하기를 요구하지만, 소설 내에서 계속 설명하다가 어쩌면 작중 흐름이 깨질 수도 있지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해설로 빼서 세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라봄 다만 그것이 룰이 되면 안된다가 내 횡성수설한 글에서 하고싶은 말임
여담으로 개의 설계사 > 오렌지와 빵칼이라 생각함 둘다 도덕성을 주제로 왼쪽은 로봇(인공지능)의 도덕성, 오른쪽은 사람의 도덕성을 다루는데 개의 설계사가 다 재밌었음
장르문법을 잘 이용하면 클리셰는 적당히 넘기고 암시나 '보여주기'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 정합성은 결국 판타지에서 설정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보여주느냐의 문제랑 거의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함. 판타지도 똑같이 작가가 다른 매체를 통해 설정을 풀어낼 수 있으니까ㅋㅋ
나는 오히려 오렌지와 빵칼 > 개의 설계사라고 판단했음 일단은 SF 장르를 선택한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오히려 단요의 개의 설계사는 도보시오의 해석 파트가 본문을 잡아먹는 느낌이 강했음 즉 작가의 해설이 이야기보다 상위에 위치해서 이야기 자체의 내러티브성을 속박하는 느낌? 반면 오렌지와 빵칼은 설명이 완전히 하위에 위치해서 이야기가 죽지 않고 살아남는 인상이 들었음 개의 설계사 = 이야기의 결핍 발생, 오렌지와 빵칼 = 이야기의 생존 그래서 나는 오렌지를 더 높게 봄. 근데 이건 관점의 차이일듯
인터스텔라는 살짝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상상을 하게 했고, 테넷은 상상할 여지를 주지 않았지. 그때부터 놀란이 훅 갔다고 느꼈고 지겨워져서 오펜하이머는 거들떠도 안 봤음. 솔직히 놀란이 영화를 만드는 목적을 모르겠음. 뭐 그런 창작자가 한둘이 아니긴 하지만 ㅋ
사실 폼이 많이 떡락했다고 봄… 인셉션 인터스텔라 진짜 좋아했는데…
설명충이 금기라는 건 모든 창작의 공통된 사항인데 왜 사람들이 유독 에셉에만 너그러운 건지 모르겠음 ㅋ 창작물이 아니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교양서라 여기는 건지. 그렇다고 그 설명이 백퍼 정확한 것도 아니고
사실 그쪽은 제가 드릴 말이 없음… 정말 ㅈㅅㅈㅅ 제가 작가를 꿈꾼 적이 없어서 일반창작에 있어 어느정도의 설명충이 허용되는지도 모르고 정합성에 관하여 sf랑 추리소설이랑 비교해서 설명하시는 분도 있는데, 제가 추리소설을 읽은게 진짜 거의 없어서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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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하드sf여 건담이랑 은하영웅전설이나 봐라~
요즘 10대 청춘발랄 학생들은,,, 다 닥터후 스타워즈 본다,,,
과학설명충은 오히려 대중적인 접근성이 떨어지는거 아님?
별의 계승자 1권도 그렇고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마션보다 과학설명 비주이 높지만 더 높은 평가를 받고 과학설명충이 꼭 대중성이 떨어지는 거랑 직결될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