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이 얼마나 크든 작든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임.


아니 그럼 소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지 그럼 뭔 이야기임? 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읽다보면 묘하게 느껴진다니까? 스케일은 무슨 우주를 논하고 n백년 얘기하고 길이 단위도 km는 우습게 나오거나, 아니면 지구에 한정해도 지구가 멸망하거나 뭐 그러는데,


실제 내용은 사람 한 명과 사람 한 명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음.


배경만 그렇고 이야기의 초점이 두 사람에게 맞춰져 있으면 뭐라 안 하겠는데,


배경과 이야기의 초점은 스케일, 곧 규모 자체에 맞춰져 있는데, 전개는 정작 극소수의 사람이 끌어감.


김초엽만 그런 줄 알았는데, 한과상 읽어보니까 K-SF 감성 특유의 공통점이더라. 규모를 크게 잡을수록 서사와 전개가 규모를 못 쫓아감.


물론 규모를 작게 잡으면 그런 괴리는 안 느껴짐. 그냥 키울 때 문제야.


박민혁의 두 개의 세계, 문목하의 돌이킬 수 있는,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 파견자들, 장민의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


K-SF 감성 중에서 스케일이 큰 것들인데 죄다 규모 넘치는 설정에 비해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에 집중하고 있어서 전개가 좀 납득이 안 가는 지점이 꽤 있음.


그나마 규모를 잘 따라간 작품은 규모 자체가 작은 경우인데, 그나마 이중에서 규모를 논해볼 건 좀 전에 리뷰한 박선영의 개인의 우주 정도?


근데 사실 박선영의 개인의 우주는 K-SF 감성이 비교적 옅은 작품이라......


K-SF 감성 자체가 복어독 같은 느낌이라 잘 다루는 게 너무 넌센스한 것 같긴 함. 잘 안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이럴 거면 순문 쓰지...란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그런 것도 있음.


근데 사실 진짜 순문으로 봤으면 거들떠도 안 봤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