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케니의 <근대철학>을 모두 읽고 <현대철학>을 집어들었습니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영국학자라서 대륙철학보다 영미철학에 많이 치우친 것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이네요. 어려운 내용들을 간결하고 또렷하게 설명하는 능력에 감탄이 나옵니다.
다음은 인용문.
-------------------
청년헤겔학파는 헤겔의 소외 개념, 즉 사람들이 자기 존재의 진정한 본질적 요소인데도 자기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보는 상태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헤겔 자신이 강조한 소외의 형태는 어떤 단일한 정신의 발현인 개인들이 서로를 근원적인 통일체의 구성 요소로 보기보다는 적대적인 경쟁관계로 보는 것이었다. 바우어, 그리고 바우어보다 더 강성이었던 포이어바흐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자신의 삶과 의식을 비실재적인 하느님에게 맡겨 버리는 그런 종교를 최고의 소외 형태로 간주했다. 포이어바흐는 '종교가 인간을 그 자신과 분리시킨다'면서 '신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적대자로 맞서게 한다'고 말했다.
헤겔과 포이어바흐에게 종교는 일종의 허위 의식이었다. 헤겔의 경우, 이 허위의식은 종교적 신화를 관념주의 형이상학으로 변형시킴으로써 치료될 수 있었다. 하지만 포이어바흐가 보기에 헤겔주의는 그 자체가 소외의 한 형태였다. 종교는 제거되어야지 변형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적 인간의 일상생활에 대한 자연주의적인 이해와 실증적인 이해로 대체되어야 했다.
마르크스는 종교가 일종의 허위의식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헤겔과 포이어바흐가 소외에 대해 터무니없는 처방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헤겔의 형이상학에 묘사된 인간은 자기 자신이 실제로 통제해야만 하는 과정인데도 그 과정을 그저 관망만 하는 존재였다. 반면에 포이어바흐는 인간의 숭배 대상 가운데 인간을 소외시킨 실체가 오로지 신만이 아님을 깨닫지 못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인간의 노동을 소외시킨 화폐였다. 마르크스는 헤겔의 정치철학을 비판하면서, 사유 재산이 국가의 기반이 되는 한에서는 국가 역시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소외시킨다고 주장하였다. 소외는 철학적 반성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필요한 것은 바로 사회의 대변혁이었다. '철학자는 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p.40-41)
-------------------
소외 개념
- 사람들이 자기 존재의 진정한 본질적 요소인데도 자기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보는 상태
소외 개념의 예
- 내 가족이나 애인을, 조직생활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대하면서 경쟁하거나 계산적으로 대하는 일 (헤겔 입장)
- 특정 종교 교리에 제시된 생활방식에 따르지 못하는 만큼, 무조건 내가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근본주의적 생각들 (포이어바흐 입장)
- 내가 하는 일이 나 자신의 일이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하여 나와 상관없이 억지로 하는 일이라고 느껴지는 경우 (마르크스 입장)
소외 개념이 다루는 대상의 변형
- 헤겔(타인) -> 포이어바흐(종교) -> 마르크스(노동)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