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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SF 읽는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보통 '헉' 놀래면서 "혹시 님 천재심?" 요따구 반응을 보이는데 (사실 이딴 반응조차도 기대 이상이고, 보통은 아 그렇군요...근데 오늘 점심 뭐죠? 이러지)

근데 하드SF가 원래 난이도로 정해지는 장르가 아니지 않슴? 아니, 이 세상에 난이도로 정해지는 장르가 어디 있음? 

읽고 쓰기 어려우면 하드SF고 쉬우면 소프트 SF임? 그런 거 아니지.

그래서 난 '하드SF'라는 장르를 읽는 데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하드SF라는 장르를 멀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솔직히 문과와 이과의 이분법으로 나뉘어진 한국의 교육 체계상 이과 성향이 충만한 하드SF는 읽기 빡센 건 사실이긴 함.

(쿼런틴 읽으며 '수축'이란 단어를 문과적 의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도, 양자역학의 w'ave function collapse를 수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과인이 소설의 함의를 더 제대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그러니까 난이도가 아니고 소재나 제반 개념들의 이해도 차이인 거네.

역사적 사실을 개념을 매우 꼼꼼히 살린 역사 소설이 있는데, 세부적인 사항을 모른 상태에서 본 이과생은 소설에 공감하기 어려워진다면, 이 역사 소설은 '하드역사소설'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어떤 작가가 "난 이제부터 하드SF 쓸거다"라는 선언 자체를 대단하게 바라볼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그런 선언을 "이따구 소설이 하드SF?"라며 무시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듬.

장르란 쓰고 싶으면 쓰는 거고, 내가 이 소설이 이 장르라고 선언하면 그 장르가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거임.

왜냐하면 우리가 인정하는 하드SF도 꼼꼼히 따져 보면 어떤 점에선 하드SF적으로 부실한 설정을 가진 게 있으니까.

예를 들어 '중력의 임무'도 꼼꼼히 따져보면 "님 벌레 모양 외계인이 어떻게 인간과 의사소통함? 생물학적으로 전혀 하드하지 않음"이라고 따지는 진화생물학 박사가 있을 수 있다는 거지.

다만 독자 입장에선 하드SF라고 하길래 기대 만빵으로 책도 사고 시간도 들여서 완독했건만 등장인물이 과학적 설명 눈꼽만큼만 주저리주저리한 겉절이SF라면 개빡치는 것도 사실이라

하드SF의 장르적 법칙이랄까? 그런 것도 미리 정해 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듬

내가 생각하는 하드SF란 "과학적 설정이 중심 플롯에 큰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임.

어? 니가 말하는 그건 하드SF의 정의가 아니고 그냥 SF야. 라고 말하는 사람 분명히 있을 텐데. (겉절이SF가 어쩌구 K-SF가 어쩌구~)

솔직히 말하자면 안 그런 SF가 더 많고 그런 SF가 잘 팔리고 있는 것도 현실임. 

그래서 난 하드SF야말로 적어도 저거는 지켜 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임.

처음엔 뭐 누구나 하드SF 쓸 수 있다~ 하드SF라고 선언하면 인정해 줘야 한다~ 요래놓고 딴소리 오지는데

이런 양가감정적인 마음이 현재 나의 SF에 대한 흔들리는 마음이라 할 수 있음

K-하드SF를 읽으며... 하아...빡치지 말자....이 작가들도 욕먹으려고 썼을까....하드SF 너무 쓰고 싶었나보지...이런 생각이 드는 상태.


독갤 처음 와서 주저리주저리 쓰다 보니 책 얘기까지 닿지도 못했네. 다음에 또 써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