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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다'는 단어는 보통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순진하다, 무구하다, 혹은 착하다라는 말이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상치도 못할 극단적인 행위의 저 밑에 순수한 감정이 잠들어있는 경우 또한 잦다. <해피 슈가 라이프>는 순수한 사랑의 달콤함에 구원받기 위해 살아가는 소녀와 무구하기에 타인의 사랑을 거울처럼 비춰 돌려주는 아이의 씁쓸한 이야기다.
주인공 마츠자카 사토는 마음속에 깨진 병을 안고 살아간다. 병을 채우기 위해 달콤함을 갈구하던 사토는 남자를 쉽게 갈아치우며, 별다른 관계의 진전 없이 성관계를 맺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 방식은 부모의 부재로 인한 애정결핍과 보호자였던 친척 아주머니의 뒤틀린 애정관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저 애정결핍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녀의 행위가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사토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단지 사랑 이상의 어떤 구원처럼 느껴진다.
어느 날, 사토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된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길거리를 떠돌던 시오를 만난 사토는 그녀를 집에 데리고 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토는 원래 집주인이던 동거남을 죽이고 그 자리에 자신과 시오의 사랑의 성을 세운다.
수많은 타인의 감정과 욕망을 받아내는 것을 사랑이라 여기던 친척 아주머니와는 대조적으로 사토는 단 하나밖에 없는 시오의 존재와 그녀를 위해 헌신하는 과정에서 사랑을 느낀다. 이게 말로만 사랑이지, 객관적으로 보면 집착 감금이다. 단지 시오 앞에서 누그러지는 사토의 태도와 어린 시오의 무지함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실제로 사토는 사랑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이다. 살인, 폭행, 납치, 공갈, 사체손괴 및 유기. 이것들은 모두 작중에서 사토가 직접 행하는 범죄행위들이다. 너를 위해서라면 어떤 죄도 저지를 수 있어, 라는 말과는 좀 다르다. 사토는 위와 같은 범죄행위를 죄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그녀가 생각하는 죄는 시오를 향한 사랑에 반하는 언행, 이것 하나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토는 작중에서 끊임없이 두 대상에게 집착한다. 하나는 자신의 유일한 사랑인 시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랑 그 자체이다. 짝사랑을 거듭하다 못해 마침내 타인을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 사람처럼 사토는 자신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에 큰 의의를 둔다. 자신을 차별하고 미성년자에게 손을 대는 점장의 행동을 역겨워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하지 않음으로써 자신과 시오의 사랑스러운 생활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시오와 말을 섞은 타인을 떠올리며 끔찍한 감정을 느끼다가도 그것이 시오를 향한 자신의 사랑에서 비롯된 질투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만면에 미소를 띄운다. 사토는 사랑에 기생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시오에게 집착하고, 자신의 사랑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배제하려 한다.
이런 사토의 사랑을 받는 시오는 어떤 사람일까? 미성년자라 칭하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어리고 순수한 시오는 사토를 사랑한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정폭력범 아버지와 그 때문에 정신이 망가져 제대로 시오를 사랑하지 못한 어머니와 비교하면 사토의 감금은 상냥하기 그지없다. 가끔 자신을 통제하려 드는 사토와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그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화해한다.
사토가 사랑에서 맛을 느끼는 것처럼 시오의 눈에는 타인의 마음이 유리병으로 보인다. 다들 조금씩 깨졌거나 망가졌지만, 사토의 유리병만큼은 투명하고 망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즉, 시오 또한 사토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이다. 타인의 감정과 마음을 다른 감각으로 느끼는 듯한 묘사는 사토와 시오 두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둘의 유대와 운명적 요소를 강조한다.
단언컨대 사토와 시오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은 바로 맹세의 언약이다. 이것은 코베 가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해주던 말이지만 시오는 혈연이 아닌 사토에게 죽음이 두 사람을 가를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맹세한다. 이후 시오는 사토에게 가족보다도 사토가 더 좋다고 말한다. 마지막 순간, 스스로 오빠와 가족의 품이 아닌 사토와의 최후를 선택함으로써 시오는 맹세의 언약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아도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해피 슈가 라이프>는 2018년 3분기 애니 방영 당시 얀데레 고어 백합이라는 세 단어 요약으로 유명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요약이지만, 저 단어들만으로는 백합 작품으로서 <해피 슈가 라이프>의 의의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해피 슈가 라이프>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치명적 유해물이다, 이건 백합이 아니다, 연인이라기보단 가족 같아 보인다... 하지만 둘 사이에 성애적인 감정이 존재했을 것이라 해석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동성, 하물며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이라는 나이 차이는 로맨틱 렌즈를 낀 독자들의 오해석을 배제하고 백합 장르 특유의 깊은 감정선을 더욱 강조한다. 멀리 갈 것 없이, 사토가 남자였다고 생각해보라...
또한 사토와 시오가 아닌 다른 등장인물들의 사랑 또한 사토와 시오의 순수하고 병든 사랑을 돋보이게 한다. 미성년자 고용인에게 손을 댄 점장, 도파민 중독 마조히스트 선생, 병적인 동경에 눈이 뒤집힌 후배, 연상의 여자에게 성폭행당한 이후 소아성애자가 되어버린 남자까지, 이러한 막장 인간들 사이에서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토와 시오의 사랑은 아름다워보인다.
<해피 슈가 라이프>는 사랑에 미치는 것이 아닌 미친 사람이 사랑을 하는 이야기이다. 더러운 감정들 사이 유일한 순수한 사랑이 존재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더러운 짓을 한다. 이 작품은 사랑의 앞면과 뒷면을 격렬하게 대조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날것의 사랑을 전한다. 이성애도 비엘도 아닌 백합이기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사랑은 독자들에게 온전히 도달할 수 있었다.
결말좆
때 되니까 대회글 계속 올라오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