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스포 있음, 현재 본 리뷰작인 『가극 소녀!!』는 11권에서 정발이 중단되었으며, 본 리뷰는 예과 시절을 다룬 8권까지의 내용만을 다룸.
만화 작품명은 『 』으로, 작품 내에서 등장하는 가극 작품명은 《 》으로 표기하였음.
백합물에 있어 연극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마리아 님이 보고있어』나 그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보고 온 사람이라면 “연극은 두 인물이 서로의 마음을 굳혀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반면 누군가에게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선고일만을 기다리는 순간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과정일 뿐이기에 작품 전개의 중요한 영향을 미쳐도, 이것이 인생을 바꾸는 단계까지는 가질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극 소녀!!』는 장르는 조금 다른 가극을 소재로 삼지만, 배우를 자신의 업으로 삼고 싶은 아이들이 합류한 ‘다카라즈카 가극학교’를 모티프로 한 ‘홍화 가극학교를’ 배경으로 여기에 인생을 건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소녀, 소녀를 만나다
많은 작품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이 처음 만날 때 첫눈에 자신에게 결여된 요소를 갖춘 상대방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곤 한다. 안좋은 인상을 받더라도 보통은 인물 혼자의 생각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인공인 와타나베 사라사는 다른 경향을 띈다. 순진하며 진솔한, 어린 애같은 면모로 인하여 모두에게 ‘호감고닉’으로 찍히고, 남자 주인공을 맡기에도 유독 큰 키는 이러한 요소를 시각적으로도 돋보이게 만든다.
반대로 히로인인 나라타 아이는 다르다. 성격에서는 특히 남자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 외엔 큰 문제는 없다만, 인기 아이돌 그룹의 전 멤버가 물의를 일으켜 그룹에서 탈퇴한 후 홍화 가극학교에 입학했다는 점에서는 사라사만큼은 아니여도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경외감과 함께 경계심을 안겨주는 인물이 된다.
이처럼 시작부터 돋보일 수밖에 없는 두 인물은 너무도 상극이라는 점으로 작품의 초반부를 이끌어나간다. 아이는 이상할 정도로 눈에 띄이고 돋보이는 사라사가 맘에 안들어하지만, 반대로 사라사는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 직접 충돌하지는 않지만 아이는 기숙사 룸메이트가 된 사라사와 거리를 두고 싶어하며 일부러 방 안에도 커튼을 쳐 자신의 공간을 분리하는 등 마음을 열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와 선입견에서 시작된 거리두기는 모종의 사건을 통해 파괴되는 순간, 죄책감을 비롯한 감정의 변화로 둘의 관계는 역으로 거리를 둔 쪽에서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된다.
아이또한 그런 전형적인 캐릭터이기에 고민이 있는 사라사에게 먼저 다가가 걱정을 해주는가 하면, 극단의 톱이 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라사의 모습을 보고 그녀를 따라가고자 자신도 톱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등,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백합 장르에서는 본격적으로 우정 이상의 무언가가 되고 싶어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사소한 행동을 통해서 보여주는데, 본 작품에서는 사라사의 과거사와 연관시키며 아이와 사라사의 우정이 각자 자신이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 의식하던 과거를 극복해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
과거의 슬픔을 뚫고
본작에서 각 인물의 과거사는 성장물로서 인물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쓰이지만, 학급 구성원 각자의 캐릭터성을 강화할 때에도 쓰이며, 주인공과 히로인인 사라사와 아이의 경우는 이 과정을 통해 본인들의 과거를 넘는 동시에 상대와의 우애가 깊어지는 효과를 남긴다.
사라사의 경우에는 본래 취미삼아 가부키를 배우던 아이였으나, 여자는 가부키에 등장할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부키와 강제로 연을 끊게 되었다. 그 대신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홍화 가극단을 꿈꾸게 되며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주인공 오스칼 님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현 위치까지 오게 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라사의 연기 스타일은 선대의 연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가부키의 방식을 고수하게 되어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는 한계를 맞이하게 된다.
반대로 아이의 경우, 어릴 때 부모의 애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후 인간 불신, 특히 강한 남성 거부증세를 보이며 타인과 거리를 둔 영향 탓에 대인관계에 서투름이 있고, 연기에 있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을 해야함에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못한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과거부터 뿌리내린 이 둘의 한계점은, 혼자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얽히고 설킨 문제는 서로의 존재로 인해 겪게 되는 더 넓은 세계의 존재로 인해 조금씩 극복해나가게 된다. 예컨대 사라사는 자신의 연기에 있어 아이의 여러 조언을 통해 단순히 남의 연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감정과 해석을 담아가는 법을 익혔으며, 아이는 사라사와 그녀 동네 특유의 옛날 드라마같은 분위기를 겪으며 조금씩 인간 불신을 줄여나간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연기에서도 분명한 향상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위 작품은 단순히 누군가와 경험을 공유하는 행위가 서로의 공감대를 늘리고 스토리 전개를 위해 사건을 주입하는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구멍과 금을 보강하며 자신을 빛내고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는다. 동급생은 경쟁자가 아닌 친구이자 동료로 인식하며 진심어린 조언을 따라 더 좋은 배우가, 소녀에서 숙녀로, 성인으로 자라난다.
결론
『가극 소녀!!』는 꿈을 이루어가는 ‘홍화 가극학교’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극으로 분류하지만, 사라사와 아이가 우정을 넘어서는 과정을 다루는 백합 만화로도 볼 수가 있다. 물론 백합 요소가 전면으로 드러나는 작품은 아니고, 타 인물을 다루는 외전 에피소드에는 이성애와 관련된 내용도 나오니 말이다.
비록 본작이 “가혹행위가 전통이란 이유로 행해져온 다카라즈카 가극단을 미화했다”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만화를 포함한 모든 예술작품은 언제나 현실고발의 의무를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만화는 독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최대한 잘 포장해 보여주는 것이 미덕인 장르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우리가 다카라즈카 가극단에 바라는 모든 것’을 보여준 명작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백합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일상의 세계에 속해있으면서 무대 위에선 비일상적인 역할을 맡게 되는 자신의 미래를 향해 인생을 걸어버린 소녀들이 비현실 속에서 이상향 속 자신을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우정 이상의 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에서는 다른 백합과는 궤도가 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만약 백합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자간의 농밀한 교류에 있다면 『가극 소녀!!』는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우정과 애정 사이의 애매한 선을 좋아하는 백합 독자라면 해당 작품이야말로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우리가 백합을 보는 이유는 애정과 우정 사이에서 선타기를 하며 성장해가는 두 인물을 보는 맛에 있으니까.
아 이거 진짜 좋아하는 만화인데 정발 끊겨서 열받음
ㄹㅇ 진짜 좋은데 버려짐 휴우...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