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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이유는 없다. 작품성이나 작품 자체와는 별개로, 푸시킨의 상징성과는 별개로, 단지, 푸시킨을 읽을 때 가장 행복했다.

푸시킨의 단어나 문장을 음미하거나 그런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그냥 푸시킨의 책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사랑스러웠고

책을 펼칠 때 푸시킨을 따라 재잘대는 인물들이 사랑스러웠다


푸시킨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위대한 고전을 따라가다가 반골처럼 비틀어버리고

작품을 읽어내리다보면 어느 순간 푸시킨이 장난스러운 몸짓으로 튀어나와 이런 것들은 전부 농담이라고 정리해버린다


한편 엄숙할 땐 엄숙한 작품도 있으나

동시에 아름답다


푸시킨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푸시킨을 읽을 때 가장 행복했다


안타깝게도 얼마 없는 전작을 전부 만나볼 길이 없다

(난 열린책들 구판으로 읽음 제발 러시아 문학 시리즈도 복간 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외는 외국 시라는데,

푸시킨의 창창한 글들을 생각하면 그것만 읽는다는 게 아쉽기 그지없다


다들 오늘은 묵혀뒀던 대(위의)딸이라도 꺼내보는 게 어떨까

그리고 열린책들이든 민음사든 온전한 서사시·희곡집을 내다오


벨킨 이야기 마렵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