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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정말 유명한 ‘설국’의 첫 문장이다. 이후로도 짧고 간결한 문체로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등의 간결한 묘사가 이어진다.
위의 문장을 읽고서 모두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이 문장이 이토록 유명해지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글이란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글이지, 작가의 생각을 주입하는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인 같은 경우에는 위의 도입부를 읽고서 마음이 가라앉는 고요함과 여유로움, 평화와 함께 찾아오는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후 책을 읽으며 도입부와 같은 ‘설국’만의 절제된 표현이 이 작품의 진가라고 느꼈다.
소설의 주된 플롯은 부유한 여행가 시마무라와 온천 여관의 게이샤, 고마코와 요코. 이 셋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다.
각각의 인물들은 모두 뚜렷한 캐릭터를 갖고 있으며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고마코는 순진하면서도 굳센 인물이다. 스스로를 청렴하다 자부하지만 독자 입장에선 결국 게이샤에 불과하게 느껴지곤 한다. 허나 그럼에도 고마코가 가진 생명력은 가히 눈부셔서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다. 시마무라는 그녀와 사랑을 나누지만, 이는 처음부터 파국이 예견되어 있었던 것으로 느껴진다. 시마무라가 지닌 허무함은 고마코의 생명력에 무의미함을 덧칠해 버리며 둘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둘은 점점 멀어지고 만다.
요코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절벽 위에 핀 한 송이 꽃과도 같은 존재이다. 소설 전반에 이르러 요코의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다. 허나 남자란 필연적으로 맞닿기 힘든 신비로운 이성에게 끌리기 마련일까. 시마무라는 남몰래 요코를 향해 관심을 보인다. 실은 본인 같은 경우에도 소설을 읽으며 요코에게 관심이 더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세 인물은 그렇게 미묘한 관계를 이어가다, 결국 클라이맥스에 다다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듯이 서로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정확하겐 이별을 말없이 각기 깨닫는다. 창고 건물이 불타오르며 다소 격정적인 상황이 나오지만, 이는 그저 문장의 마지막에 찍는 마침표 같은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좋은 아이네.”“너는 좋은 여자야.“
위 말을 들으며 고마코는 이별을 깨닫는다. 위의 말은 한국어식으로 하자면 ‘그래도 애는 착해.’ 정도로 느껴진다. 고마코 역시 그 말을 ‘너는 분명 좋은 사람이지만, 인간적으로 끌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일본 특유의 중립적이고 돌려서 말하는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 장면에 다다르기까지 인물들 간의 섬세한 감정묘사가 없었더라면 다르게 해석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설국은 남녀간의 삼각관계라는 제법 흔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허나 그 안에는 아침드라마와 같은 어떤 자극적인 연출도, 사건도 그닥 없다. 그럼에도 설국이 명작으로 취급받는 이유는 소설이 풍기는 그늘진 아름다움에 본능적으로 이끌리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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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글 읽어보니 설국 다시 읽고싶네요. 집에 가면 설국 펼쳐봐야지.
극찬 감사합니다…으흐흐
난 설국 인물간의 관계성은 아침드라마 저리가라로 자극적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격정적인 이야기를 고요하고 담담하게 정제된 문체로 그려내서 아름답다고 생각함 이건 전적으로 내 감상이고 반박시 니말이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