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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 본인은 집필 당시 카프카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하지만(진짜 양심 하나는 좆되게 없는 새끼다.) 카프카를 읽어본 독자라면 <사형장으로의 초대>에서 <소송>과 <성>의 반향을 듣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강렬하게 소송의 첫문장을 패러디하며 시작하고,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불리는 주인공, 기괴한 세계와 뒤틀린 행정체계, 절대 닿을 수 없는 장소와 조수 두 명... <사형장으로의 초대>에서는 카프카의 음색이 크게 울려퍼진다. 그러나 주의깊게 살펴보면 <사형장으로의 초대>에 카프카와 크게 구별되는 또 다른 음색들이 조용히 노래하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지주의라는 종교적인 음과 친친나트가 부르는 음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결말 부분과 제목일 것이다. 왜 나보코프는 독자를 사형장으로 '초대'한다는 말인가? 초대라면 당연스레 긍정적인 뜻을 지닌 단어인데, 초대가 사형선고와 사형장에 조응하는 단어는 결코 아니다. 또한 결말에서 친친나트가 사형 당한 후에 왜 죽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세계의 붕괴로 소설이 결말을 맞이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모두 친친나트가 카프카적인 삶에서 벗어나 마침내 영구 불멸의 세계로 접어들어 <사형장으로의 초대>를 썼다는 것이다. 친친나트. 그는 모두가 투명한-거짓된 세계서 살고 있다. 그는 투명하지 않다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죄로 사형을 선고받아 모두가 그의 사형을 바란다. 그는 탈출 불가한 요새에 갇혀 그의 사형을 기다리며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소장, 간수, 아내 마르핀카, 소장의 딸 엠모치카, 므슈 피에르, 변호사, 그의 어머니, 도서관 사서. 도서관 사서를 제외한 이들 모두는 그에게 그들의 괴상한 법칙을 따르기를 강요하고 그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사형장으로의 초대>의 세계의 카프카적인 규율은 "수인들이 죄수로서 상황이나 신분에 맞지 않는 내용의 꿈을 꾸는 것, 즉 화려한 풍경, 지인들과의 산책, 가족 식사, 그리고 실제로 깨어있는 상황에서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인물과의 성적 접촉 등과 같은 꿈을 꾸는 일이 절대 없기를, 만약 꿈꾸게 된다면 즉시 차단하기를 바란다."라는 구절로 들어난다.


친친나트도 처음에는 이러한 규정을 따라 생활하고자 하지만 그는 비의도적으로 규율을 위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삶과 세계에 대한 집착을 드러낸다. 그러나 서사가 진행되며 그는 <사형장으로 초대>의 물질적 세계가 아닌 어긋나는 상상과 지적 유희의 세계로 넘어간다. 날이 지날수록 달은 차오르고 그의 꿈과 상상은 관념적으로 변모해 탈옥이 아니라 카프카적인 세계에서의 해방으로 변모한다. 달이 끝까지 차오르고 보름달이 되었다가 저무는 장인 18장에서 친친나트는 그가 위치한 장소와 세계가 곧 그를 구속하는 존재임을 인지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친친나트는 현실을 뛰어넘어 달의 먼지를 닦아주고 아내의 거짓된 눈물을 들이킨다. 그는 그 이후에 거짓된 <사형장으로의 초대>의 세계에 인사를 보내고 자진해 사형을 받아 <사형장으로의 초대>의 세계를 넘어선다.


그렇다면 친치나트를 <사형장으로의 초대>의 세계에서 탈출 시키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영지주의다. 지식의 영원한 보고 나무위키에 따르면 영지주의는 "신의 피조물인 영혼이 악마의 창조물인 물질(육체)에 갇혀 고통받고 있으므로, 구원에 대한 영적인 앎(gnosis(그노시스). '지식'을 뜻하는 고전 그리스어)을 통해서 탈출해야 한다."라는 종교라고 한다. 너무 <사형장으로의 초대>와 유사하지 않은가? 또한 영지주의에서는 아르콘이라는 악한 존재가 행성의 모양으로 나타나 인간이 물질적인 요소를 벗어나는 행위를 막는다고 한다. 그리고 <사형장으로의 초대>에서는 달이 점점 커지다가 마침내 달이 정점에 도달하고 쇠티해 합삭이 되어가는 그 순간에 친친나트가 마침내 득도한다.


지속적으로 나오는 서로 다른 두 명의 친치나트는 이러한 영지주의적 주장에 더욱 힘을 보탠다. 친치나트는 두 가지 면모를 지니고 있으며 소심한 친치나트와 대범한 친치나트가 있다. 소심한 친치나트는 자주 등장해 울고, 화내는 육체적인 면모를 자주 보인다. 그러나 대범한 친치나트는 만사에 냉정하며 이성적이다. 아직 그노시스를 얻지못한 초반부에서는 소심한 친치나트가 자주 등장하고 승리해 육체적인 면모를 자주보이지만 그노시스를 조금씩 얻어가며 영혼을 대표하는 친치나트가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한 명의 친치나트는 숫자를 세고 있었지만, 다른 친치나트는 점점 멀어져 가는 , 쓸데없이 숫자 세는 소리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았다."라는 언급과 함께 육체적이고 소심한 친치나트가 물리적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대범한, 영혼의 친치나트는 처형장에서 내려와 마침내 영구 불멸한 세계로 날아간다.


그렇게 죽음을 통해 거짓된 세계서 벗어난 친친나트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한다. 처음부터 복선은 존재했다. 등장인물의 소개에서 친친나트의 설명은 '나'다. 2장에서 친친나트가 처음으로 규율을 어겨 범죄적 행위를 저지르자 서술자는 유일하게 자신의 정체를 나타내 "친친나트, 너의 범죄 연습 덕분에 네 기분이 상쾌하겠구나."라고 논평한다. 결국 <사형장으로의 초대>는 친친나트가 독자에게 독자도 자신처럼 사형을 통해 거짓된 세계를 벗어나 영구불멸한 세계로 넘어오라 말하는 초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