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자부터가 전공자도 아니고 <반일 종족주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인 뉴라이트 계열 학자인 데다가, 이승만을 재평가하기 위해선 김구를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서 폄하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 아래 김구를 폄하하다 못해 저주하기까지 하는 분으로 알고 있음. 심지어 뉴라이트 대부인 안병직 교수님도 얼마 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속이지만 <테러리스트 김구> 저자의 관점이 객관성을 결여한 채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고 할 정도인데.


이분이 원래 학계에서 충분히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자료인 '김구-류위완 대화 비망록'을 근거로 김구가 말년에 노선을 전환한 후 북한에 협력했다느니, 대한민국 멸망, 북한 주도 통일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북한의 남침 야욕을 알리지 않은 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등 기회주의 행보를 보였다느니, 김광운, 도진순, 서중석, 이신철, 정병준 교수님 등 학계의 연구 성과만 참고하더라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던 분임.


최근에는 한홍구 교수님이 김구-류위완 대화 비망록 원문을 받아서 검토하고, 당시 주서울 중화민국 총영사이자 유엔한국임시위원단 중화민국 대표였던 류위완이 본국에 보낸 보고서와도 교차 검증하고, 당시 김구와 중화민국의 관계, 중화민국의 입장 등까지 고려한 결과, 김구-류위완 대화 비망록이 얼마나 신뢰성이 없는 괴문서인지 입증하기까지 했음.


주장이 학계의 연구 성과와도 안 맞아, 주장의 근거인 사료 원문을 검토하고 다른 사료와 교차 검증하고 당시 상황까지 고려해도 안 맞아.


지금은 김구의 말년 행보보다는 테러 행위에 중점을 두고 이승만 신격화를 위한 김구 악마화라는 목적 달성에 주력하는 듯한데(정말로 이런 식의 태도가 이승만 재평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영화 <건국전쟁>도 이승만의 업적 재조명보다 이승만의 과오 정당화, 미화나 김구 악마화에 시간을 훨씬 많이 할애하는 것을 보고 얼탱이가 없었는데),


집 근처 서점에서 대강 <테러리스트 김구>를 훑어본 결과, 그냥 이건 오직 김구 악마화를 위한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음. 방대한 사료를 자랑하지만 사료도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하고, 잘 나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갑자기 저자의 뇌피셜이 개입하기도 하고, 김구가 배후임이 확실하지도 않은 것까지 전부 김구의 소행이 확실하다고 단언하고, 심지어 김구를 까기 위해서라면 북한 측 자료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도입부에서는 마치 학문적인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접근한 것처럼 '테러'는 비하 의도가 아니라 중립적인 용어라느니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하지만, 대강 훑어봐도 김구의 인격이 문제다, 김구는 못 배워먹어서, 김구는 살인마, 인간백정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대목이 여러 번 나오지.


혹시나 오해할까봐 이야기하는데, 치하포 사건? 김립 암살사건을 포함해서 식민지기나 해방 이후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백색테러? 분명히 김구의 과오임에 틀림없음. 당연히 비판 받아야지. 안공근 암살사건도 김자동과 정정화의 아들인 김자동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리고 김구 연구 권위자인 도진순 교수님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김구의 측근 독립운동가에 의한 암살설이 유력해 보이고, 이에 따라 김구가 배후라고 의심할 만하다고 생각함.


분명히 말하지만, 이미 서중석, 도진순, 박명림 교수님 등 역사학계나 정치학계의 한국현대사 분야 권위자들도 김구의 업적을 기리는 동시에 그의 한계나 과오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해 왔음. 이분들의 논문이나 책을 구해서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그런데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은 영화 <건국전쟁>이나 <테러리스트 김구>와 같이 이승만 재평가를 위해선 김구를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서 폄하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 아래 이승만 신격화와 김구 악마화에 몰두하고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음.


옥관빈 암살사건? 학계에서 김광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님이 옥관빈 밀정설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 연구가 있는 것은 분명 사실임. 온라인상에서도 이분의 논문 내용이 널리 알려져 있음. 그렇지만 최근에 임시정부 연구 권위자인 윤대원 교수님이 쓴 책인 <제국의 암살자들>을 보면(참고로 이 책도 김구 신격화와는 거리가 먼 책임) 옥관빈이 밀정이라고는 확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상하이 프랑스 총영사관의 조선인동우회 보고서나 조선총독부 상하이 파견원의 보고 등을 근거로 옥관빈이 친일파로 변절해가고 있었음을, 상하이 한인 사회에서 친일파라는 의심을 받기에는 충분했음을 입증하고 있음.


<테러리스트 김구>에는 이런 내용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고, 그냥 김광재 편사연구관님 연구 논문 내용에다가 김구에 대한 경멸, 저주, 비난이 추가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됨.


해방 이후 송진우 암살사건? 여운형 암살사건? 장덕수 암살사건? 이 사건들 전부 김구가 배후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구가 배후라고 단정지을 정도는 결코 아님. 온라인상에서 '킬구'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이들에게는 이미 김구가 확실한 배후로 각인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현대사 분야에서도 해방공간을 연구한 권위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김구가 배후임이 확실하다면 벌써 논문이 나왔겠지. 정황만 가지고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다면, 미군정이 김구와 공동 용의선상에 놓고 의심했던 이승만을 비롯해서 당시 다른 우익진영 정치가들도 얼마든지 배후로 단정지을 수 있음.


물론, 해방공간 남한 지역에서 우익의 영수였던 김구와 이승만이 자신들을 추종하는 우익청년단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며 그들의 백색테러를 부채질했던 것은 사실이고, 이에 따라서 좌익만이 아니라 중도파, 심지어 미군정까지도 그들을 백색테러 배후라고 의심했던 것은 사실임. 그러나 송진우 암살사건, 여운형 암살사건, 장덕수 암살사건의 배후로 확정할 정도는 결코 아님. 그들에게 정치적 책임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비판 받아 마땅하겠지만.


<테러리스트 김구>에서는 전부 김구의 소행이 확실함. 서북청년회, 백의사 등의 간부로 암살에 깊숙이 연루되어 있었던 김영철이 김구의 한인애국단 단원이었던 적이 있으니까, 김구-신익희와 연결되어 있던 염동진이나 양근환 등이 이끌었던 임시정부 정치공작대나 백의사에 소속된 인원이 암살에 가담했으니까, 미군정이나 한민당 계열 인사들이 배후로 김구를 지목했으니까(그러나 증거는 없고 정황만) 김구가 배후임이 틀림없다는 식임.


당시 우익청년단이 얼마나 복잡했는데, 무슨 무 자르듯이 암살자들 중에 백의사 소속이 있어? 백의사 소속이면 무조건 배후는 김구 땅땅땅! 이러는지 모르겠네. 말로야 이승만은 삼우회, 김구는 백의사라고 하지만, 실상은 이 과격한 극우 청년들이 어느 한 조직에만 몸담는 게 아니라 여러 조직에 걸쳐 있는 거임. 시키는 사람이 좌익만 아니라면 돈을 주고 사후 신분을 보장해줄 경우 암살을 실행할 수 있는, 지시하는 사람이 시키면 필요에 따라 김구의 추종자가 되기도 했고, 이승만의 추종자가 되기도 했던 사람들임. 대한독립촉성전국청년총동맹, 대한독립청년단, 광복청년회, 조선건국청년회, 한국청년회, 서북청년회, 평양청년회, 삼균청년회, 서북학생연맹, 대한민주청년동맹, 대동청년단, 조선민족청년단, 화랑단, 임시정부 정치공작대, 백의사, 삼우회, 혁신탐정사 등에 다 걸쳐 있는데, 백의사 단원이면서 서북청년회 단원이면서 대한민청 단원인데, 김구와 이승만이 결별하기 전이라서 김구와 이승만을 모두 추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은 무시하고, 심지어 미군정이 이승만도 공동 용의선상에 올린 것은, 그도 테러 배후로 의심 받았다는 사실은 최대한 흐린 눈하고, 김구가 배후일 가능성이 있는 정황들만 모아서 김구가 배후임에 확실하다고 하면..... 더 할 말이 없네.


게다가 송진우 암살사건은 김성수의 매제이자 송진우와도 가까운 사이로 송진우가 암살당하기 전날 저녁 그를 직접 만났던 김용완 전경련 회장이나 한민당에서 활동하면서 송진우를 따랐던 신도성의 증언은 완전히 무시하고(심지어 김용완 회장은 회고록에서 암살 전날 저녁 김구는 경교장 회의에 참석한 송진우를 걱정해 오늘 밤은 자기와 함께 보내자고 말했다고, 김구가 아니라 우익진영의 모 정객이 배후라고 기록하기까지 했는데), 한민당계 인사들 중에서도 수도경찰청장 장택상과 미군정 경무부장 조병옥, 모사꾼 김준연의 증언만을 채택하고서 김구가 배후임이 확실하다고 서술하고 있지. 이 책에서는. 심지어 김준연은 장덕수 암살사건 이후부터, 조병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미국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무슨 증거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정황만 가지고 김구를 배후로 지목했음. 송진우 암살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시점인데. 심지어 김구가 한민당과 살벌하게 대립하면서 이승만과도 결별하고 노선을 전환한 시점에 김구를 배후로 지목한 것이라 정치적인 의도도 없었다고 볼 수는 없음. 물론, 수도경찰청장이었던 장택상은 송진우 암살 수사 과정에서부터 김구의 최측근인 엄항섭 배후설을 제기했는데(한민당계 인사이자 당시 미군정 사법부장이었던 김병로가 장택상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퇴임 연재 기사에 나와 있음. 물론, 장택상의 일방적인 주장이기는 함. 심지어 김병로도 엄항섭이나 김구가 배후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음), 재판정에서 이게 전부 반박되었음.


여운형 암살사건은 김구-신익희와 연결되어 있던 임시정부 공작대나 백의사 소속 인원들도 가담했지만, 이승만-장경근과 연결되어 있던 양호단 소속 인원들도 가담했으며, 무엇보다 미군정 경찰 조직도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 정설임. 당시 수도경찰청장이었던 장택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대한민청 소속 인원들도 가담했음. 심지어 최능진이 미군정 정치고문인 레너드 버치 중위에게 여운형 암살로부터 얼마 전 경찰서장들의 모임에서 여운형 암살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고 알리기도 했지. 경찰 조직 내부에 장택상이 이끄는 '흑호단'이라는 테러단체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일제 밀정 출신으로 극우신문인 대동신문사 사장이었으며 이승만 추종자였던 이종형이 여운형에게 닥친 12번의 테러 가운데 적어도 세 건 이상에 연루되어 있기도 했고. 이런 내용들은 전부 무시하고서 김구가 배후일 가능성이 있는 정황들만 모아서 김구가 배후임이 확실하다고 서술하는 것이 바로 이 책임.


장덕수 암살사건은 분명 김구, 조소앙, 엄항섭 등 임시정부 세력을 지지하는 대한학생총연맹 소속인 인원들이 장덕수 암살을 목적으로 '대한혁명단'을 조직해서 벌인 일이라서, 또 수사 과정에서 암살자들이 김구의 지시를 받았다고 자백했기에 그나마 김구가 배후일 가능성이 높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재판정에서 피고인들이 고문수사로 인한 허위 자백이었다면서 증인으로 나와 있던 김구는 무관하다고 폭로해 소란이 있었는데, 이 책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음. 내가 기억하기로는. 재판정에서 암살자들이 일관되게 김구의 지시를 받았다고 자백했다, 미군정 수사관들이 수사 과정에서 고문은 없었다고 했으니 한국인 경찰도 고문을 했을 리 없다는 식으로 서술했음.


적다 보니까 끝이 없네. 에라이 모르겠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로 팔리는 것을 보면서 학계의 권위자들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직접 나서겠지. 이제 그만 나는 자야겠다. 어차피 내가 떠들어봤자, 다들 알아서 잘 판단하겠지.


하여튼, 뉴라이트는 뉴또라이가 맞다. 이딴 식으로 하면 이승만 재평가가 참 잘 되겠군. 이승만의 업적이 그동안 저평가되어 왔으니 재조명하겠는 것이라면 전혀 반대하지 않지. 오히려 찬성하지. 이승만의 과오까지 정당화, 미화하고 이승만과 조금이라도 대립한 인물들은 폄하하겠다, 이승만을 신격화하고 이승만과 조금이라도 대립한 인물들은 악마화하겠다는 것이라면 절대 반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