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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주인에게 책이란 읽는 것이 아니라 잠을 청하는 기계다. 활판 수면제인 셈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p.229


소세키 입문작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라는게 갤 중론인 듯 싶어 읽게 되었다.

작품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소세키의 위트와 비겁함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 본 세상을 특유의 위트로 풀어나간다. 대화 자체도 100년 전 시트콤 대본 보는 느낌이다. 문장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내가 고양이가 된 듯한 서술과 재치 있는 문장력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고양이는 어느 땐 건방지고, 어느 땐 바보 같고, 어느 땐 누구보다 냉철하다. 미워할 수 없는 이 얄미운 캐릭터 뒤에서 소세키는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유감 없이 뱉는다. 자신을 까는 평론가나 세속적인 사회상을 일방적으로 패는 소세키의 비겁함(?)이 돋보인다.


굳이 장편이었어야 됐나

중반부까진 피식거리며 재밌게 읽었지만 8장 정도 넘어가서는 활판 수면제의 느낌이 조금 있긴 했다. 큰 서사가 없어서 그런가 몰아서 읽으니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 병렬 독서를 해 본 적이 없는데, 한다면 이 책이었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연재작이고 소세키 본인의 의사가 아니였다는 점에서 이해할 만은 하지만 중단편 정도였다면 훨씬 깔끔했을 것 같은 자그마한 아쉬움이 남는다.



중간에 고비가 있긴 했다만 재밌게 읽은 작품이었음. 무엇보다 표지가 예뻐서 책장에 꽂아놓는 맛도 있어서 만족스럽다. 소세키 전집 다 모으려면 열심히 읽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