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장민)


대상작. 거대화되는 인간의 착각, 확장주의적 행보를 교묘하게 비판하는 서술...이라곤 하지만 결국 오타쿠적 소재 활용도 못한 채 오타쿠 샤라웃만 한 니세모노 작품이다. 대상작이라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소설이라고 생각함.



개인의 우주(박선영)


K-SF의 가장 모범적인 단편...이지 않을까? 일단 여태 읽은 K-SF 중에선 제일 감성이 절제돼 있으면서도 읽기 편했고, 구조도 나쁘지 않았고...... 주제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K-SF라는 틀 안에서 모범적인 작품이 나왔다는 것에 의의가 강할 뿐.



하늘의 공백(정현수)


작가가 99년생이라는 매우 MZ하단 것 외에 주목할 만한 특징은 없음. 개인적으로 심사평이랑 내 감상이 가장 괴리된 작품을 꼽으라면 이걸 꼽음. 내용은 그냥 로봇(사실 아님)과 인간의 펜팔 연애 스토리.



피폭(존벅)


심사위원 피셜 카프 소설 느낌도 나는 착취가 주제인 소설. 가독성 개박살난 건 심사위원도 인정한 사실이다. 장르소설의 기본이랄 게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기까지 읽었으면 대상작은 그래도 선녀라는 생각도 품게 됨.



달은 차고 소는 비어간다(최우준)


2022 김필산, 2023 조서월의 계보를 잇는 '주제의식은 거창한 거 없는데 서사와 재미만으로 수상한 작품'이다. 서부극에 다중우주 관광 상품이라는 SF적 아이러니를 끼얹은 훌륭한 서사와 고증이 특징이다. 이거 하나 읽으려고 2024 한과상 읽어도 무방하다.




자세한 리뷰는 시리즈 링크를 참조하도록 하고, 심사평은 박선영/최우준과 그 외의 심사평으로 나눌 수 있다. 박선영은 딱 K-SF의 모범적인 단편인 만큼 2022부터 읽어온 독자라면 예상 가능한 칭찬만 써있는 걸 확인할 수 있고, 최우준은 반대로 '서사와 재미'를 죽어도 언급하지 않으려는 심사위원의 똥2꼬쇼를 볼 수 있다.


하나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건 심사위원으로 나온 구병모 작가의 심사평이었는데, 구병모 작가가 투고작들에 대해서 "도파민은 어차피 숏폼한테 경쟁이 안 되는데 왜 추구함? 그럴 바에 스토리를 '담아내는' 언어를 다루는 스킬에 집중하시죠?"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재미는 있는데 이런 자극적인 재미는 (영상 매체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라고 말한 셈이다. 솔직히 더 과격하게 해석하면 "재미"라는 것에 대해 한쪽이 숏폼과 같은 도파민 분출시키는 자극의 끝판왕이고, 다른 한쪽을 지적 유희의 끝판왕이라고 할 때, 구병모는 지적 유희 쪽을 제외한 모든 재미를 '자극적인 도파민' 수준으로 취급한 것 같단 느낌이다.


왜냐고?


2022부터 3년 동안 '서사와 재미'에 할당된 TO가 1자리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전부 '주제의식' 찬양하기 바빴잖아? 2022부터 심사 기조 자체가 사회의 흐름을 잡아내려고 하고 과학적 이슈를 반영하기 바쁘려고 하고 인간성을 고찰한다든지 뭐 기타 등등......


영상 매체에 대한 패배주의과 선민의식이 동시에 읽히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022부터 '서사와 재미'를 챙긴 작품이 22년 김필산 한 명, 23년 조서월 한 명, 24년 최우준 한 명만 딱 지원해서 그들이 뽑혔을까? 심사 기조가 기조인 만큼 주제의식을 관철하려는 작품이 더 많이 쏟아졌겠지만 연도마다 '서사와 재미' TO를 만족시키는 1명이 꾸준히 뽑히는 건 분명 '서사와 재미'를 노린 투고 작품 역시 적지 않게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들에게 내주는 TO는 딱 한 자리에 불과하고(2022는 김쿠만까지 넓게 보면 TO가 2자리라로 볼 수 있지만, 이때는 또 가작이라고 우수작 하위호환이었기에 두 자리가 났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나머지는 주제의식으로 가득 채운 모습? 장르문학상이 추구해야 할 자리가 맞는가 싶다.


특히 이런 회의감은 구병모가 스스로 언급한 '스토리를 담아내는 언어를 다루는 스킬'에서 더더욱 비교가 되기 때문이었다. 22 23년을 빼고 24년만 보더라도 최우준과 정현수, 존벅을 비교해보자고.


장르소설로서의 기본? 최우준이 압도적이다. 인물성? 최우준이 둘 씹어먹는다. 정현수는 로봇인 걸 언행으로 묘사를 못하니까 서술로 '아 저는 로봇입니다' '쟤도 로봇이에요'라는 걸 꾸준히 강조하고 있고, 존벅은 구구절절 빌드업한 설정을 1할도 활용 못하는 지극히 평범한 추노 노예1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문장, 구조? 정현수는 99년생 이공계 MZ인 걸 감안하더라도 우빛갈 시절 김초엽과 좋은 승부를 할 정도고, 존벅은 설정 풀이도 제대로 못하고 그걸 전진 배치해서 가독성 개박살 낸 시점에서 구조를 고평가할 수가 없다.


언어를 다루는 스킬에서 이미 '서사와 재미'를 챙긴 최우준이 압도적이고, 년도를 확장해 23년 22년 조서월 김필산만 보더라도 다른 작가들에 비해 압도적인 역량 차이가 난다.


이것만 보더라도 사실 심사 기준에 '주제의식'이 얼마나 큰 가점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정현수더러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사랑스럽다'고 하는데, 성수나 보고 'SF 외연의 확장' ㅇㅈㄹ떨던 거랑 별반 다를 거 없어서 웃음도 안 나왔음.


문예갤 눈팅했을 때도 느낀 거였는데 이젠 내 안에서 반쯤 확신임. 문단, 기성 작가들, 문학상 뽑는 사람들은 '재미'에 대해 매우 편협한 정의역을 가지고 있고 취급 역시 매우 천박하고 불결한 것 이상에서 벗어나지 않음. 구병모는 마치 작품들이 숏츠 하위호환의 자극적인 소설들뿐이라고 말했지만, 내가 봤을 땐 조서월 삼사라도 2024년에 투고했으면 구병모한테 빠꾸먹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무해함'이 숏츠에 대항할 수 있는 '답'이라도 된다는 건가? 도파민 추구 자체를 해버리지 않고 의미와 주제의식을 추구하고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면서 작가의 어떤 관점과 생각을 관철시키기만 하는 게 유의미한 문학판의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 물론 그런 문학 자체가 무쓸모한 건 아니다. 필요하기도 하고, 의미를 가져도 되지.


하지만 그것만 추구하는 건?


난 잘 모르겠다. 2025 한과상도 나오면 읽을 거고, 조만간 2022부터 한과상 장편 당선작들도 읽을 생각이지만, 큰 기대는 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