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이런 대화가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서 그들이 지난여름의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지난 일들은 완전한 동그라미로 매듭지어진 상태다. 그들은 저 빛나는 동그라미에서 쫓겨나서 두 번 다시 그 속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p.107)
그 는 친구네 집에 가서 고아인 것을 동정받고, 맛있는 것을 충분히 얻어먹고, 조금은 버릇없어 보일 정도로 쾌활하게 행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세상은 비뚤어질 처지의 인간이 비뚤어지지 않은 것을 과하게 칭찬했다. 세상 사람들은 부자연스러운 인간의 자연스러운 태도에 매혹된다. (p.222)
훗날 알게 된 일이지만, 이것이 얼마나 희망 없는 사랑인지도 모르고 그는 머릿속에서 지극히 단순하게 도식적으로 상상해보았다. 여기에 우선 불행하고 절망에 빠진 여자가 있다. 안하무인의 냉혹한 남편이 있다. 여자를 가엽게 여기는 혈기왕성한 청년이 있다. 그것으로 이미 이야기는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p.227)
젖은 모래밭을 뒤에 두고 파도가 빠져나가듯 육체를 남기고 욕망이 빠져나가는 느낌은 어쨌든 오래간만이었다. 그는 자기 눈빛에 감사함이 떠오르지 않게 조심하며 기미를 지그시 보다가, 일이 끝 난 뒤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그저 육체일 뿐이구나. 개와 다를 바 없는 고깃덩어리구나.’ 조금은 '운명'에서 치유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p.297)
미시마 선생님, 글 왜이리 잘 쓰시나요... 참 나쁜 사람 입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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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하루키 선생님 참 좋아하는데, 하루키는 깔끔함, 미시마는 미려함 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짐승들의 유희에서 세명이서 등산가면서 폭포 묘사하는 장면 있는데 압권임
개인적으로 작품 전반적으로 내내 나오는 죄책감, 짐승들의 ‘유희’ 라고 표현한 점, 작품의 시작과 끝을 액자식 느낌으로 구성한게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뻔한 표현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정말 흔한 소재인 죽음을 너무 잘 쓰는 작가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