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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선생님 책은 개인적인 체험 이후로 두번째임.

개인적인 체험의 주제의식을 확대시켜 만엔원년의 풋볼에선 개인과 운명의 화해를 넘어 집단과 역사의 화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음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 여러모로 기분이 좋음. 상당한 걸작들도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걸 뛰어넘는 책은 간만임. 여러모로 문학 읽기의 진수를 느낀 듯한 소설임.

소설의 이야기는 폭력이란 테마로 3등분돼 있음.
1. 친구의 엽기적인 자살과 지진아의 탄생, 부당한 폭력에 눈을 하나 잃은 네도코로 미쓰사부로의 침체
2. 1860년, 에도 시대 말 만엔원년 당시 농민 봉기를 이끈 증조부의 동생과 봉기가 끝나고 실패한 동생을 감싸준 증조부의 이야기
3. 청년 풋볼단을 조직해 만엔원년 봉기 사태를 재현하려는 다카시와 그가 이렇게 행동한 이유.

이러한 세 이야기는 일본 사회가 맞이한 패전과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돌아온 가해자로서의 일본인의 심정을 대변한다고 생각함.

패전한 일본에 남은 것은 여러모로 수치뿐이었음. 전쟁범죄에 관여했다는 수치심과 미국에게 패전했다는 수치심 등...

여러모로 오에가 그리는 당대 사회는 패배의 원인이나 창피한 까닭을 자꾸 내국에 남은 궁핍한 조선인을 탓하거나, 다함께 잘못했으니 평등해진 거라는 식으로 돌려 책임회피에 급급해보였음.

전쟁이 끝나 혈기가 식고 나자 이성을 회복한 양심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전쟁 동안 자행한 일을 향해 끝없는 자기혐오에 시달렸고, 이러한 자기 혐오에서 벗어나 성찰하는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투쟁을 그린 작품이라고 봄.

여기까진 다소 패전한 전후 일본 민족의 시점으로 해석한거고, 소설은 개인적인 서사로 진행됨.

이러한 수치심은 전쟁 이후 조선인 부락을 습격한 전역 장병이자 차남 S형이 조선인들에게 맞아죽으면서 네도코로 일가를 병들게 했음. 즉, 네도코로 일가의 생존자인 3남 미쓰사부로와 4남 다카시는 전쟁 당시 학생으로, 전쟁의 직접적인 참여자가 아닌데도 일본 사회가 입혀온 만큼 입게 된 상처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임.

폭력이 일본 사회와 개인에게 입힌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답게, 짓궂은 장난의 희생양이 돼 눈을 잃은 미쓰사부로와 다카시의 사상적, 행동적 차이점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었음. 특히 처음에 굳이 불편하게 왜 주인공을 애꾸눈으로 설정했을까 싶었는데, 충격의 연속인 12장을 읽으면서 문학적 장치였다는 걸 보고 감탄했음.

솔직히 12장 전까지는 열심히 읽으면서도 왜 이 소설이 폭력에 관련된 이야기인지 정확히 맥을 못 짚었는데, 12장에서 주제의식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확실하게 감을 잡았음.

시고쿠의 음울한 분위기와 상실을 극복하지 못한 미쓰사부로의 방황도 꽤 괜찮게 읽었는데, 여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 소설은 미쓰사부로가 상실을 극복하는 이야기라고 결론 짓고 열심히 빌드업한 작가의 복선과 다카시의 슬픔에는 집중하지 못했던 점은 좀 아쉬움.

그리고 예상치 못했는데, 은근 이야기에 폭발력이 있어서 예상보다 더 감동적으로 읽었음.

다만 오에 겐자부로가 왜 대중에게 난해한 작가로 꼽히는 지도 확실하게 느낌. 복잡한 비유와 세밀한 시청각, 후각 묘사로 일반 독자 기준으로 좀 지치는 감은 있음.

그리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 묘사들 + 깊은 상처로 비틀어진 주인공들의 심리 + 그러한 장벽을 넘어서 알 수 있는 작가의 진의까지 해서 어렵다는 평은 이해했음. 여러모로 대중성은 확실히 포기하고, 작품의 완성도에 몰빵한 듯한 인상이 있음. 스토리텔링 자체가 불친절한 건 아니라 근성만 있으면 읽을만 하다고 봤음.

테마가 회복과 재기라는 점에서, 반성과 수치의 지옥을 건너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려는 투지가 느껴지는 좋은 소설이었음. 일본 전후 문학 중에서 제일 감명깊게 읽었음.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닌지라, 앞으로 독서력을 더 길러서 언젠가 다시 읽어볼 생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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