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청소년이 상실을 겪으며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얻고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두 줄이나 한 문단으로 요약하는 연습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차치하고, 세 화자(채운, 소리, 지우)가 겪는 이야기에는 상실, 진실,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기 어렵겠습니다. 그런데 책을 덮으며 이 키워드가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자문합니다.

김애란은 한국 문단에서 꽤 대단한 위치에 올라있습니다.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수상 경력과 네임밸류는 국내의 동나이대 작가 중 최상위권입니다. 특히 가족의 형태를 자주 다루다 보니, 어쩌면 동시대에서 '한국적'이라 할 수 있는 배경과 구성을 가장 잘 다루는 중견작가 중 하나라 할만합니다. 그런데 이런 서사 구성력과 문장력은 단편에 국한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서사에 흡인력이 없어요. 기억에 남지 않을 소설입니다.

이번 작품의 책은 행간이 넓고 페이지당 글자 수가 많지 않아, 이백 페이지에 다다르지만 중편이라고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읽으며 단편을 늘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편으로 담을 수 없는 소재들은 과한 곁들임입니다. 지우와 용식, 웹에 게시된 만화, 소리의 죽음을 예감하는 손, 채운과 엄마의 비밀, 골든 리트리버, 다른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 지우와 소리의 엄마들… 가족의 부재를 가운데 놓고 고등학교 이학년 세 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버무리다가, 마지막엔 어영부영 따뜻한 식으로 마치니 잘 정리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굳이 장편으로 썼어야 했을까요? 여전히 의문입니다.

그렇게, 몇 년째 한국 소설을 보며 느끼는 감상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이런 식의 따뜻한 흐지부지, 그들만 그러려니 하는 소설의 끝이 대체 무슨 소용입니까. 서사가 흐물거려서 작가의 장점도 묻혔습니다. 이렇다보니 최근 나오는 몇몇 인플루언서 작가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요. 물론 문장은 쉬이 읽힙니다만, 그건 그저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아예 청소년 소설이라면 좀 낫겠지만… 독보적인 단편에 비해 장편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 이야기도 단편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번 장편은 작가의 욕심이었다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