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그리예가 <엿보는 자>로 비평가상 탔는데 그 시절에 "이딴게 소설이냐?" 하면서 원로들의 반대와 비난도 엄청 났다고 함. 근데 읽다보면 프랑스 고전의 근본 플로베르 소설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도 꽤 많이 느낄 수 있음... 문체라는걸 이해할 수 있는 프랑스 소설로 <마담 보바리>랑 <엿보는 자> 강추... 로브그리예 좋은데 갠적으로 질투는 번역도 별로고 개씹노잼이었음








" 그러나 그런 행동 요령을 눈여겨보지 못해서였는지 아니면 감히 남들처럼 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는지, 기도가 다 끝났는데도 신입생은 여전히 모자를 무릎 위에 그대로 얹어 놓은 채였다. 그것은 챙 없는 털모자, 샵스카형 군대 모자, 빵모자, 챙 달린 수달피 모자, 무명 보닛 모자의 온갖 요소들이 한데 섞인 혼합식 모자의 한 유형, 요컨대 어떤 멍청한 사람의 얼굴처럼 그 말없는 추악함이 표현의 깊이를 더해 주고 있는 그런 한심한 물건의 하나였다. 살대들로 받쳐서 타원형으로 부풀린 그 모자는 우선 둥글게 감은 세 개의 테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다음에 붉은색 띠로 구획된 비로드와 토끼털의 마름모꼴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어졌다. 그러고는 거기에 자루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그 끝은 밑에 마분지를 받친 다각형이고 복잡한 장식끈들을 붙인 수가 잔뜩 놓여 있으며, 또 그 자루에는 너무나도 가느다랗고 긴 끈의 끝에 금실로 만든 가로막대가 일종의 술장식으로 매달려 있었다. 모자는 새 것이어서 차양이 번쩍거렸다. "
— 마담 보바리, 플로베르 (민음사)




" 그것은 함석으로 된 육중한 부표였고, 물 위에 떠올라 있는 부분은 곧추선 원뿔 위로 금속 막대와 판들이 조립된 복합체였다. 그 결합체 전체는 바다 표면보다 3, 4미터 높이 솟아 있었고, 원뿔 모양 받침대만으로도 그 높이의 절반 가까이는 되었다. 나머지는 보기에도 명백히 균등한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먼저 네 개의 수직 쇠기둥을 가로대들로 결합시킨 정사각형 단면의, 빛이 통과하는 가늘고 작은 탑이 원뿔의 뾰족한 끝 위에 서 있었다. 그 위에는 수직 창살들로 된 일종의 원통형 새장이 중심에 놓인 불빛 신호를 보호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 개의 이등변 삼각형이 그 구조물의 큰 축을 연장하는 한 막대에 의해 원통에서 분리된 상태로 꼭대기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속이 꽉 찼고, 하나의 꼭대기가 그다음 것의 수평적 밑변을 그 중심에서 떠받치는 식으로 포개져 있었다. 건축물 전체가 아주 새까만 색으로 칠해 있었다. "
— 엿보는 자, 로브그리예(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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