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覺스님은 녹차 티백을 잔에서 건져내면서, 요즘 건강 좋아요, 묻는다.
의자 밑에서 지하철 공사 굴삭기 소리가 덜덜덜 났다.
新生代에서 올라온 은행나무 밑을 나는 맹인과 함께 걸어왔었다.
카톨릭센터 유리문이 열릴 때마다 구름 위 신호등이 따라 들어온다.
큰스님 휘호라며 眞光不輝를 펼쳐 보여주는데
수족관에서 지브라들이 떼지어 정각의 옆얼굴을 지나갔다.
다방레지가 찻쟁반을 보자기로 싸가지고 부리나케 나간다.
천하장사 씨름 선수가 천하장사 씨름 선수를 번쩍 들어올렸다.
어디선가 천장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듯했다.
외환은행 앞 보도에 주차된 그랜저; “내 탓이오”는 샘물체였다.
전투 경찰들이 도열하여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나는 바라나시에서 온 애인 편지를 빨리 뜯어보고 싶어 가고 있는데
맹인이 지하도 입구에 한참 동안 서 있질 않는가. 난 승려에게 말했다.
나는, 어딘가 갈 곳이 있어야 하므로 인도에는 여태껏 안 가고 있다고.
얼룩말들이 지나간 뒤 물 속의 먼지; 정각은, 빛나지 않아야 할 텐데,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씨름 선수가 씨름 선수를 아직까지 들고 있다.
나팔수처럼 얼굴을 붉히며, 나는 맹인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왔다.
사실 모든 길이 낭떠러지 아닌가.
프랑스 왕립 천문학회는 새로 발견된 별에 랭보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든가.
성기를 자른 어느 젊은 스님에 대해 정각은 얘기하기 시작한다.
번개에 의해 드러난 소나무를 본 적이 있겠죠, 내가 물었다.
지하도에는 꼭 광야의 설교자들이 있다.
나는 서울서 내려온 손님들 데리고 망월 묘역으로 갔다.
은행나무 밑에서 나는 맹인과 헤어졌다.
신호등 위 빙수처럼 쌓여지는 뭉게구름; 애완용 개가 혼자서
횡단보도를 쫄랑쫄랑 건너간다. 시청 뒷골목 카시오페아 座에 앉아
나는 또 먼 별을 올려다봄시롱 밤새 술 마셨다.
요즘도 소리가 들려요, 하고 정각이 물었다.
맹인은 視覺障礙人協會가 가톨릭센터 지하에 있다고 말했었다.
나는 머리에 공기 같은 것이 빵빵하게 찬 것 같다고 말했다.
허공에 뜬 모래 무지개; 바닥에 누운 천하장사는 일어날 줄 모른다.
나는 眞光不輝를 돌돌 말았다.
나, 이번 생은 베렸어
다음 세상에선 이렇게 살지 않겠어
이 다음 세상에선 우리 만나지 말자
......
아내가 나가버린 거실:
거울 앞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는 사람이 있다 치자
그는 깨우친 사람이다
삶이란 게 본디, 손만 댔다 하면 中古品이지만
그 닳아빠진 품목들을 베끼고 있는 거울 저쪽에서
낡은 괘종시계가 오후 2시를 쳤을 때
그는 깨달은 사람이었다
흔적도 없이 지나갈 것
아내가 말했었다 "당신은 이 세상에 안 어울리는 사람이야
당신, 이 지독한 뜻을 알기나 해?"
괘종시계가 두 번을 쳤을 때
울리는 실내: 그는 이 삶이 담긴 연약한 膜을 또 느꼈다
2미터만 걸어가면 가스 밸브가 있고
3미터만 걸어가도 15층 베란다가 있다
지나가기 전에 흔적을 지울 것
괘종시계가 들어가서 아직도 떨고 있는 거울
에 담긴 30여 평의 삶: 지나치게 고요한 거울
아내에게 말했었다: "그래, 내 삶이 내 맘대로 안 돼!"
서가엔 마르크시즘과 관련된 책들이 절반도 넘게
아직도 그대로 있다
석유 스토브 위 주전자는 김을 푹푹 내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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