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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의 풍경



저자 '엘리자베스 쇼버'는 2년 동안 주한미군 기지와 유흥지를 조사했다. 그저 돌아다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미군과 한국 남자/여자와 인터뷰를 하고 더 나아가서는 필리핀/러시아 여성들을 포함한 제3국가 여성들과도 인터뷰를 가졌다. 쇼버가 궁극적으로 의문을 가졌던 것은 친미국가의 대표적인 명사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8090을 거쳐 강력한 반미 국가로 거듭났는지에 관해서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쇼버는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민주화에 대한 지원과 지지보다는 오히려 80년대 발생했던 '광주 민주화운동'의 외면이 있었다. 또한, 한국 여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장갑차 사건'과 성매/매 여성 살해 사건 '윤금이 사건'은 책에 의하면 '구조적 증폭'으로 많은 한국인이 공포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쇼버는 더 나아가서 기지촌 성매/매 업소의 출신 교체를 거론한다. 예전에는 가난한 한국 여성이 기지촌 성매/매에 종사했다면, 지금은 필리핀/러시아인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쇼버는 기지촌 여성과 미군과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다면서 '몰두 preoccupation' 개념을 사용해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여성과 미군의 관계를 살펴본 쇼버는 '이태원 서스펜스'의 단어를 가져와서 이태원과 홍대를 바라본다. 이태원은 '이타인'에서 유래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선시대부터 외국인이 거주했던 곳이다. 군부독재 시절 미군을 '이태원'에 한정시키려고 통제 전략을 펼쳤지만, 지금은 미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인다. 예를 들어 성소수자 및 소수 인종들이다. 쇼버는 '홍대'를 거론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표현 '양공주'의 탄생을 지적한다. 홍대는 이태원과 다른 예술적 공간이었지만, 미군의 활동 변경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레 미군이 유입됐다. 많은 홍대 클럽은 '미군 출입 금지'를 내걸었고, 기성세대는 미군에 의한 '젊은이의 타락'을 걱정했다. 저자는 미국의 패권이 예전보다 못하지만 기지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 말한다.



쇼버가 말하는 것들



"국면을 종합해보자면, 군사력 억지는 한반도에 이해관계가 있는 행위자 대부분이 여전히 채택하는 핵심 전략이다. 많은 것이 변할수록 오히려 현상이 유지된다는 뻔한 말은 한국 상황에 꽤나 들어맞는 듯하다. 한반도는 해결되지 않은 무력 충돌, 계속되는 군비 증강,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극심한 분쟁에 시달릴 것이다. 지역 강국, 국제 강국, 신구 강국이 계속해서 영향력을 떨치려 하는 동북아시아의 역동적인 지역으로 말이다." 112면



책을 읽으면서 '구조적 증폭'이라는 개념에 흥미를 느꼈다. 우린 뉴스/신문에서 어떠한 사건을 접하게 되면 종종 과도하게 공포와 분노를 느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조선족이 강력 범죄를 일으켜서 사회에 큰 파장을 갖고 왔다고 생각해 보자. 우린 가해자 조선족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때로는 조선족 전체로 감정이 번질 때가 있다. "저놈들이 우릴 다 죽이려고 한다."라는 공포심이 증폭된다. 쇼버는 '미군 기지'라는 폐쇄적이고 주변화된 공간이 '구조적 증폭'으로 한국인에게 현실적으로 다가갔는지 설명한다. 



"윤금이 사건 이후 미군과 연관된 행위자 및 공간에 관한 폭력적 재상상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복제, 유포가 가능하다는 이미지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인류학자 아르준 아파두라이는 이미지가 상상력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면서, 이미지와 상상력은 서로가 없이는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129면



당시 한국 좌파는 이러한 사건을 끊임없이 재생산해서 폭력의 공포를 증폭시켰다고 한다. 쇼버는 기지촌 이외에 한국인들은 미군 기지와 기지촌에 대해서 무지하다고 말하면서, 윤금이 사건의 계기로 기지촌이 얼마나 폭력적인 공간인지 상상하게 됐다고 말한다. 제국주의의 식민지 경험이 있는 한국인으로서 '어떠한 상상'이 자극됐다고 말한다.



"그곳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마저 기지촌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배가 가장 폭력적인 형태로 물질화된 민족적 수치의 공간이자 제국의 초국적 공간으로 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면 너무 과도하게 상상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에 미국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고 있었고, 윤금이 사건으로 폭발적으로 증폭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좌파 운동가가 지속적으로 한미관계 불평등 호소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구조적 증폭' 개념은 민족적인 개념에서 사용하면 무궁무진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조적 증폭은···그러면서 거기에 특히 계급, 종족, 인종, 민족과 같이 더 넓은 (상상된) 공동체가 개입할 때 어떻게 대규모의 상징적 투쟁이 되는지에 주목한다. '우주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덕성, 정치 이데올로기에 관한 무조건적 반감이 합의의 여지가 있는 사소한 문제에 개입할 때, 판에 거는 몫이 커질수록 대결은 격해진다.' 이러한 개념을 적용해 보면, 윤금이 사건은 불안정한 정치 변동의 분위기에서 미시사(참혹한 폭력으로 끝나버린 성매/매 여성과 고객 간의 싸움)가 얼마나 급속하게 거대 서사(한민족을 절멸시키려는 미국)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을 수 있다. 샬린스가 말했듯 '상상된' 것일지라도 민족과 같은 집학적 주체 collective subjects는 피와 살을 가진 실제 주체로 여겨지며 각본 안에서 인간관계와 관련한 감정과 정서를 모두 담은 채로 연출된다." 135면



여성과 이태원, 그리고 홍대



시간이 지나면서 기지촌 성매/매 업소에서는 한국인 여성보다는 타국 여성이 많아졌다고 한다. 쇼버의 저작 <동맹의 풍경>에서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부분은 인터뷰다. 쇼버는 필리핀 여성을 인터뷰하면서 미군과의 관계에서 낭만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필리핀 여성은 미군에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착한 미군'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이태원은 어떤 공간일까? 필자가 이태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군 복무를 막 끝마쳤던 시기였다. 당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가 크게 달했던 시기여서 광화문이 어땠는지 구경할 겸 갔다가 이태원까지 방문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지방 사람이 보기에 서울도 하나의 이타적인 지역이다. 거기서 더욱 이타적인 이태원을 방문했을 때, 이렇게 다양한 음식점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쇼버는 이태원을 소외된 계층이 모이는 지역이라 말한다. 처음에는 군사화 기지로 미군을 통제하려고 만든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성 소수자와 같은 소수 집단이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갈등은 존재한다. 이태원에 있는 한국 남자와 미군은 알게 모르게 갈등을 겪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러한 형국.



"오늘날 이태원은 더 이상 단순한 기지촌도 아니고 도시의 홍등가도 아니다. 무척 다양한 사람들, 주로 남성들 사이에서 제한된 물리적 공간을 두고서 영토 싸움을 벌이는 곳이자 잠재적 섹스 파트너를 구하기 위한 다툼이 가득한 곳이다. 이곳에는 많은 한국 경찰, 미국 헌병과 함께 항시 무기가 있다 보니 긴장감이 배가된다." 206면



쇼버는 몇 명과 인터뷰를 더 나누면서 결국에는 이태원을 '이태원 서스펜스'라고 명명한다. 그녀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정 사회악을 격리하는 공간으로서(207면)"라고 말하면서, 매혹과 거부감 사이 어딘가라 지적한다. 개인적으로 쇼버의 이러한 지적은 조금 과도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었지만, 최근 발생했던 이태원의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이처럼 쇼버는 미군과 기지촌, 더 나아가서 한국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살핀다. 때로는 과도하게 해석하고 미군을 짐승화하는 것 같지만, 한국이 어떻게 하다가 반미가 강해졌는지 따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 생각한다. 



쇼버는 '홍대'도 많은 양의 지면을 할애하는데, 간단히 말해보자면 홍대는 문화 예술의 거리였지만, 미군에게 침공 당하는 거리로 변질됐다고 한다. 미군이 홍대에 등장해 '한국 여성'을 유혹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한국은 과거에 있었던 '제국주의'의 악몽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는 것이다. 조금 천박하게 말해보자면, '나의 여자가 양놈에게 빼앗기고 있다.'라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당시에 많은 클럽은 '미군 출입 금지' 문패를 달았다고도 한다. 



"이 스캔들(양공주)은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기지촌 성매/매 유산이 대중적 상상력에 얼마나 끈질기게 남아 있는지, 어떻게 기지촌 지역에서 파생된 옛 모욕이나 욕설이 위험이 감지될 때, 특히 한국 여성의 행동이 비난받을 만하게 보일 때마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246면



마무리



쇼버의 글솜씨는 현란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저 감성에 기대는 글이 아니라 특정 논리를 끌고 와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저 감성에 호소했으면 읽다가 바로 덮었을 것이다. <동맹의 풍경>은 2024년 한국과 동떨어진 시대를 논하고 있지만 충분히 읽을 만하다. 당시 발생했던 사건을 토대로 한국 사회를 이해하려는 외국인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회적인 큰 파장을 일으킨(심지어 생방송 음악캠프 인디밴드 노출 사건도 언급한다.) 사건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 '나무연필'은 정희진 작가와 함께 '메두사의 시선'이라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동맹의 풍경>은 메두사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메두사 기획'의 설명을 옮겨보겠다. 



"아름다운 소녀였으나 저주를 받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괴물이 된 여인, 메두사. 인간을 돌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그러나 그 자신도 운명에 갇혀 있던 존재. 그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떠했을까. 이 시리즈는 주류의 관점에서 보이지 않는 다층적 시선으로 동시대를 구성하는 견고한 토대들을 재해석한다." -나무연필



메두사는 운명에 희생된 괴물이다. 인간은 역사의 흐름을 운명이라 느낀다. 고작 개인 따위가 역사의 흐름을 멈출 수 없기에 그저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메두사의 시선'은 그런 기획이 아닐까? 어찌 보면 운명의 소용돌이에 갇혀버린 개인들을 재해석하는 그런 기획.



쇼버는 마무리에서 한국의 '반미 감정'이 한국에서만 발생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오키나와, 괌, 하와이, 필리핀, 디에고가르시아섬 등 소규모 갈등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경제성장, 민주화 성취를 토대로 조금씩 미군과의 관계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인식했던 것 같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인이 미군에 의해 피해를 봤는데 직접적으로 재판을 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다. 필자는 이러한 쇼버의 저작이 반가웠다. 어찌 됐든 미국은 한국과 군사동맹이다. 반세기 전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피 터지는 전쟁에서 같이 싸웠고, 지금도 훈련을 같이 하고 있다. 쇼버도 그렇고 필자도 그렇지만, 단순히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불편한 부분을 언급하고 함께 개선하자는 의미가 강하다. 그렇기에 쇼버의 <동맹의 풍경>은 조금이나마 한미관계에 다시 생각할 도화선을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쇼버의 마지막 문장으로 마무리하겠다.



"···하지만 비교적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 미국의 패권이 난공불락이던 시절은 갔다는 점이다. 미군이 한국 땅에 불러일으킨 폭력적 유산, 위험한 상상, 애증이 엇갈리는 만남은 앞으로도 수년간 이와 관련한 모든 이들을 따라다니리라고 감히 예측해 본다." 2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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