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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보일드란 뭘까? 단어 하나로 쉽사리 번역되지 않기에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만큼 이 하드보일드란 단어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다만 '하드보일드함'을 설명할때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빼놓기는 힘들 것이다. 챈들러가 이 책에서 창조해낸 '필립 말로'라는 인물은 단순히 멋지고 냉혹할 뿐만 아니라, 하드보일드라는 장르 하나를 설명할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필립 말로라는 이 사립 탐정은 시종일관 냉혹하고 비장한 멋을 뽐내며 그 날카로움을 드러내면서도 잠깐의 우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목숨을 내던지기도 하는 입체적이고 신기한 인물이다.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신념을 관철해나가면서도 현실에 냉소적인 태도를 지니기에 우리는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는데, 말로가 그려나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우리는 도무지 한 마디로는 표현해내기 힘든 어떤 것을 느끼게 된다. 이는 작품의 결말부에서 절정에 달하는데, 그는 유일하게 믿으며 의리를 지켰던 친구에게까지 배신당하자 쓸쓸히 이별을 고하며 이렇게 말한다. '잘가게, 친구. 작별 인사는 생략하겠네. 가슴에 사무칠 때 벌써 해버렸으니까. 슬프고 쓸쓸하고 영원한 이별이었으니까.' 

이 문장에서 그는 단순히 마주보는 친구에게 담담히 이별을 고할 뿐만 아니라, 믿고 의지하던 과거의 친구마저 떠나보내며 다시 혼자가 된다. 그제서야 우리는 그가 그려왔던 일련의 이야기들을 떠올리고선 나지막히 생각한다. '아, 하드보일드하다.'


이 소설에선 김렛이라는 칵테일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라임 주스로 인해 상큼하고 달콤한 첫맛으로 시작하고서는 진의 도수 덕분에 입안에 씁쓸함이 감돌게 되는 이 칵테일은 말로와 레녹스의 입에서 그들의 추억으로서 회자되다 소설의 종지부에서 레녹스의 제안을 거절하고 말로가 이별을 고할때의 그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문득 김렛 한잔을 만들고는 이 기나긴 이별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적어내리는 지금까지도 말로와 이별하는 방법을 발명해내진 못했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