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풍경이지만, 가까이에선 삶의 매 챕터가 치열한 생존의 뻘밭입니다. 이는 몇 년 전 제게 찾아온 뒤늦은 실감입니다. 그동안 저는 줄곧 구경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한가한 도시민의 눈으로 낙후된 농촌과 저개발 지역의 풍경을 ‘관람’했습니다. 아-저기,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보입니다. 아래로 치닫는 중력에 저항할 힘을 잃어버리신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더 이상 제게 한가한 풍경이 아닙니다. 밥을 벌고, 그로써 삶을 버텨내는 엄정한 삶의 실체이지요.
제가 지팡이에 몸을 기댄 할머니의 눈으로 조금이나마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7할이 문학 덕분입니다. 문학은 타인의 고통에 감응해 쓰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랬을 때 비로소 위대한 문학이 탄생하고요. 작가는 제가 아닌 타인, 그러니깐 다른 캐릭터를 상상해 창조하고 거기에 자신을 이입해 사건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이내 공감하고 질문하게 됩니다.
‘내 주변에는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들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것은 본디 윤리학의 근본 질문입니다. 이처럼 문학이 숭고해지는 순간은 ‘가해자/피해자’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윤리학적 딜레마를 독자에게 제시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해보는데 있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래서 문학은 역지사지의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역지사지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학은,
제겐 더 이상 문학이 아닙니다.
문학을 통해 새로 뜬 눈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면, 세상의 허다한 ‘단언’과 ‘단정’이 얼마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서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은 <개구리>에서 방대한 이야기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그렇게 칼같이 나눌 수 있냐고 집요하게 묻습니다. 또한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은 한국의 근대화가 과연 엘리트들의 전유물로 볼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투명인간>처럼 잘 보이진 않지만 1인분의 삶을 충실히 살아낸 주인궁 ‘만수’와 같은 인물들도 중요한 역할을 해내지 않았냐는 것이죠.
저는 <개구리>로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보고, 혹시나 피해자로 저 스스로를 둔갑시켜 타인을 손가락질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투명인간>으로 시금치와 가지, 나물을 좌판에 벌여놓고 장사하는 역전 할머니의 노곤한 삶 앞에도 고개를 숙이게 됐습니다. 이렇게 저는 문학을 경유해 당신에게로 넘어가 타인을 이해해 보려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과 사회를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고민에 대한 답을 찾지도 못했고, 어쩌면 제가 삶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도 얻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 과정이 즐거우니까요.
이 세계는 사태를 해석하는 나름의 판단체계를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예컨대 법률적·경제적·정치적·종교적 판단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삶은 심연이기에 이 공식적 판단체계로는 인간사 진실을 모두 수습해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이해하기 위한 마지막 도구로 문학적 판단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마지막 진실을 구해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문학을 읽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학을 사랑합니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역지사지로 타인을 이해해보려는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예술행위입니다.
공감
이런게 독후감이고 고찰이지 선영이처럼 뒤죽박죽 앞뒤도없이 낙서같은 글싸지르는건 백날해도 아무도안봐주는이유가있음
ㅊㅊ
혹시 괜찮다면 네가 읽은 장르문학 중 top5 물어봐도 될까??
<개구리> 무척 좋았습니다 - 모옌은 친 중국정부 성향이 짙어서 약간 꺼려하였는데, <개구리>는 그 모든 선입관을 지우게 하는 걸작이었습니다. <개구리>를 예로 들어 세상에 대한 역지사지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문학의 진정한 가치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나름 안심이 됩니다. 물론 저는 문학이 주는 "인식의 지평을 넓힐 때의 카타르시스" 쪽을 더 높게 치지만요.
너도 여태껏 니가 읽은 모든 장르소설 중 top 5 말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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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요 - dc App
진실이 관건이라면 문학보다 물리학 책을 읽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
그럼 그냥 윤리학책 보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