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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스태플든의 작품들...
초능력자들을 다룬 <이상한 존>을 어린 시절 접하고 큰 충격을 받고,
그 이후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하곤 했었습니다.
스태플든은 철학박사 학위 따고 교수가 되고자 수 년 간 노력하였으나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였고,
그 울분을 소설 쓰기로 풀어내면서... 소설가로 성공하고도 끝내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 사람이더군요.
20세기 들어설 무렵, 학문에 뜻을 품고 철학박사를 받았지만 결국 문학으로 회귀한 작가들은 드물지 않습니다.
체코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카렐 차페크, 프랑스의 거장 미셸 투르니예, 그리고 영국의 올라프 스태플든...
카렐 차페크는 본래 어릴 때부터 작가를 지망하고 친형과 함께 그림책을 내면서 문학 활동을 하던 사람이니 좀 예외이지만,
미셸 투르니예는 철학박사 받은 이후 교수 자리를 노리고 있었지만 생계를 위하여 번역일을 하다가 결국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풀어가는 방식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올라프 스태플든과 통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되더군요.
그 밖에 박사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본래 철학 전공자였던 장 도르메송의 작품들도 철학적 메시지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올라프 스테플든의 작품들은 "인식의 확장"이 언제나 가장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것이 SF라는 장르의 틀을 빌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이상한 존>에서는 초능력자들의 관점을 통하여 범인들이 생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이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시리우스>에서는 지능을 갖게 된 개를 통하여 인간의 삶과 가치관의 모순을 지성적인 제3자의 눈으로 재조명합니다.
<스타메이커>는 그야말로 작가의 상상력을 끝간데 없이 펼쳐나가면서 다른 별에서의 삶을 경험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끝내는 별을 창조하여 그 별을 활용하여 전쟁을 벌이는 수준까지 인식 수준을 넓혀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올라프 스태플든은 어떤 작품이든 항상 "사고 실험"을 메인 Agenda로 놓고 작품을 쓰는 작가였고,
일반적인 "기승전결"의 형태로 작품이 진행되는 듯 하다가도 갑자기 "사고 실험"이 소설의 구조를 파괴하면서,
어느 순간 정상적인 소설의 형태를 벗어나 폭주하면서 작품 중후반부가 끝간데 없이 마구 치닫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스태플든의 작품은 차분한 서막에서 시작하지만 중반 넘어가면 갑작스럽게 난장판으로 변화하고,
작가는 그것을 통제하거나 절제하기보다는 폭발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형태로 마무리합니다.
정신줄 놓은 중후반 전개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흡인력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러한 소설작법의 방식 작체가 작가 고유의 개성이자 스타일인 셈이죠.
올라프 스태플든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을 쓰면서도 철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었고,
본래 철학적 주제로 진지하게 논의되던 것들을 소설이라는 틀에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작품을 썼습니다.
유토피아의 건설이라던지, 인간과 다른 생물과의 공존, 그리고 사회와 삶에 대한 치열한 고뇌 등을 다루면서,
제3자의 눈으로 다시 재조명한다는 설정을 위해 SF 장르의 모습을 취하면서도 그냥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작가였죠.
앞뒤 없는 전개에다가 구성이고 뭐고 짚어 치우고 반드시 폭주하는 모습이 우습고 어처구니 없게도 느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태플든의 작품들이 꾸준히 읽히고 결국 그의 작품들이 지금 고전성좌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을 보면...
소설 문학이라는 것이 약점이 아무리 많아도, "확실한 강점"이 제대로 어필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을 갈음하는 듯 싶기도 합니다.
스태플든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고 감정선을 두드리는 책은 <시리우스>입니다.
인간의 지능을 갖게 된 큰 개가 사람과 교감하면서 즐거운 삶을 누리는 듯 싶지만,
결국 짐승 취급을 받고 그것에 반발하여 인명을 해치게 되면서 이야기는 비극으로 달려갑니다.
그 개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리 중재하려고 노력해도 인간 사회는 결국 받아주지 않고,
충돌이 점차 심해지면서 모든 것은 최악으로 가고 몰락을 피할 수 없게 되죠.
<스타메이커>는 스태플든의 작품 중 상상력의 범주가 가장 넓은 작품입니다.
들판에 누워 별을 바라보던 사내가 어느 순간 다른 별의 사람에게 영혼이 넘어가고,
그것으로 시작해서 별을 만들어내는 조물주 또는 신에 가까운 별의 창조자를 이해하게 되어서
우주적인 관점에서 별을 만들어내는 규칙 등을 논하면서 상상의 세계를 극대화한 이야기를 전개해 갑니다.
유토피아의 건설이나 별의 흥망성쇠를 거대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철학적 논제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거침없이 설파하는데,
황당무계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작가는 시종일관 논리적으로 생각의 구조를 쌓고 쌓고 또 쌓아나가면서
자신이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 철학을 제대로 공부한 후 썰을 풀면, 우주적 단위로 뻥카를 쳐도 그것에 꼴딱 넘어가버린다는 증거라고나 할까요.
올라프 스태플든의 작품들은 한국에는 모두 웅진출판의 SF 임프린트 출판사였던 '오멜라스'에서만 나왔습니다.
웅진출판사를 설득하여서 '오멜라스'를 만들어서 운영하였던 박상준 대표님의 열정 덕분에 가능했었던 일이고,
저는 <스타메이커> 번역본에 수록된 작품해설을 쓰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중간 과정에서 조력하기도 하였습니다만...
결국 제가 참여한 <스타메이커>가 한국에서 너무나도 안팔려서 - 편집자의 주관이 기획에 과도하게 개입한 결과로,
시장에서의 차가운 반응 때문에 올라프 스태플든의 주요작을 모두 출간하려 하였던 박상준 대표님의 꿈은 좌절되었죠.
'오멜라스' 임프린트의 메인 스폰서였던 웅진출판사가 이후 웅진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단행본 사업을 대폭 축소 정리하면서,
한국에 출간된 올라프 스태플든의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절판 수순을 밟고 지금은 출판 시장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작가의 장광설 - 끝내주는 썰을 좋아하였던 저 같은 독자에게는 정말로 아쉽기 짝이 없는 일이죠.
참고로 토마스 핀천의 <제 49호 품목의 경매> 등을 번역한 서울대 영문과의 김성곤 교수는,
올라프 스태플든의 전기를 썼던 로버트 크로슬리(Robert Crossley) 교수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김성곤 교수가 장르문학에 대해 깊은 호의를 보여주면서 커트 보네거트 등의 작품 출간에 관여하였던 것도
이러한 배경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댓글은 게시물 작성자가 삭제하였습니다.
좋은 감상 감사합니다. 업계에서 일하신 분의 경험은 새롭네요.
출판업계에서 제대로 일했다기보다는... 작품해설 쓴 것이 번역본 출간될 때 뒷부분에 수록되어 나오거나, 신문이나 잡지 등에 문학 관련한 컬럼을 쓴 것이 게재되었을 뿐이었죠 - 그냥 그 동네에 발을 적셔본 정도... 제 직업은 전혀 다른 분야이므로, 출판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들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큽니다
살짝 발 담았다 해도 일반인들과의 시야 차이는 엄청나죠. 다음에도 좋은 글 올라오면 좋겠네요 ㅎㅎ
이상한 존 잼겠다 - dc App
중고 책방 뒤져서라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꼭 구해서 보고싶군요 - dc App
이상혼 존은 있는데. 나중에 한 번 앍어봐야겠다 - dc App
절판됐어도 전부 전자책으로 살수있어 - dc App
이상한 존 보고 싶다
꼭 읽어봐야지 잼껬다
<스타메이커>가 뒤에 서평 쓰셨다는 그 책인가요?
맞습니다
아 본문에 나와있는데 대충 읽고 생각없이 물어봤네요...
예전에 어떤 분이 책장사진 올렸을때 저 책 갖고계신분 처음보신다던가 했던게 기억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