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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엘벡 작품 중에서 대표 이미지가 있어서 꺼냈는데 꽤 괜찮네? 이렇게까지 현대사회를 자연스럽게 그린 작가는 또 처음이었음. 그리고 무엇보다 나름 재미있었음.

지도와 영토는 현대 예술의 거장 제드 마르탱이라는 가상의 작가의 인생을 그린 작품임. 제드 마르탱은 건축가 아버지를 제외하면 사귀는 사람 없이 고독하게 살아가다가 난생 처음으로 작가 미셸 우엘벡과 친해지고 싶어한다는 게 큰 줄거리.

솔직히 제드의 출세는 친구 한 명 없이 놀 시간 동안 주구장창 예술 세계에만 집중해왔으니 거장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거 인정함.

근데, 그런 제드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사람들 주변을 겉도는데도 본인은 그게 우정이 필요하다는 뜻인걸 잘 모르는 모습이 여러모로 안타까웠음. 이런 점에서는 평생 친구 못 사귀어본 사람을 현실적으로 그린 듯 싶었음.

제드의 생활은 본인의 생활과 아직 근처에 남아있는 친구가 얼마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약간 공감하면서 읽었음. 일주일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던지, 가족을 제외하면 지인이 아예 없다던지 하는 모습이 그럼. 이런 점에서는 작가인 우엘벡 본인도 고독한 생활을 잘 아는 모습이었음.

제드의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만이 그의 친구인데, 아버지가 사퇴 이후 직장암에 시달려 죽어가고, 제드는 유일한 지인을 잃기 두려워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음. 이런 와중에 자신과 비슷한 구석을 가진 소설가 미셸 우엘벡에게 이끌려 그에게 수 백억원짜리 초상화를 선물해주려는 모습도 여러모로 지독하게 외롭다는 걸 드러냄.

그리고 작가의 지식자랑 대잔치도 나름 읽을만 했음. 소설 읽으러 왔다가 백과사전 읽은 기분이긴 한데..

다만 프랑스 내국인이 아니고서야 다소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좀 있었음. 특히 작중에서 묘사하는 정치나 TV쇼는 역시 주석을 읽어도 별로 상상이 안 되더라..

1~2부에서 제드의 극단적인 외로움과 미셸 우엘벡을 향한 난생 처음 해보는 친목 도킹이라던지, 여러모로 심각한 고독이 작품의 주제가 된다고 생각했음.

사실 예술을 향한 추구와 극심한 외로움을 제외하면, 그닥 이해되는 건 없네. 그래서인지 제드의 외로움에 집중하면서 읽다가 갑자기 소설 장르가 탐정소설로 변한 3부는 대단히 이상했음. 솔직히 그만 읽을까 싶을 정도.

3부 들어서 작중에서 우엘벡이 살인 예술가에게 희생당해 처참하게 죽는 거 보고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작가 급발진 미침? 이 생각을 버리지 못했음. 그래도 제드의 고독을 주제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거 보고 아주 탈선한 내용은 아니구나 싶었으니 다행...

해석에선 제드의 외로움이 희극적이지 않느냐고 하는데, 웃긴지는 모르겠음. 본인 기준으로 제드의 외로움에 공감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고독이 주는 슬픔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

또한, 친구를 어이 없이 모두 잃은 제드를 보면서 인생에서 즐길 거리가 없다는 의견에 다소 이해하게 됐음. 이런 점에서 제드가 남긴 마지막 작품은 자기 인생과 죽음을 잘 드러낸 듯.

물론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예술에 목숨을 걸게 된 제드의 열정에 이끌려 여자 친구들과 적당히 지내는 모습을 보는 걸 보면, 이 무슨 기만자냐 할 수 있는데, 그 안에 깊은 고립과 마음 나눌 사람 없는 처지에서 고독하다는 사실이 드러남.

제드는 여자와 가족한테도 마음을 열지 못했고, 최초의 시도는 우엘벡을 향한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좌절하면서 완전한 고립에 갇혀 오래된 난방기랑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안타까움 그 자체...

저번에 나의 친구들 읽어서 그런지, 프랑스에 의외로 고독을 그리는 작가들이 좀 있구나 싶기도 하네. 물론 그래봤자 프랑스식 고독이라 여자들은 잘만 꼬시더라

하여튼 불문학 놈들이란 이런가보다... 마음에 있는 깊은 고민을 꺼내는 것 보다 여자 꼬시는 걸 쉬워한다니... 비슷하게 제드만큼은 아니어도 찐따인 나도 이건 국가 단위로 감성이 다르구나 싶네

그리고 작중에서 그려지는 한물 가서 관광 국가로 전락하는 프랑스라던지, 영 좋지 않은 치안같은 요소가 현대 유럽의 상황을 은근 잘 그려놓은 듯.

솔직히 제드가 여자친구도 못 사귀었으면 우엘벡이 미시마 재치고 독갤 갤주 먹었다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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