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임현


표제작까지 읽었는데 잠을 잘 못자 그런가? 안경 도수를 높여야 되나?

쉬운 낱말들을 배열하여 살짝 구어체 느낌의 조사로 이어붙인

어쨌거나 단단히 여민 문장들이긴 한데

왜 이렇게 머리에 안들어오지?


혼자 종알거리듯 말이 말을 낳는 양상으로

이리저리 기억 속에서 헤매는 포즈가 박솔뫼 느낌도 나고,

서사 속으로 통합이 안되는, 경험에서 주워올린 듯한

우연한 사물들, 개별적인 감각들의 선명함을 여기저기 박아놓은 게

적어도 내겐 효과적인 어필 같지는 않고..


너네들이 도덕적인 척하는 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회적 신호, 지위 게임 또는

가면을 쓰고 함께 밀고 나가는 게으른 타성에서 오는 거야 라는 식으로

슬며시 찌르고 지나가는 몇몇 대목들에서는 오히려

자신을 방어하고 도덕적인 고뇌를 새로고침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느꼈다.

약력보니 한예종 전문사 다녔던데 거기서 얼마나 시달렸을까 상상해본다.


곤조를 부리는 지배적인 염결의식의 시위에 맞서기 위해

자신의 염결의식을 더 세밀하게 재무장해야 한다는 게 피곤하고 서글프게 느껴진다.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손바닥을 마주치지 않아야 하는데

구구한 변명은 힘없는 자들이 하는 것이다.

중력을 벗어나는 원심력은 결국 힘의 문제다.


책뒤를 보니 한달 만에 4쇄 찍었더라

아무튼 조금 쉬어가는 독서를 하려고

김사과의 <바캉스 소설>에 이어 이걸 집어들었는데

쉽지 않다 쉬어가는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