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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서는 모두 죽음의 냄새가 났다. 하지만 런던 대공습만이 원인일 수는 없었다.


...


그리고 어떤 지하철을 잡아타든, 어떤 노선을 타든 결국은 같은 역으로 향했다. 마블 아치. 종점.


...


"하이드 파크 코너 역입니다" 스피커가 말했다.

우리가 내리자 문이 쉭 닫히고 열차가 출발했다.

"위로 올라가서 택시 타자."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이 옳았어. 튜브는 이제 엉망이야."


...


캐스는 대답이 없었다. 캐스는 우리 사이에 있는 바닥에 '틈을 조심하세요'라고 적혀있는 듯 바닥만을 바라보았다. 틈을 조심하세요.


...


꼭대기까지는 세 계단 남았다. 프랑스 학생들은 꽉 낀 배낭을 잡아 뽑으며 외쳤다. "알롱! 알롱! 비트!" (어서, 빨리)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목소리 너머로 지하철 소리를 들어보려 귀를 귀울였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서 반백의 노부인이 바람을 맞는 모습이 보였다. 노부인은 위에서 아래쪽으로 바람이 몰아닥친 듯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웅크렸다.


...


나도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라일락과 비와 기대의 냄새였다. 오랜 세월 <영국에서 하루 40달러로 살아남기>를 보던 관광객들과 승강장에서 손을 맞잡고 있던 신혼부부들의 냄새였다. 엘리엇과 사라와 캐스와 내가 밝게 웃으며 늙다리를 뒤쫓아 내려가고, 지하철에서 내려 디스트릭트 노선으로 이어지는 매혹적인 지하도를 지나 런던탑으로 향하던 냄새였다. 봄의 향기와 안전함과 다가올 세상.


절망과 공포와 슬픔에 잠긴 구불구불한 터널에 잡혀 있던 냄새, 미로 같은 지하도며 계단이며 승강장에 잡혀 있던 냄새, 역전층에 갇힌 채 계속해서 커져 왔던 냄새였다.

우리는 꼭대기에 있었다. "실례지만 지나가도 되겠습니까?" 뒤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

우리는 잠시 거기 서서 숨을 들이마셨다. 잎사귀와 라일락과 사랑을.

그리고 우리는 손을 맞잡고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동쪽 방향 승강장에서 마블 아치 역으로 가는 튜브를 탔다.


- <마블아치에 부는 바람>, 코니 윌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