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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지구인, 참견쟁이 신들>
바야흐로 쇼츠의 시대. 그러나 작금의 시대상이란 “시대”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급변하는,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인 것 같다. 3시간이 넘는 영화 아바타2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3억명 이상이 영화관을 찾는 한편, 30초짜리 쇼츠들이 수천개씩 쏟아진다. 정말이지 양극화, 극단화, 혼란의 시대이다. 이 극단주의 시대에서 쇼츠쇼츠라는 초단편, 엽편집이 내 눈에 띈 것도 우연은 아닌 거 같다. 꼴랑 4페이지짜리 작품이라니! 거기다 도라에몽류 SF의 원형이라니? 낮이나 밤이나 개같이 짖어대는 옆집 뽀삐도 SF를 쓰는 시대다. 하드 SF는 물론 스페이스 오페라마저 뒷방 노친네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러나 여전히 도라에몽은 굳건하다. 도라에몽을 낳은 작품에 흥미가 안 갈 수가 없다.
짧으면 3페이지 길어야 10페이지 남짓한 호시 신이치의 엽편들은 데즈카 오사무의 허무주의적 이야기와 도라에몽류의 메데타시 엔딩을 떠올리게 한다. 숱하게 봐온 그런 재미를 이제와 다시 느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나 그 재미가 신기할 정도로 온전하게 재현된다. 사회 담론으로부터 나온 SF적 설정을 깔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부족한 지면 탓에 뇌절이나 지랄을 할 여유도 없이 뒷맛도 깔끔한데다, 자칫 뻔할 수 있는 구성 역시 센스있는 반전으로 무마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디지털 시대인 오늘 날, 이제는 자판기에서조차 동전을 쓸 일이 없지만 문학은 여전히 아날로그의 저력을 유지하며 엽편의 가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요즘의 정서적 물가를 동전만으로 감당하긴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몇 편 읽으면 바로 물려버리니 오히려 중, 장편에 비해 권 단위로 읽기가 쉽지가 않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단지 느낌이 다르다, 다른 경험을 준다에 그치지 않고, 가치값이 형성되는 구조 자체의 차이가 있는 걸까? 각각의 구조의 기반이 되는 최소 단위는 무엇인가? 원자, 양자역학, 단백질 구조, 뉴런 다발. 전류의 흐름, 그러나 문화가.. 문학이.. 영혼이.. 물질의 층위에서 존재하는가? 그것들은 각각의 층계를 형성하고 저마다 독립된 층위를 차지한다. 차라리 인식과 경험이 존재하는 가장 낮은 단계는 어디인가? 라고 물어야 할 듯싶다. 인간의 인식은 어느 층위에서 이루어지는가? 어쩌면 문학의 성공 여부도 이 질문이 답을 해줄지 모른다. 그리고 SF는 그 층계 사이 어딘가 미묘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SF는 과학 기술을 대전제로 하는 상상적 이야기이다. 쥘 베른이 만들어낸 아날로그 시대의 모험물부터 시작해서, 펄프 픽션과 빅 쓰리, 스페이스 오페라로 이어지는 하드 SF의 우주적 세계관, 닥터 후와 도라에몽으로 대표되는 만화적 세계관, 그 사이의 수많은 변용들, 지금은 SF인 척하는 일기장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그 소재와 주제 역시 아날로그 기계의 사용으로 인한 모험과 갈등의 시작에서부터 기계에 들어선 영혼, 기독교 세계관의 물리적 현현, 그 정반대 편에 선 유물론적 허무주의와 정치사회적 풍자극까지 다양하다. <SF 명예의 전당>에 수록된 황금시대의 대표작들부터, 테드창의 <이해>에 이르기까지 SF는 기계 장치 뿐 아니라 허무맹랑한 설정과 가설들, 심지어 미지 그 자체를 논리적 정합성이라는 토대 위에 건설해낸다. 논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지적하였듯, SF의 정의는 그 세계의 토대가 과학이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우주선을 타고 항성 간 여행을 한다 해도 그 세계의 작동 원리가 환상이라면 그것은 동화이고 판타지이지 SF는 아니다. 반대로 말해, 마법이나 요술로 가득한 마술적 세계일지라도 그 토대가 과학적 원리라면 그것은 SF다. 제임스 카메론은 포스 벌레 라는 일종의 조지 루카스식 끈이론 설정을 언급하며 스타워즈를 SF로 분류했다. 반면 기예르모 델 토로의 세계는 판타지 동화라고 일갈했다.
결국 SF를 정의함에 있어 과학적 고증은 부수적 문제이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전의 토대이다. 이야기의 토대가 되는 세계 자체, 그 세계의 작동 원리는 과학적으로 정합한가? 다시말해 인물들의 행동과 그 결과가 세계의 작동 원리를 모순 없이, 그리고 예외 없이 고스란히 체현하고 있는가? 이 점에서 신이치의 작품들은 온전한 SF이다
(이번에 개봉한 <와일드 로봇>처럼, 어린이를 겨냥한 애니메이션 작품에선 곧잘 그 정합성 중 일부를 의도적으로 파괴하여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는다. 한편 이토준지의 작품은 SF에 준하는 정합성을 갖추고 있다.)
“쇼트 쇼트라는 형식은 그의 내부에 있는 SF를 목으로 넘어가게 하기 위한 캡슐에 불과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작금의 SF가 과학적 토대 없이 자신의, 혹은 당의 사회정치적 아젠다를 내세우는 포장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반면, 신이치는 SF 자체를 전달하기 위해 오히려 형식을 수단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그가 갖추어낸 세계의 정합성이야말로, 혼돈의 시대에도 먹혀들어가는 이 엽편집이 훌륭한 SF라는 증거이자 SF를 쓰고자 하는 작가들의 도달해야 할 목적지이다.
감상문 존나 밀린거 쓰기 귀찮아서 그냥 분량 뻥튀기 시키고 칼질 재조합하면서 정리하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올림 챗 지피티가 좋다고 해줬어
체홉도 단편전집이 안 나왔는데 이거 어케 나왔지 싶음
체홉 전집이 없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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