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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레이놀즈가 돌아본 지난 21세기는 명백히 레트로 중독에 걸린 문화적 풍토로 대변된다. 레이놀즈가 첫 번째로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레트로 문화가 형성되는 지점인 듯한데, 가장 인상깊게 강조하는 부분은 역시 ’접근하기 용이해지고, 평평해진‘ 음악의 시간이다.

물론 나는 lp 세대가 아니므로 이 부분에 대해선 발언권이 많지 않은데, 그럼에도 레이놀즈가 말하는 미디어 매체들이 현재를 어떻게 평평하게 만들어왔는지는 알 것도 같다. (책이 나온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틱.톡과 숏츠 플랫폼은 이 평평함을 명백히 가속하고 있다. 하이브 같은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짧은 영상 플랫폼의 배경 음악으로 어울릴 법한 아주 짧은 곡들로 ep를 채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라는 개념은 더 이상 연속적이지 않은, 더욱 평평하고 얇은 하나의 막이 된다.)

그 평평해진 시간 위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현재가 아닌 아카이빙에 집중하게 된다. 음악의 표준은 자연스럽게 아카이빙의 원본이 되는데, 어떤 세계적인 표준 앞에서 새로운 창조보다는 모방에 집중하게 되는 아티스트들의 태도를 레이놀즈는 무엇보다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는 아직도 저 너머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은, 레이놀즈가 이 ‘현재가 없는’ 아카이빙 시대에 남아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검토해본 후 내뱉는 일종의 희망이다.

물론 레이놀즈의 검토 및 주장에 거의 동의하지만, 조금은 반박도 하고 싶은 대목도 있다.

우선 또 다른 세계로의 전환 안에서의 파열과 같은 희열의 순간이 어떤 것인지 나는 잘 모르지만(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2집을 1994년에 처음 들었을 때의 희열은 어떤 것일까?) 그 희열의 순간이 여전히 개인에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상대적으로 조금은 평평한 희열일수는 있겠지만,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은 처음 접하는 이에게 언제나 또 다른 개인적인 파열을 가져다준다. 물론 이런 생각이 ‘결국 1994년을 겪어본 적 없는’ 내가 가지기엔 조금은 거만한 생각인 듯하지만.

무엇보다도 속으로 반박하고 싶었던 대목은 일본의 모방 사조를 따라가려고 하는 서구권의 움직임을 비판했던 <일본 따라하기> 장이었다. 사실 내가 독후감을 쓰게 된 계기가 여기부터인데, 정말로 우리는 시부야계를 ‘무국적의 장르’, ‘모방의 산물’ 정도로만 생각해야 할까? 물론 시부야계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른 음악적 원류들과 비교한다면, 시부야계는 비교적 모방적이다. 보사노바, 펑크, 일렉트로니카 등 여러 장르를 단지 일본적으로 섞어낸 장르가 시부야계임은 사실일테다. 나는 시부야계에서 본질적인 것이 섞어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스러운 섞임, 이 지점에서 이미 시부야계는 훌륭한 재창조다. 시부야계 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들이 일본을 지나치면 뭔가 일본스럽게 되어버린다. 형언할 수는 없지만, 분명 그런 일본스러움이 존재한다. 난 그 모두를 무국적의 예술이라 칭하는 것은 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같은 재료들이 있었음에도 다른 곳에서는 시부야계와 같은 것은 절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러니까 홍대나 시모키타자와나, 사실 아주 무국적의 지대가 아니다. 힙스터들과 오타쿠들이 비슷한 것들을 향유하며 거리를 돌아다니는 곳들이지만, 그들이 향유하는 방식은 (어쩔 수 없이) 한국적이고 또 일본적이다. 여기엔 교차될 수 없는 지점이 명백히 존재한다. 어떤 수렴진화적 결과물로 유사점이 어느정도 드러날 수는 있어도, 양자는 겹쳐질 수는 없다. 결국 그 공간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미시적으로 다른 가치를 드러낸다. 비슷한 소스일지언정 우리의 근원적 레트로가 너무도 다르므로.

그러니까 나는 분명 미래가 있음을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세계의 막연한 도래라기보단, 보다 미시적인 것들의 가치가 드러남에서 오는, 그간 주목받지 못한 과거에서 다른 방식으로 올라오는 미래다. 물론, (마크 피셔도 강조한 것이지만) 그 어딘가에서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미래적 대안을 끊임없이 상상하는 것이 우리에겐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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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사견이 너무 많은가 싶기도 하고
엄청 두서 없는 글이 된 것 같지만

전 좋은 책을 읽으면 사견이 많아지더라고요..
이 정도 사견은 괜찮죠?!

대중음악 좋아하시는 분들 있으시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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