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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탠드'에 이어 다크타워를 리뷰하려한다.
다크타워는 스탠드처럼 벽돌족이다. 그 길이만큼, 스티븐킹은 이 책을 수십년에 걸쳐 구상하고 썼으며 아직까지 자신의 최고작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롤랜드라는 총잡이가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다크타워'를 찾는 이야기다. '반지의 제왕'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데 제목도 그런 느낌이다.
'더 스탠드'에서 느꼈던 그 광활한 세계를 탐험하고 클리셰의 뿌리를 더듬는 깊음을 느낄 수 있길 기대했다. 확실히 힘이 필요한 곳에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기량과 야망이 느껴졌고 섬세한 부분에선 연륜이 느껴졌다. 젊은 시절부터 구상하고 작가로서 애정을 쏟은 시리즈라고 할 만 했다.
지금은 여러 매체에서 밥먹듯이 쓰이는 다중 우주, 평행세계등의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서 주인공들이 모이고 엮인다. 다른 시간대에서 온 각양각색의 인물들, 망하고 또 망해가는 세계, 그 근원을 향해 질주하는 이 모험담은 다채롭고도 깊은 맛이다. 각각의 풍미를 지닌 재료들을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우려 온 작가의 정성 때문일 것이다. 오래 우리기에 많이 담기게 되었는지, 아니면 많이 담겼기에 오래 우릴 수 밖에 없었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잘못 쓰인 재료들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입맛에 맞지 않다면, 그건 각 재료, 즉 소재들이 이제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중심이 되는 케이스가 많은 요즘 시대기에 감질맛이 나거나, 이야기의 구조를 해치진 않겠지만 좀 더 매력적으로 쓰일 가능성들이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서브컬쳐와 여러 매체에선 다중 우주와 평행 세계, 망해가는 세계와 이를 지탱하는 존재들, 상수적 존재와 변수들이라는 주제들에 대에 양적으로 질적으로 팽창해 왔기에 이에 익숙한 지금 와서는 약간 '밍밍'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불만인데, 작가는 이세계를 배경으로 그곳 출신 주인공을 세웠으며 그 중심에 있는 구조물을 제목으로 내세웠으면서 그 세계에 대한 묘사는 좀 감질맛나게 해놨다. 그 세계의 광대함, 장엄함 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그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여백이 아니라 종이 자체를 '장엄함'이라는 모양으로 오려 놓은 것 같달까, 다 그려놓은 그림을 하얀색으로 옅게 칠한 느낌도 든다. 느낌이 살지 않는다.
이는 스티븐 킹의 글쓰기 방식의 특징일 수도 있고, 그냥 내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일부에 대한 불호로도 말할 수 있는데, 5권은 상, 하의 두 권을 어떤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게 중요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완결이 7권인데 그 세계를 좀 더 탐험하고 싶은 독자로선 공간적 배경이 고정된 게 별로 였다. 이야기를 써나가는 힘은 아직 넘치는데, 이제 멍에를 잡은 작가의 손이 노쇠한 게 느껴졌다.
물론 이 세계 저 세계를 오가며 스펙타클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한 세계는 어찌 되었든 현실의 뉴욕이다. 작가가 잘 아는 세계이니 만큼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쉬울수도 있겠지만, 판타지 소설을 읽는 입장에서, 그리고 저쪽 세계도 구미를 당길 만큼 흥미로웠기에, 저쪽에 대한 묘사가 좀 더 규모 있게 있었으면 어떨까 한다.
이에 대해선 작품 내적인 진행이 그렇게 되었기 때문도 있는데, 그 광대한 땅의 대부분은 기차 타고 갔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고, 심지어 재밌는 구간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불만인 점이 이것 때문은 아니다. 망해버린 세계에 남은, 과거에 남은 것들과 현재로 이어주는 것들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떨어진다기 보단 결핍의 문제랄까.
그리고 엔딩의 문제가 있다.
그는 많은 생각 끝에 이런 엔딩을 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하자고 정했을까? 중간이 없는데,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엔딩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수 십 년을 공들인 이 시리즈를 대충 마무리 할 생각은 물론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첫 구상의 힘은 굉장해서, 그때 떠올린 그 느낌을 언제까지고 작가에게 안겨주기 때문에 바꾸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을 놀래키기 위해 잘 포장할 수도 있으니까.
엔딩을 스포하진 않겠지만, 정말 어느 정도까지는 처음부터 구상한 그 장면이었을 수도 있다. 제목이 '다크타워'니까 모든 이야기는 엔딩을 향한 여정이고, 바로 그 탑이야말로 가장 먼저 발견된 이 이야기의 시작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생각해보자. 저 위에 떠 있는 아주 멋진 무언가, 혹은 그렇게 보이는 무언가를 본다고 해보자. 작가는 그것을 잡기 위해 탑을 쌓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들 자신이 올라가기 위해 놓여진 그 구조물을 독자는 함께 한다. 그런데 작가는 자신을 사로잡았던 것에 이끌려 왔지만, 독자는 그것을 보지 못한 존재들이다. 때문에 작가 자신도 마침내 그것을 잡았을 때, 독자가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심지어 작가 자신조차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고 해서 작가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정말 생각했던 그게 도무지 아니었다면 어떨까? 아니, 애초에 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면? 작가는 자신이 세운 그 탑에 꼭대기에 독자를 세우려고 할까?
아, 그럼에도 난 꼭 그 초심의 관성으로'만' 작용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이런 엔딩 뒤에는 작가의 고뇌가 있다. 왜냐하면 어쩌면 이런 종류의 엔딩은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 만족하거나 아무도 만족하지 않을 각오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완벽이란 그런 것이다. 다수가 긍정하고 소수가 부정하면 애매하다. 하지만 1과 0의 문제가 된다면 작가는 이 험난한 세상에 필멸자로 태어난 자신을 엄청 용감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존재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용기있는 선택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뭔가...괘씸한 느낌이 드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친절하게도 작가는 중력으로만 움직이는 하향 고정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놓고는 독자를 떠민 것이다. 비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엔딩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탑을 부숴버리고 싶은 욕망이 그에게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작품 속에서 스스로를 낮춘다. 어쩌면 그럴 자격이 없는 창작자로서 땅으로 떨어져 버린 그의 궤적이 이런 식으로 나타났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는 그가 보았던 별이 떨어졌다고, 그가 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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