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비평이나 평론을 잘 읽지 않는데, 대회가 열린 겸 찾아보니 올해엔 일론 머스크 평전 2권 (월터 아이작슨, 애슐리 반스 각각 저술) 과 필립 K. 딕 평전을 읽었다. 허연 작 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또한 평전과 비슷한 범주라고 들 수도 있겠으나 설국 외 다른 작품을 폭넓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애매하다 싶다. 필립 K. 딕의 평전 또한 재밌게 읽기는 했으나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고 평전을 먼저 읽었던 터라 평전에 대한 비평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선뜻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 평전은 두 작가의 글을 모두 읽어보았으니 좀더 흥미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의문점에 든다.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이 워낙 유명하고 관련된 자잘한 사건 사고도 많기 때문에 그것을 다 알지 못하는 내가 평전에 대한 비평도 잘 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 글의 퀄리티를 깊게 생각했다면 대회에 도전하지도 않았겠지? 지금 쓰면 입선도 가능하다는 글 보고 쓰고 있는 것 맞다.
머스크 평전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두 책 중 무엇을 읽을지 고민하게 되고 관련 질문도 독갤에 꾸준히 올라온다. 요즘 주로 추천 받는 책은 좀더 최근에 출간된 월터 아이작슨 작이다. 숏츠 시대에 걸맞게 1~2장을 넘어가지 않는 비교적 적은 분량으로 각각 주제를 구성하여 쓰여졌다. 정말 짧은 기사를 읽듯 한장 한장 넘어가는 리듬이 읽기 좋았지만 나는 독갤에서 점점 틀?딱으로 진입하고 있는 나이이기 때문인지 몰입해서 들어가고자 하면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있었다. 요즘 청년들은 남녀관계에서도 그렇다는데 진득하게 깊게 파고드는 맛을 다들 알런지 모르겠다.
내가 두 평전을 읽게된 계기는 다른 이들도 그렇겠지만 일론 머스크의 사업가적 일화들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애슐리 반스의 평론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사업 초기에도 중기에도 열심히 사회에서 굴러다니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도 딸?피 취향이라 그런지 난 점점 이런게 재밌게 느껴졌다. 또, 일론 머스크의 그다지 보기 좋지 못한 모습들도 살살 다룬다. 스티브 잡스 전기로 유명한 월터 아이작슨 또한 그런 자극적인 모습들을 다루고, 일론 머스크도 상당한 또라이로 묘사된다. 다만 월터의 글 속 머스크는 허구의 인물에서 느껴지는 세련된 또라이의 느낌이 있는데, 머스크 본인도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가 모두 있다고 얘기한 것을 보면 이것 또한 많은 부분 머스크의 이미지 메이킹에 일조한다고 보인다. 스스로 adhd라거나 다른 특이한 천재 이미지를 만드는 모습도 그렇고, 이 버전을 머스크가 인정한 공식 전기라는 면에서도 이런 사실도 그다지 놀랍지 않다.
(사진도 스티브 잡스 전기 스타일로 간지나게 뽑음. 이 사진의 선택에 머스크도 참여하지 않았을까?)
같은 맥락에서 아직 살아있는 인물에 대한 전기를 쓰는 것이 과연 좋은 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지금과 앞으로의 머스크를 이해하기 위해 나도 이 책들을 정말 읽고 싶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덜 신격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더이상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사람에 대한 상상과 믿음 등이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당장 책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실제 오늘 기사에 난 이미지를 보고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해당 인물이 변화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두 책 사이에 10년 정도의 출간 년도 차이가 있는 것도 눈여겨볼만 하며, 앞으로 10년 후에도 머스크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면 그때 다른 책 한 권을 더 기대해보고 싶다.
이런 두 책의 특이점은 정치 비평과도 비교가 된다. 최근에 프랑스 잡지 르 뿌앙Le Point의 미국 정치 특별호를 읽으며, 상이한 주제임에도 무언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해당 잡지는 정치 비평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곧 있을 미국 대선을 다루기 때문에 트럼프와 카멀라, 두 살아있는 인물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머스크의 사업은 특성상 미국 정치.경제와의 깊은 관련이 있다. 스페이스X가 국가 단위 우주 사업을 따내며 사업 실패를 피함과 동시에 지금의 기업이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미국 정치와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다. 현재도 X를 통해 꾸준히 정치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 머스크의 모습에서 미국과 세계 정치경제의 장면들에서 머스크의 사업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르 뿌앙이 개인적으로 재밌던 점은 기본적으로 프랑스인의 시각에서 미국 정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예를 들면, 카멀라가 당선될 경우 차기 외교관이 프랑스에 대한 식견이 있는지, 그게 프랑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 등을 짧게라도 나눈다. 그런 점에서 두 전기는 둘다 미국 작가가 저술한 것에서 조금 아쉬울 수 있다.
대회 참가를 위해 세 줄만 쓰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센스 있는 문장을 뽑아내는 것 또한 재능이라 생각해서 생각이 드는 대로 길게 적었다. 원래 글을 잘 쓰지도 못 하고 비평? 평론? 그게 뭐임? 수준이지만 너그러이 읽어주길 바란다.
어쨋거나 어떤 업계의 대가이거나 영향력이 큰 사람들에 대한 평전은 충분히 흥미롭다. 다음번엔 나도 더 흥미로운 글을 쓸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그리고 대회 주최자분들 항상 리스펙합니다. 자 나도 이제 싸이버거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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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일론 머스크 쓰려던 분은 써주십쇼.. 그럼 글 내릴 수 있음 - dc App
프랑스는 요샌 약해졌지만 반미의 선봉이고 특히 미국 자본가 까는데는 가장 탁월하기에 (사실 사람 까는거랑 혀놀림은 세계제일임. DNA에 각인됐나 싶을정도) 머스크에 대한 가장 차가운 전기는 바게뜨국에서 나중에 나올거 같음. 그때까지 걍 숨 참을려고.
야 고거 참 재밌겠다 나도 기다린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