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섬을 만들고」
뻐꾸기는
강을 만들고,
나루터를 만들고,
우리와 제일 가까운 것들은
나룻배에 태워서 저켠으로 보낸다.
뻐꾸기는
섬을 만들고,
이쁜 것들은
무엇이든 모두 섬을 만들고,
그 섬에단 그렇지
백일홍 꽃나무나 하나 심어서
먹기와의 빈 절간을……
그러고는 그 섬들을 모조리
바닷속으로 가라앉힌다.
만 길 바닷속으로 가라앉히곤
다시 끌어올려 백일홍이나 한 번 피우고
또다시 바닷속으로 가라앉힌다.
- 『서정주문학전집』(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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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들 자체가 거의 주목되지 못한 『서정주문학전집』 수록 작품 가운데 위의 시는 그래도 드물게나마 회자되는 사례에 속한다. 그러나 이 시절의 서정주 시가 으레 그렇듯이 이 작품에 대해서도 알쏭달쏭하게 읽힐 독자가 많을 듯하다. 뻐꾸기는 기러기와 함께 서정주 시에서 자주 노래되는 새 중의 하나인데 김현, 김윤식의 『한국문학사』에는 이 뻐꾸기에 대해 정의한 딱 한 문장이 들어 있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뻐꾸기는 소년 시절의 한 표상이다.' 이것이 반드시 맞는 말일는지는 확언하기 어렵지만 일단 이 시에 있어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다시 읽으니 아주 쉽게 해석되는 경험을 개인적으로는 했다.
뻐꾸기를 추억을 만들고 현재를 과거로 만드는 시간의 흐름으로 생각해보자. 그것은 '우리와 제일 가까운 것들'을 나룻배에 태워서 강의 저편으로 보내 버린다. 뻐꾸기뿐만이 아니라 '이쁜 것들은/ 무엇이든' 그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시인에게는 뻐꾸기인 것을 다른 이에게는 다른 것으로 치환시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또는 아름다운 것들은 추억과 그리움의 감정을 만드는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닿기 어려운 곳으로 간 '우리와 제일 가까운 것들'이 있는 섬에 우리는 백일홍 핀 절간 같은 것을 세우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들을 섬으로 보낸 '뻐꾸기'는 이내 그 섬을 가라앉히고, 또 끌어올렸다간 다시 가라앉힌다. 이렇게 본다면 이 시는 추억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고 하는 과정을 노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집 읽었을 때 좋아했던 시 중 하나였는데 아름다운 순간은 기억(섬)을 남기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그런 기억들이 가끔씩 회상되는 (꽃을 피우는) 현상을 표현하는 게 인상깊었던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