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ecf82aebc73f957deefafb29e2086cd45af446793d6f997eb536c17b83ae0c4f72620b



작가 : 나카하라 마사야


노이즈 유닛 Violent Onshen Geisha, Hair Stylistics로 활동. 동시에 소설가, 영화평론가로 활동해 2001년 <모든 장소에 꽃다발이…>로 미시마 유키오상 수상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 소설판과 공동수상), 2006년 <이름 없는 고아들의 무덤>으로 노마 문예 신인상 수상. 


발간일 : 1998/9/1


목차

길가의 묘석

피로 그려진 야수의 자화상

사회복지사의 탄생

그 츠토무가 죽었다

뛰쳐나와라, 모자가정

츠토무, 불량 대학의 문을 두드려라

제너레이션 오브 마이에미 사운드 머신

소비세 5퍼센트 찬성

혼잣말은 인간을 더욱 고독하게 만들 뿐이다

이야기 종료 후, 전원 병사

어두운 복도에 울려 퍼지는, 쓸쓸한 발자국 소리의 노래

레인보우 독스 ─ 내일에의 도전장






"이번에 연기하는 권투선수 지망생 청년 연극, 평가가 아주 좋더라. 축하해."

"고마워. 이번 공연은 두 번째 상연이라 손님이 와 줄지 걱정돼서, 벌써부터 위궤양이 걸릴 것 같았어. 그런데 첫 날 매표소를 엿보니 젊은이들로 가득해서."

"오오, 젊은이들이 그 연극을... 시대가 바뀌었군."


베테랑 여배우 야마모토 노부코는, 소꿉친구인 요시다 요코가 드물게도 자신을 칭찬했기 때문에, 분명 꿍꿍이가 있다고 여겨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그녀를 알게된 지 50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런 일은 일찍이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서로를 뒤에서 험담하고, 상대의 불행에 기뻐하는 사이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요코도 함께 이 성공을 축하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노부코는 생각했다. 아직 요코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 연극의 주인공인 청년은, 요코가 아끼는 조카 요지를 모델로 해서 대본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요지만은 달랐다. 권투선수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성실하게 체육관에 다니는 훌륭한 청년인 것이다. 이 연극은 노부코가 요지를 향해 보내는 응원가와 다름없었다.


화려한 프랑스풍 카페의 창문을 통해 귀여운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모든 젊은이들이 이 새들처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도록 세상이 바뀌어 가기를. 마음속으로 소망하는 노부코였다.


"그러고보니 이 연극을 요지에게 보여주면 어떻게 생각할까?"


요코는 방금 내린 뜨거운 커피를 단숨에 들이키더니 혼자 생각에 잠긴 노부코에게 말했다.


"그러게." 노부코는 사실을 말해 버릴 뻔 했지만, 갑자기 시계가 신경쓰여 그럴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큰일났다. 방송 지각하겠어."


노부코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텔레비전 방송국은, 의외로 조금 전 카페에서 차로 금방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늦지 않고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이 자리는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자리입니다. 슬프게도 점점 세대 간의 간격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것은 결코 교육이라든가, 행정의 잘못이 아닙니다. 남에게 책임을 떠넘길 여유가 있다면 각 세대가 서로에게 먼저 다가가 가벼운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이 시간만큼은 연장자를 공경해야 한다는 진부한 도덕은 잊어버리고, 격의 없는, 허심탄회한 말투로 서로 이야기해보지 않겠습니까?"


캬바레의 지배인같은 화려한 나비넥타이가 눈에 띄는 사회자가 열띠게 떠들어댔다. 내용만 바꾸면 블랙팬서의 연설 같기도 하다.


"자, 오늘의 게스트는 여배우 야마모토 노부코 씨입니다. 환영합니다."


사이키델릭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프린스의 <Around the World in a Day>의 커버 같은) 그림으로 장식되어 세트 중앙에 놓여 있는, 거대한 노부코의 웃는 얼굴 사진 패널이 문처럼 열리고, 안에서 노부코 본인이 나타난다. 개구리와 물개, 원숭이나 판다에 섞여 한 마리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이 있는 것이 굉장히 눈에 띈다. 다른 동물들은, 관람석의 젊은 관객들이 마구 쓰다듬고, 어루만지거나, '귀엽다' 라는 말을 해줘 느긋느긋 모드가 되고 있지만, 그 생물의 근처에는 사람들이 아무도 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우선 그 냄새가 참기 힘들고, 때때로 불쾌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인기가 없는 이유이다. 심지어 인간 정도의 크기에다, 아무래도 앞도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고, 공연히 세트나 스탭에 부딪히기도 했기 때문에 민폐라고 여겨졌다.


"자, 여러분들은 21세기엔 몇 살이 되었을까요?"


사회자가 말을 꺼내자마자 관객 중 한 명이 씩씩하게 손을 든다. 머리가 나빠 보이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꾀죄죄한 차림을 한, 쓸데없이 머리카락이 가는 남자다.


"제 이름은 모리무라입니다. 제가 앞으로의 미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대체 무엇이 필요할까요?"


사회자가 가로막았다.


"자네는 야마모토 선생님의 신작을 아직 안 본 것 아냐? 보고 나서 여기 오는게 최소한의 조건인데! 미안하지만 퇴장이야, 퇴장."


AD에게 붙들려 끌려가며, 머리카락이 가는 남자는 스튜디오에서 사라진다.


"나는 21세기엔 일흔이 넘기 때문에, 딱히 젊은이들과 싸우려는 생각은 없네. 하지만 사회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극이 그런 주제라는 건 여기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알겠지."


스튜디오의 전원이 끄떡였다.


"그 작품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벌써 바이블이 되어 가고 있다네요."


사회자가 말하자, 다시 한 번 스튜디오의 모두가 끄떡인다.


"어머 정말요.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그 작품은 제게 있어서 소중한 친구의 조카를 모델로 하고 있거든요. 그 아이에게 감사를 전해야겠네."

여기에 있는 모든 젊은이들이 나를 존경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노부코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이 감정을 지금은 죽은 남편에게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다. 이 얼마나 멋진 하루인가.


"끽, 구엑"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섬뜩한 생물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온 몸에서 찐득찐득한 점액을 뿜고 있다. 이 액이 불쾌한 냄새의 근원일까. 그동안 무시하려고 애쓰던 노부코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끝내 응시하고 말았다. 그것은 소름끼치는 생물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그것의 모든 것이 증오와 혐오를 불러 일으켰다. 그야말로 병적인 이미지네이션의 산물 그 자체다. 왜 다들 이렇게 징그러운 생물에 소름끼쳐하지 않는 걸까. 한시라도 빨리, 보기도 역겨운 이런 생물이 사라지면 좋겠다. 라고 노부코는 마음 속 깊이 생각했다.


"그러면 야마모토 씨의 연극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비디오로 준비했으니 보도록 하죠."


사회자가 말하자, AD가 휴식시간을 알린다.


그 사이에 노부코는 AD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저 염병할 불쾌한 건 대체 뭐야. 속이 메스꺼워지니까 빨리 어디든 치워 버려."


불쾌한 생물은 아무래도 자신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는 걸 깨달은 듯, 숨을 죽이고 노부코 쪽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희도 좋아서 데려온 건 아니에요. 다만 저런 추한 것도 평등하게 나오지 않으면 차별이라면서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젊은 AD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 미덥지 못한 대답에 노부코는 화가 났다. 어떤 이유에서든 불쾌한 것은 불쾌하다. 그런 건 한시라도 빨리 배제해야 한다. 노부코는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텔레비전 모니터 쪽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거기엔 그녀의 무대를 녹화한 영상이 틀어져 있는데, 이 연극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명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자신의 열연에 푹 빠진 노부코의 눈은 모니터에 고정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돌연 굉음이 들리고 스튜디오 안의 사람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 불쾌한 생물이 노부코의 얼굴 사진 패널에 스스로 달려들어, 피바다 속에서 숨이 끊긴 것이다. 그녀의 웃는 얼굴에 십자가처럼 각인된, 수수께끼의 생물이 존재했다는 유일한 증거. 그것이 정말로 얼굴에 묻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귀가 후에 필사적으로 얼굴을 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