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나 숏폼에 위와 같이 "대니얼 길버트 교수가 뇌 촬영해보니 집중할 때 행복하고 휴식할 때 불행하다"는 얘기가 반복해서 나오는데, 내가 아는 내용과는 좀 다르다 싶어서 좀 알아봄.
일단 저 레퍼토리가 유행하게 된 계기를 찾아보니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라는 책이 나옴. 아마 최근에 저 책이 아이브 장원영도 읽는다고 유명해지면서 여기저기서 다시 동기부여 용으로 회자되는 중인 모양.
(그래프는 설명이 잘못된 것 같은 게, 원의 크기가 클수록 집중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일할 때 가장 집중하고 섹스와 기도에 가장 집중하지 않는다는 말이 됨)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 대니얼 길버트 교수의 연구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에 나온 것과는 많이 다름.
일단 연구방법부터가 뇌 촬영해서 행복 호르몬 수치 스트레스 지수 살펴보는 그런 게 아니라, 스마트폰 앱으로 푸시 알림 울리면 지금 뭘 하고 있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적게 한 것임. 물론 이런 경험표집법도 일반적인 설문조사보다 훨씬 정확한 연구방법이긴 하지만, 분명 뇌영상 촬영과는 거리가 먼 방법임.
또한 연구에서 주장하는 건 '집중할 때 행복하고 휴식할 때 불행하다'는 게 아니라,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방황할 때 불행하다'는 얘기임. 오히려 짤에 나온 것처럼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든 휴식하고 있을 때든 딴생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음.
이러한 딴생각을 뇌과학에서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고 함.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딴생각에 빠지는 건 인간의 기본 동작 같은 거라, 사람이 아예 딴생각을 하지 않고 집중하면서 산다는 건 불가능함.
게다가 딴생각(=DMN)이 꼭 부정적인 것도 아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도 현재에 집중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임. 길버트를 비롯해 많은 학자들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기억의 보존이나 창의적 문제해결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봄.
결론적으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저자는 심리학 연구 결과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각색하는 것도 모자라, 과연 해당 연구를 직접 읽어보고 인용한 것은 맞는지 의심되는 서술(뇌 영상 촬영, 행복 호르몬, 스트레스 수치)을 반복하고 있음.
이 분야의 문외한이라 그렇다기엔 저자 소개를 보면 독일에서 철학 박사를 받고 철학 상담에 관한 책도 썼고, 결정적으로 고려대 철학 연구소에서 '인간 행복의 조건'을 3년 동안 공동 연구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정도 연구 인용도 제대로 못하는 그가 과연 자기 연구는 제대로 했을지 합리적 의심이 드네.
문제의 길버트의 연구를 소개한 기사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235534
본문에 첨부한 마음방황에 대한 글
https://maily.so/mind/posts/fca43346
점점 더 많은 인지신경과학자, 사회심리학자, 신경학자 들이 기본 모드 신경망 덕분에 세계가 지금 이 순간의 모습과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여기에는 과거를 기억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포함된다. 이 주목할 만한 능력은 인간 삶의 두 가지 큰 도전인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기’와 ‘앞질러 이익 챙기기’의 갈등 상황에 대처할 때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의 저자이자 재치 있는 표현을 잘하기로 유명한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기본 모드 신경망을 가리켜 비행사 훈련용 비행 시뮬레이터와 비슷한 종류의 ‘경험 시뮬레이터’라고 부른다. 미래세계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당신은 미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를 더 잘 갖추게 될 것이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리사 펠드먼 배럿 저
역시 길버트 센세
심지어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는 경험표집법의 신뢰성에 대해 한 챕터에 걸쳐 설명함...
그냥 냅다 원전을 읽어버리자 ㅇㅇ
제목부터가 역겨운 상술인데 더군다나 한국인 저자면 당연히 걸러야지
젤 별로인책 난 1점준다 이책ㅋㅋ그냥 지 생각대로 쓴책~~
한국에서 나름 이름 있는 니체 전공자임 믿을만한 학자인 건 맞음 지금 고려대에 연구교수로 있기도 하고 - dc App
본문에 적었듯이 자칭 행복 연구자라면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지맘대로 적으면 그게 어떻게 믿을만한 학자임
제 2의 미움받을 용기네 ㅋㅋ
이 사람 인스타 참 열심히 하심
이사람 책들 자기주관 너무 심해서 걍 쇼펜하우어 번역본읽엇다 저책은 안읽고 만흔살 니체 읽엇는데 너무 자기 생각 많이 들어감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