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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 이외의 튀르키예 작가는 거의 처음인거 같은데, 쥴퓌 리바넬리 책도 읽기 어렵지 않고 재밌었음. 오히려 기대 이상이라서 대만족.

일단 이야기를 설명하자면, 황족으로 태어나 의도치 않게 권좌에 올라 30년간 오스만 제국을 지배한 독재자이자 노련한 외교술의 소유자인 압둘하미드의 삶과 치세를 그린 작품임.

당시 오스만 제국은 쇠퇴의 끝에 이르러 붕괴하기 시작한 상황이라서, 서구 열강들을 어떻게 구슬리는지가 제국의 생존에 가장 중요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겠음.

압둘하미드는 편집적인 독재 정치와 교묘한 피지배 민족 갈라치기로 신민들의 생활을 망가뜨렸지만, 반대로 뛰어난 외교술로 서방 세계의 지원을 받아내 러시아의 남하 정책과 피지배 민족 준동으로부터 제국의 수명을 연장시켰다는 평가가 공존하는 특이한 황제였음.

그리고 소설은 압둘하미드가 폐위된 시점부터 시작함. 이런 점에서 독재자의 인생을 그린 소설 치곤 도입부가 되게 특이했다고 생각함.

재밌게도 폐위된 독재자 압둘하미드는 그저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연약한 노인으로만 보이는데, 이런 모습이 참 기묘했음. 스탈린 같은 독재자도 실제로는 겁쟁이였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거도 그렇고, 그토록 잔인한 폭정을 펼쳐온 독재자들의 인간으로서의 모습은 여러모로 애처롭기까지 했음.

실제로 작가가 그린 압둘하미드는 연약한 성품에, 치세 내내 실시해온 반동적인 보수정책과 어울리지 않게 서구 문화를 사랑하는 지식인이며, 셜록 홈즈를 즐겨 읽으며 가구를 만드는 취미를 가진 둥, 사적으로는 도저히 독재를 일삼는 위인으로 보이질 않음.

그러나 이런 압둘하미드는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면 아주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버리는데, 권력을 향한 욕망이 섬뜩하면서도 무시무시했음.

압둘하미드는 작중에서 암살이 불발할 때나 위태로운 분쟁 앞에서 교활한 본모습을 드러내 자기 손은 더럽히지 않은 채 이간질과 노련한 선동으로 최고의 결과만을 훔쳐가는 양면적인 모습을 드러냄.

사실, 어느 쪽이 압둘하미드의 본 모습인지는 작가 본인이 그렸듯이, 정확하지 않았음. 평범한 지식인을 독재자로 변모시키는 것이 권력인건지, 권력을 탐하는 성격이 그의 본성인지 참 오묘하면서도 무서운 부분이었음.

결말은 권력을 향한 욕망을 섬뜩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직접 읽어서 봤음 좋겠음. 이런 식으로 권력이 사람을 변질시키는 모습을 정확하고 무시무시하게 그려내는 작품은 또 처음이었음.

한편으로는, 이 소설은 현재 튀르키예의 집권 정당, 보수적인 정의개발당 당수이자 독재자인 에르도안 정권을 저격한다고 해석하기도 좋은 소설임. 애초에 에르도안의 외교 정책이 압둘하미드랑 비슷하다는 평가도 많고...

쥴퓌 리바넬리는 그동안 찾아본 작가 정보도 그렇고,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현대 튀르키예의 고질병인 독재를 경고하는 작품을 쓴다고 생각함.

작가는 문화인이자 독재자 압둘하미드와 폭군을 축출하더니 마찬가지로 폭정을 자행하는 청년 튀르크당(연합진보위원회)의 양면성을 통해 권력이 만드는 인간의 또다른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 정치의 본질과 권력의 도취를 향한 경고를 남겼음.

독재자가 탄생하는 이유는 권력 자체가 악해서도, 독재자가 태생적으로 사악해서도 아니라는 시각을 제시하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음.

그리고 당시 시대 상황이 적절히 묘사돼 있어서, 본인처럼 오스만 제국 말기 모습이 궁금해서 읽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작품임. 이야기로써도 상당히 완성도 있는 작품이니까 완전 추천.

꽤 좋은 작가를 접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음. 다음엔 쇠퇴기 오스만 시대를 그린 살모사의 눈부심을 읽을지,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인구 교환을 그린 어부의 아들을 읽을지 모르겠네 ㅎㅎ 읽을 작가가 늘어서 좋다

딱하나 마음에 안드는 점은, 번역 다 좋은데 알라신이라는 표현이 살짝 익숙하지 않아서 애매했음. 보통 알라면 알라, 신이면 신으로 통일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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