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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3도 금지어 실화냐?
요즘 문학을 어떻게 잘 읽어야 하냐고 뭔가 참고할 만한 게 있냐는 사람들한테 추천하는 책이 몇 있다. 솔직히 내가 그런 류의 수업을 제대로 들은 적이 없어 잘났다고 가르쳐줄 사항은 없지만, 좋은 참고서적을 얘기하는 거야 문제될 게 없으니까. 적당히 정석적인 문학 비평이 어떤 식인지 알고 싶다는 사람한테는 로이스 타이슨의 <비평이론의 모든 것>을 추천하고, 괜찮은 비평서가 뭐가 있냐는 질문에는 적당히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를, 좀 더 어려운 걸 원하는 사람에게는 노스럽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를, 그리고 그냥 괴팍하고 분석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롤랑 바르트의 <S/Z>를 추천해준다. 애석하게도 마지막은 아직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언젠가 그럴 일이 다시 생긴다면 유튜브에서 <Shikanoko but it's a Markov chain> 영상을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기도 하다) 그러니 이 라인업에서 가장 무난한 책은 <비평이론의 모든 것>인 셈이다.
하지만 그 책은 그리 무난한 책은 아니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비평'이론'-곧, Criticial Theory-에 대한 책이고, 이론이 꽤나 근사한 것과는 별개로 그 예시는 어디까지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이론마다의 차별성이 돋보이게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단 하나만을 예시로 삼아 서로 다른 이론으로 이 작품을 비평하며 세부적으로 무엇에 주목하고 어떻게 전체 내용을 구성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좋지만, 사실 이 방식이 일반적으로 문학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좋은 방식은 아닐 테다. 이건 글을 어떻게 잘 끼워맞춰 비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지, 실제 글에서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보니-물론, 어떤 비평 이론들은 분명히 정치적이고, 그 은밀히 숨겨진 요소를 파헤치는 정치성이야말로 비평의 핵심이라고 여긴다-<비평이론의 모든 것> 외에 다른 좋은 교양서가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왜 이 이야기를 <교수처럼 문학 읽기>에 대한 감상으로 쓰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갈 테다. 아마 국어 교과서와 문학 비평 사이의 절묘한 중간선쯤에 위치하고 있을 법한 책으로, 여러 흥미로운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예시를 보여주며 짧지만 굵게, 문학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혹은 읽어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아마 신비평의 '자세히 읽기' 영역에 주로 집중하되, 구조주의적이거나(원형, 신화 등) 신역사주의적인(현시대의 에피스테메 밖에서 읽기) 요소들 역시 적당히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어떻게 그리스 신화/기독교 모티브가 문학에 녹아들어 슬쩍 독자를 유혹하고 있는지-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 여러 장면에서 예수와 유사성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든가, 유령이나 뱀파이어 같은 고딕적인 요소가 문학에서 사용될 때에는 대체로 뭔가를 비유하고 있다는 것을-헨리 제임스의 <데이지 밀러>에서 사람을 고갈시키는, 빨아들이는 인간군상을 뱀파이어로 해석할 수 있을까?-설명한다든가.
물론 신역사주의적인 측면에서도 그런데, 포의 <어셔 가의 몰락>을 단순히 글의 묘사 그 자체로만 해석하는 것은 실제 텍스트가 담고 있는 의미를 충분히 포섭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때 유망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노쇠해 서서히 죽어가는 유럽과 새롭게 태어나 아직은 미숙하지만 젊음의 생기가 느껴지는 미국 사이의 대비는 여러 작품에서 등장하며, 죽어가는 여동생이 이미 죽은 줄 알고 황급히 매장한 어셔의 엽기적인 행위와 그 행위가 밝혀진 뒤 도저히 진실을 감당하지 못해 충격을 받으며 쓰러지는 사람들, 이 모두를 둘러싸고 무너져 내리는 장엄하지만 낡아빠진 어셔 가의 잔해는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최소한 이 어셔라는 이름 자체도 미국적인 것은 확실히 아니었다!) 여기에서 포가 유럽과 미국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를 해석하는 것이 본격적인 신역사주의적 비평의 시작이겠지만, 여기서 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물론 모든 세련된 모더니즘 문학이 그렇듯, 신비평이 그리 좋아하는 아이러니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건 젠체하는 서구 현대문화에선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책에서 다루는 온갖 형식, 상징, 원형, 서사 등등이 숙련된 독자에게 암시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천연덕스럽게 뒤틀려 반대로 되어 있는 조소. 시 전체는 들어본 적이 없더라2도 문구만큼은 너무나도 유명한 T. S. 엘리엇의 <황무지>의 첫 구절,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겠는가? 헨리 제임스의 <데이지 밀러>에서 노쇠한 유럽의 삭막함을 대표하는 중심인물인 프레드릭 '윈터'본을 이야기하며 봄에서 겨울까지의 흐름이 생로병사를 말한다는 걸 이야기하다가 나온 게, 새로운 생명이 싹트는 봄보다는 차라리 냉랭한 겨울의 동토에 몸을 누이는 게 낫다는 선언이니 말이다. 아이러니에 대해서는 이 책 밖에서도 늘 예시를 찾아볼 수 있겠지만, 최근까지 읽어본 현대 문학 중 이를 가장 선명하고 세련되게 다룬 건 역시 쿳시의 <추락>이지 않나 싶다. 소설의 구성 자체가 이를 위한 수준이니까.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본격적인 문학 독해, 혹은 비평에 관심 있는 사람이 한 번 읽어보기 좋을 만한 여러 소재와 설명이 가득한 책이다. 다만 읽으며 약간 아쉽다, 라기보다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던 순간이 있었는데, 책 말미에 실제 문학 작품을 토대로 여태 배운 걸 적용해보자는 예시 겸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 파티>를 소개한다. 언덕 위의 부잣집에서 사는 여주인공이 일꾼들에게 호감을 느끼다가 파티 직전에 사망한 일꾼을 신경 쓰며 이들의 집을 찾아갔다가 무언가 깨달음을 얻고 할 말을 잃는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글이었지만, 그 비평으로서 제시한 것을 보면 볼수록 뭔가 기분이 이상해졌다. 부유한 지역에서 빈곤한 지역으로의 하강을 신화적 모티브로 해석하며 올림푸스의 신이 유한한 생명의 저승으로 내려온 것에 빗대는 모습. 뭐랄까, 참, 문학 향유라는 게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부정할 수 없이 유한계급만의 문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호프만스탈의 <672일째 밤의 동화>를 읽으며 유미주의의 시선 바깥의 삶을 묘사하는 것이 어떻게 죽음이 되는지를 생각할수록......
AP lit에서 자주 읽히는 책인 거 보면 (사실 전국적으론 모르겠지만) 확실히 유사국어교과서적인 측면이 있음
그럴만한게 이거 사실상 문학 교양 수업 하나 강의록을 실전압축해놓은 느낌임 한국 국어 교육도 이런 신비평적 접근에 영향 강하게 받았고
예전에 이거 읽어보고싶었는데 절판된상태로 애69미뒤진 중고가였다가 개정판 찍어내서 바로구매함 ㅎㅎ
굿 잘읽었당. 지금은 절판됐지만 김욱동의 광장 일곱가지도 좋은 책인데.. 재출간안할랑가 - dc App
댓글 잘 보고 있었는데 그냥 지웠네
독자보단 작가를 위한 책처럼 느껴졌음 - dc App
ㄷㄷ - dc App
ㄷ
당신처럼 서평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모든 내 텍스트에 대한 경험이 파편적으로 존재하고 당신처럼 어떤 텍스트와 유사한 어떤 텍스트를 툭툭 던져 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음. 이를 위해서는 우선 많이 읽어 지식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선수 과제인지 아니면 <교수처럼 문학읽기> 따위의 독서법 책을 찾는게 맞는지 궁금함
또한 문학과는 다른 성질의 철학적 텍스트를 읽을 때 어떤식으로 읽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구해도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