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을 때는 대작이라니까 의무감에 읽었는데
재미고 뭐고 없었다. 내용은 둘째치고
형식이 상당히 난잡하고 중구난방으로 느껴져서
이거 어쩌라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다시는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어깨에 힘빼고 다시 읽으니
나름 재밌긴 하더라.
하지만 여전히 그 복잡한 형식에는
솔직히 공감에 안 간다.
북유렵과 남유럽을 가로지르고
중세와 근대의 접경에서 고대 희랍을 소환하고
다시금 도래하는 시간들을 예언적으로
드러내는 느낌이라 그 스케일에 압도되긴하지만
욕심에 너무 과하신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가장 흥미로운 존재는 2막에 등장하는
호문쿨루스인데 희지부지 처리된 거 같아서 아쉽다.
헬레나 나오는 3막이 제일 재밌었다.
(근데 헬레나와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자매였냐? 첨 알았네)
괴테는 진짜 천재구나 싶더라.

절대선과 진리를 찾아 헤맨다는 면에서
'신곡'과 비교될 수 밖에 없겠다.
'신곡'이 선한 안내자에 의지하여
지옥과 연옥을 거쳐 상승하는 내용이고
고전적이고  균형감있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면
'파우스트'는 지혜로운 악한에 이끌려
그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헤매다니는 내용에
각 부와 막이 서로 불연속으로 붙어 있어서
꽤나 실험적이라는 느낌까지 든다.
게다가 파우스트는 구원 받았지만
과연 그가 구원 받을만한가
혹은 그게 구원있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책을 덮고 나서도 번민하게 되는 거 같다.
무엇보다 파우스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메피스토와
악이라는 것의 현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

암턴 다시 읽어보니 지나온 시간에 대한 회한이
아주 쩔어 버린다. 역시 처음 읽었을 때처럼 앞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만
또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죽을 때 가까워 오면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라나.
그때가 오면 나의 그레트헨을 떠올리며
뼈져린 슬픔에 잠기게 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