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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갇혀 있던 막다른 구렁텅이에서 밖으로 추방당하는 참이었다. 그러나 바깥에서도 나는 여전히 갇혀 있을 테지. 끝까지 탈출하기란 결코 불가능하다. 안쪽에서도 바깥쪽에서도 나를 짓이기고 목을 조르기 위한 단단한 손가락, 우람한 팔은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다.”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는 오에의 첫 장편 소설이다. 초기 오에 작품들의 특징은 매우 폭력적이고 그로테스크하다는 점이다. 그의 데뷔작인 단편 <기묘한 아르바이트>에서는 개를 때려죽이고 가죽을 벗기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점점 광적으로 변해가는 3명의 학생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처음 이 단편을 읽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찐득한 분위기 속 불쾌한 묘사들, 광기에 모두가 익숙한듯이 행동하는,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사건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서술로 참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감정과 표현들 때문에 완독 한 후에는 여운이 남으면서도 찝찝한 감정이 들었다.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는 앞 단편과 서사는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오히려 단편에서는 부각되지 않았던 점들도 새롭게 발견했다. 우선 오에의 문체다. 단편에서는 짧아서 그런지 그의 만연체가 비교적 단순하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문장이 아주 난잡하고 지저분하다. 오에의 필력은 첫 장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미친 수준이지만 문체는 정말 읽기 쉽지 않고 불친절하다.

이 소설은 감화원 출신 소년들이 고립된 시골 마을에서 겪는 며칠간의 이야기다. 전염병이 도는 마을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아포칼립스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방인이자 버림받은 개인들은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행복을 찾고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이 소박한 유토피아는 다시 돌아오는 주민들에 의해 붕괴되고 만다.

소년들은 악동적이면서도 순수한 면이 내비쳐지는 “새싹”인데 반해 어른들은 철저하게 타락하고 파렴치한 “짐승”, 악이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한 점은 오히려 작품 내에서는 소년들이 “짐승” 취급을 받고 “새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른, 즉 권력자들은 아무리 대항해도 넘어설 수 없는 벽이다. 여기서 오직 주인공인 “나”만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투쟁한다.

어른들이 떠난 상태의 마을에서 동료들은 자신들이 자유라고 믿지만 결국은 새장 안에 갇힌, 벗어날 수 없는 공간 속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포기한 와중에 “나”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홀로 끝까지 저항한다. 이는 마지막 장면인 마을을 탈출하려는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가장 잘 나타난다. 단지 폐쇄된 공간만을 빠져나오는게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 틀과 한계를 넘어서고 초월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 그로테스크 문학이 아니라 하나의, 오에식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