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궁(扇宮)

이 궁궐의 기둥들이 전한다

장장하일(長長夏日)을 사랑해 마지 않음이여

목단(牧丹)의 뜰에는 목단(牧丹)이 졌고

역대 사직(社稷)의 혼백들이 그늘을 이룬다

바야흐로 여름이 물러가려 하며

사위 절은 궁녀의 흰 손으로

밤 같은 오랜 파초선(芭蕉扇) 부채 바람을 바친다

세상에서 오직 하나 따름인

여왕 1대의 어깨 너머로

어두운 바람자락을 일으킨다

어전(御前)에 둔 상과 벌은 떠나갔다

그리하여 한 사음신하(邪淫臣下)의 죽음을

작은 실패 실과 같이 방사(放赦)한다

다 물러가라 뜻하여 다 갔다

잠깐 속세백성들의 소리를

이 궐내에 들지 않게 하고

여왕은 부채바람을 등져서

시골 느티 아래의 낮잠결에 든다

비로소 여름 구름 속의 선왕께

노란 환생의 옥새를 바쳤다

현세에 남은 일 다못 능(陵)을 쌓고

제 몸소 온전함으로 돌려준다

이 옥조(玉朝)의 승전(勝戰)보다도

그리운 그리운 땀 일합(一合)을 닦아냈다

바야흐로 여름이 물러간다

온 궁중이 깊어서 부르르 떨고

태아가 첫 울음을 마련하도록

찬.란한 낮 번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천둥의 피가 퍼붓고

여왕의 환몽(幻夢)이 불현듯 깨었다

어느 해 입추(入秋)의 대추나무와 같이

예대로 궁녀 부채바람을 받을 뿐이다

저 뜰에는 무슨 꽃을 심으라 할지

그러나 여왕은 바람을 그냥 두고

그 외로운 허리로써 내전(內殿)에 든다

짐 있어 장장하일(長長夏日) 사랑해 마지 않음이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