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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어째서 러스트 벨트 사람들은 트럼프에게 열광하느냐? 는 의문이야말로 저자가 탐사취재를 하고 이 책을 쓰게 된 근본적 이유였을 거야. 첨언하자면 저자는 트럼프를 매우 경계하는 사람(저렇게 생각하면서도 용케도 트럼프 지지자들 한복판으로 들어가서 밀착취재를 했구나 싶을 정도)이고, 정말로 이들이 현상타개를 원한다면 사실 트럼프가 아니라 버니 샌더스를 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같았어. 샌더스는 트럼프와 대극을 이루는 또다른 아웃사이더 정치인이라며 샌더스 열풍에도 한 장을 할애해서 (꽤 호의적으로) 써주고 있기도 해. 일본 리버럴의 아성인 아사히신문의 기자가 일본 좌.파.적 교양의 문화수도격인 이와나미의 신서 레이블로 낸 책인 이상 이런 스탠스야 필연적인지도 모르겠지만...
ㆍ주지의 사실이지만 러스트 벨트 지역은 쇠퇴하는, 좀 심하게 말하면 죽어가는 지역이야. 그 지역의 전통산업(특히 광업)이 쇠퇴한 한편으로 제조업의 쇠퇴와 외주화가 심해지고 공장이 하나 둘씩 선 벨트와 해외로 옮겨가면서 일자리가 급감하자 싹수 있는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고급 일자리가 많은 지역(특히 뉴욕 근변이나 캘리포니아)으로 탈출했지. 지금 이쪽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노인들이 아니면 학.벌.이 딸리거나 재능, 기술이 부족해서 대도시로 떠나봤자 딱히 출세할 각이 안 보이는 젊은이들, 그리고 슬금슬금 유입되는 이민자들 정도래.
ㆍ노인층이든 젊은층이든 자신이 평범한 생활, 정확히 말하면 중산층의 삶을 영유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공통점(이대로는 중산층의 삶도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끼는 미국 국민들의 공포심과 위기감이야말로 트럼프나 샌더스 같은 비주류 아웃사이더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저자는 지적해)이었는데 노인들은 하류층으로 내려앉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젊은층은 평생 이러다 하류층으로 죽을 각이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 좌절하는 상황 같았어. 고향을 떠나지 않는 이상 이들이 중산층으로 있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풍부하고 질 좋은 일자리가 그 지역에 공급되는 거겠지. 지금 바이든 정부가 자국 산업 되살리겠다고 강하게 나서고 외국으로 떠난 공장 불러들이려는 것도 결국 이런 것의 연장인 듯 싶어. 전통적 민.주.당 지지지역 중 하나였던 러스트 벨트 같은 곳이 트럼프의 표밭이 되는 건 원하지 않을 테니 말이지.
ㆍ그렇다면 그들은 왜 트럼프에 열광하느냐? 이 책에 나왔던 내용을 떠올리면서 이야기하면, 이는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소박한 '성공한 사업가 숭배'심리에 뿌리박은 면도 크다고 해. 자기 능력으로 성공한 부자들이 대단한 존경을 받는 데가 미국이란 나라야.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잘해봐야 4+4따리인 미국 대통령보다 훨씬 오랫동안 은연한 영향력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행사하는(잡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기업가들이지. 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사업가, 기업가에 대한 인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긍정적인 편이고, 그 중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에 대한 존경심은 이만저만한 정도가 아니래. 거의 종교 수준의 영웅숭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좌우지간 정치가들보다는 기업가들에 대한 이미지가 훨씬 긍정적이야.
ㆍ아무리 트럼프가 순수하게 자수성가한 사람이 아니라 해도, 자기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그만큼 불려서 이만큼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다는 그 자체가 상당수 미국인들이 그를 좋게 보거나 더 나아가서 일종의 영웅으로 보는 이유인 것 같아. 그런 '미국의 영웅'인 트럼프가 정치판에 등판하면 뭐라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기본적으로 깔려있고, 또 정치판의 물이 덜 묻은 사람+애당초 돈이 엄청 많은 사람이기에 온갖 로비스트들에게 휘둘려온 지금까지의 정치인과는 다를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하더라. 민.주.당을 찍어 왔거나 민.주.당 텃밭 지역에서 자라났음에도 민.주.당이 자기 삶을 도와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잡은 물고기 취급당하는 데 회의감을 느끼던 사람들이 자국 우선주의와 이민자 배척을 외치는 트럼프에게로 달려가는 현상도 대대적으로 일어났고, 그 전형적인 사례가 2016년 대선 당시의 러스트 벨트, 즉 이 책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지.
ㆍ서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 저자는 이런 트럼프 현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라, 그는 책 본문 몇몇 곳에서 속내를 드러내며 이런 사람들이 트럼프를 찍는 건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 거(책 본문의 표현과는 다를 것 같지만 의미는 분명 이 뜻)라고 에둘러 까면서 한 장(7장)을 할애해 트럼프 당선이 초래할 리스크를 이것저것 분석하기도 했어. 그런 이 책이 쓰여진지도 이미 8년이 지났고 정권은 다시 민.주.당에게 넘어갔으며 트럼프는 사법 리스크에 위협받는 前 대통령 신분이야. 하지만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바짝 독기가 오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에 안 그래도 러우전쟁과 이팔전쟁으로 혼파망인 全 세계는 전전긍긍하고 있지.
ㆍ2016년 트럼프를 지지했던 러스트 벨트의 (인터뷰에 응한) 이 사람들이 지금도 트럼프에게 일관된 지지를 보내고 있을지, 이미 등을 돌렸을진 나는 모르겠어. 아마 옛날과 같은 맹목적 환상이야 깨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뭐 어느 쪽이든 8년 전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리란 건 확실하고 이 탐사취재도 이미 흘러간 취재가 되었지. 하지만 트럼프를 찍은 사람들 중 한 가지 유형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지금도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고 봐. 나는 완독한지 꽤 된 이 책의 내용을 기억 속에서 더듬어가며 개론적인 이야기 위주로 대충 뭉뚱그려서 이 서평을 쓰고 있지만, 당시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육성으로 들을 수 있는 본문의 내용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ㆍ저자가 자기 정치성향에 따른 가치판단을 되도록이면 억제하고 러스트 벨트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집중하려는 노력이 느껴졌고, 그래서 그런지 샌더스 열풍을 소개하는 6장 이전까지는 그 정치적 성향이 크게 체감되진 않았어. 샌더스 열풍을 소개하는 부분을 보면서 트럼프 열풍을 소개한 부분과의 온도차가 많이 큰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작가의 성향이 와닿았달까.
나도 재밌게 읽음 피상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이해했는데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거 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