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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후기에는 제 사생활이 적혀있으므로 흥미 없으신 분들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또한 멘헤라 주의)

입대한지도 어느새 1년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기뻤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두 번의 연재 기회와 한 번의 강연 기회를 날려먹었고, 인간 관계도 그다지 수월한 것 같지 않으며(가족 관계마저도),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갈 뿐이다. 더욱 슬픈 것은 이에 공감해주고 보듬어줄 사람마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를 도와줘야 했을 분대장과 맞후임은 사이에 끼어 주도권을 잃은 나에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모든 짐을 지웠고, 나는 결국 신병들과 지원병들을 홀로 컨트롤하다 허리와 무릎을 다쳤다. 또한 컨트롤 과정에서 나는 악덕 선임이, 분대장은 나에게 제동을 거는 선인이 되어있었다. 실상은 신병들의 일탈에 함께 제동을 걸어달라고 부탁한 나의 말을 분대장이 무시했을 뿐인데.

어쨌든 검사를 받아보니 근육에는 상당한 무리가 가 있었고, 신장 낭종도 발견되었다. 낙담하며 병원에서 돌아와보니 나는 이제 일을 빼고 놀러다니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그 낙인의 주도자는 신병들이었다. 오히려 싫어하던 간부들만이 나를 신경 써주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뭔가 미안했다.

결국 나는 너무 슬펐고 억울했다. 이 글은 상당히 자기중심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나는 나에게 문제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그런 말은 듣고 싶지도 않고 들어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으니 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과 공감해주셨지만 수화기 너머로 훌쩍이는 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는 아버지였다. 나는 이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가족들이 아픈 것보다 나 홀로 아픈 게 효율 면에서도 나을 것이다.

그리 결심한 순간부터 나는 고장나기 시작한 것 같다. 근 몇 달 간 제대로 느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여러 망상들이 떠올랐다. 요컨대 찐따의 복수 망상 같은. 아마 만화, 애니메이션, 음악, 독서, 갤질 등의 취미 활동으로 머릿속을 억누르지 않았다면 나는 언럭키 미시마 유키오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던 어느 날 독갤에서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리포트>라는 만화를 추천받아 읽어보았다. 그러자 나의 현재 상태를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멘헤라인 것이다. 승인욕구에 미쳐버린 사람. 만약 아니라면 정상적인 상태에서 그런 행동들이 나왔다는 것이니 그게 더 미친놈이 아닐까? 승인욕구, 자신의 존재나 언동, 인격 등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다. 나의 승인욕구는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욕구라고 생각한다.

저자 나가타 카비는 자신의 승인욕구를 레즈비언 업소에 가는 것으로 해소한다. 여자에게 안기는 이유는 그녀가 동성애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남자에게 안기는 것은 무서울 뿐더러 그것은 정서적 인정이라기보다는 성행위이기 때문이리라. 인정은 명확한 언어가 아니어도 된다. 아무런 질문 없이 그저 안아주기만 해도 그것이 지금까지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행위가 된다. 나는 그것을 애초에 알고 있었다. 가족들의 눈물을 보았을 때 아무도 나를 안아주지 않으리라고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포기했던 바람을 나는 이 만화를 읽으면서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자 문득 외로워졌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곁에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 나의 내면을 드러낼 수 없게 되었구나. 가족들은 슬퍼할 것이고 친구들은 부담스러워 하는구나.’ 나가타는 여러 번의 업소 경험 끝에 자신의 외로움을 깨닫고 이를 타인에게 인정받으며 스스로 서서 자신의 바람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자립한다. 후에 독립한 나가타가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망가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녀의 깨달음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홀로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타인의 보듬고 인정해주는 행위(난잡하니 전문 용어를 써서 나데나데라고 하자)가 언젠가는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외로움을 인정받지 못한 채 망가져가고 있다. 그러니 독붕이 여러분들께 부탁 하나만 드린다.

저를 나데나데 해주십시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