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로쿠 7년(1694) 10월 12일 오후다. 아침 노을이 한바탕 붉게 물든 하늘은 또 어제처럼 초겨울 비가 내리려는지 잠에서 깬 오사카 상인의 눈을 먼 기와지붕 너머로 이끌었다. 하지만 다행히 잎이 진 버드나무 우듬지를 부옇게 흐리게 할 정도의 비는 내리지 않았고, 이윽고 흐리지만 어스레하고 아주 조용한 겨울 낮이 되었다. 줄을 지어 늘어선 상가들 사이를 흐르는 것 같지 않게 흐르는 강물조차 오늘은 어렴풋이 광택을 잃고 그 물에 떠도는 파 찌꺼기도 기분 탓인지 푸른빛이 차갑지 않다. 하물며 강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질냄.비 모양의 두건을 쓴 사람도, 가죽신을 신은 사람도 초겨울 찬바람이 부는 세상을 잊은 듯이 멍하니 걸어간다. 주렴의 색, 수레의 왕래, 인형극을 하는 먼 데서의 샤미센 소리, 이 모든 것이 어스레하고 아주 조용한 겨울 낮을, 다리의 난간법수에 내려앉은 길의 먼지도 움직이지 않을 만큼 조용히 지키고 있다.

-가레노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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