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재밌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결국은 탈구축에 관한 이야기다
현실에 대한 고정적인 인식을 통해 일정한 방향으로 인류를 유도하고자 하는 이데올로기, 즉 '거대 서사' 에 저항하고
현실을 사후에 소행적으로 정정하면서 나아가야한다는 이야기
(소행 : 거슬러 올라가다. 정정 : 訂正 사전적 의미 그대로)
저자가 말하는 거대 서사에는 파시즘, 공산주의, 인공지능 민주주의 등이 있다
저자는 '팩트풀니스' 의 저자나 '유발 하라리', '오치아이 요이치' 등의 기술 중시 낙관주의자들을 인공 지능 민주주의 이데올로그로 취급한다
인공 지능 민주주의란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개입 없이 기계와 AI와 알고리즘만으로 정치를 포함하는 인간의 모든 생활을 관리하는 체제를 가리키는데
저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가 이같은 왜곡된 사상(즉 모든 '거대 서사')을 불러온다고 말한다
그러한 비판을 위해 저자는 루소로까지 소행하여 민주주의를 다시 읽는다
루소는 특수의지, 전체의지, 일반의지라는 개념을 들어 사회계약을 논하였는데
특수의지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개인의 의지를 뜻하고 (사적 이해)
전체의지란 특수의지를 모두 종합한 의지를 말한다
그럼 일반의지는 뭐냐? 지극히 알기 쉽게 쓰여진 이 책에서도 쉽게 알아내기 힘든 것이 이 일반의지였다
일반의지를 집행하는 자가 '입법자' 이며, 입법자의 명령은 (루소에 따르면) 무조건 옳다. 입법자가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하고, 만약 나 개인이 입법자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내가 무언가를 착각하여 일반의지를 오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파시즘적인 사고와 일맥상통한다. 공산주의의 미친 행보와도 결이 같고, 고유성을 지닌 개인을 알고리즘에 따라 분류하여 '정정 가능성' 을 무시하고 사회를 안정된 하나의 모습으로 완성시키려는 인공지능 민주주의의 목표 또한 루소의 일반의지에서 비롯한 개념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거대 서사의 전통은 민주주의-나아가 루소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에서 비롯한다고 말한다
일반의지란 일종의 '사회의 무의식' 으로 여겨진다. 전체의지는 개인의 사적 이해를 종합한 것에 불과하기에 절대 따라선 안 되고 거의 항상 옳지 않다. 그러나 일반의지는 (루소에 따르면) 항상 옳다. 일반의지가 항상 옳을 수 있는 이유는, 일반의지라는 개념이 이미 성립된 사회를 보고 소행적으로 발견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홉스, 로크와 같은 이전의 사회계약설 주장자들과 루소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홉스와 로크는 모두 자연 상태의 인간이 힘들고 두려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 모여 계약을 하고 사회를 이뤘다고 생각한 반면
루소는 자연 상태에서도 인간은 아무런 어려움이 없고 오히려 지금보다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회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이제 온전한 자연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인위적인 자연을 만들고 그것을 사회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사회가 되어야한다(만들어진 자연). 그것이 일반의지이며, 따라서 개인의 특수의지를 종합한 전체의지(사회에 있어서의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와 다른 것이 된다
이러한 모순적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루소의 행적과 성격을 든다. 커뮤 장애, 난봉꾼, 과대망상적인 성격.
또 루소는 예술을 배격하고 정치만을 중요시했는데, 그럼에도 생애 중후반의 루소는 직접 소설과 연극 대본을 썼다
따라서 저자는 '사회계약론' 과 '신엘로이즈' 를 하나의 맥락으로 읽어야 루소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안나 카레니나 후반부가 톨스토이의 정치적 사회적 견해로 범벅되어있는 것처럼, 신엘로이즈 또한 그렇다고 한다
이러한 루소의 모순된 행보와 서술들은, 사실 루소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인간 본연의 문제라고 한다
그것을 책에서는 사실 먼저 다루는데, 바로 비트겐슈타인과 솔 크립키의 철학이 그것이다
독붕이들이 잘 아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 도 언급된다.
2*2=4다. 그런데 나는 2*2=4를 당연하다는 듯이 뽐내며 말하는 인간들이 재수없고 참아낼 수가 없다. 나는 당당하게 2*2=5라고 말하겠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독붕이들은 '미친 개씹찐따새끼 처돌았나' 라고 중얼거리며 슬슬 피해갈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는 다들 그렇게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지하생활자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온전히 파훼할 수 없다는 것이 비트겐슈타인과 솔 크립키의 주장이다
즉 인간의 언어와 사고, 그에 연유한 사회 체계 모두가 모순 위에 성립되어 있으며 절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정 가능성' 을 인정하는 사회여야 건강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이 정도면 내용에 대해선 다 쓴 것 같다...
꽤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결국 현실적으로는, 인공 지능 민주주의 라는 거대 서사가 온전히 죽지 않았고, 이 책도 어떠한 힘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무언가 그런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다
실천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은 실천적인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하고 책 속에 갇혀있는...
내가 좋아하는 가라타니 고진이 떠오른다
이 책에도 어소시에이션이라는 단어가 언급되고
정정 가능성이라는 개념도 결국은 비슷한 것 같고
재미는 있었지만 별로 새로운 것은 없었던 것 같고
그래서 어떡해야 되냐 라는 생각이 들고
하지만 '어떡해야 되는지' 제시하는 것은 결국 거대 서사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고
정말 좆같은 인생이구나. 결국은.
거대 서사를 깨기위해서 새로운 거대서사를 제시해야하는 모순이라니
크아악
쓰고 나서 생각난건데 저자는 p23c도 언급한다. '소행적으로 정정' 한다는 말이 p23c랑 비슷해보일 수 있지만 다르다고 한다. p23c는 올바름이라는 거대 서사에 기반해 현실 자체를 바꾸고자하는 움직임인데 반해 정정 가능성은 지금의 현실(에 대한 인식) 자체가 틀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사고를 뜻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틀렸던 것이 지금 맞을 수도 있고 반대도 가능하다. 그러한 사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거대 서사이며, p23c 또한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후기 잘읽었음 나도 나름 후기비트겐주의(?)자로서 아즈마의 주장엔 대부분 동의함 함 사서 읽어봐야겠네 - dc App
나는 아즈마 히로키 저작을 처음 읽어봤는데, 관광객의 철학이나 일반의지 2.0 같은 본인 저작의 흐름을 이어서 쓴 책이라 그 책들 얘기도 나오더라. 알던 사람이면 더 재밌게 읽을지도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