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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행동경제학>

 

경제학에서 인간은 오로지 합리적 선택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은 자산 시장이 폭등한다는 소식에 나만 뒤쳐질까 전전긍긍하다 기어코 삼성전자를 9만원에 매수한다. 이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기존 경제학의 전제를 공격하려는 시도는 행동경제학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이 분야의 선구자들이 쓴 책이 바로 <생각에 관한 생각><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 분야의 대표 저서로 분류되는 이 두 권을 다 읽고 생각해보건데, 각 책의 원제인 <느린 생각, 빠른 생각><잘못된 행동>이 이들의 성격을 훨씬 더 잘 반영하고 있다. 제목을 바꾸는 일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아보기 위한 합리적 행동일까? 아니면 본문의 성격을 잘 대변해야 하는 제목을 부당하게 바꾸어버린 비합리적 행동일까? 행동경제학은 넛지라는 개념으로 이어져 사회적 윤리의 문제까지 나아간다. 13년간 누적 수익률 900%를 달성한 노마드 투자조합의 펀드매니저들이 쓴 <노마드 투자자 서한>은 행동경제학을 기존 경제학보다 더 정확한 모델로 여긴다. 행동경제학은 실용적이며 실천적 성격이 강한 학문인 듯하다. 그러니 행동경제학의 토대가 답답한 걸 못 참아서 직접 해결책을 만들어버리는 괴팍한 영감탱이 같은 사람의 연구에서 나온 것도 우연은 아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 그런 책이다.

 

인간의 사고 시스템은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들 직관이라고 말하는 빠른 시스템 1과 논리적 추론이라고 말하는 느린 시스템 2. 압도적으로 빠른 덕분에 효율적이지만 부정확한 시스템1을 느리지만 정확한 시스템2가 보조하는 하나의 체계가 바로 우리의 사고 시스템이다. 어떤 시스템을 선택해서 사고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사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그 내재적 구조의 존재와 작동 방식을 밝힘으로써 그 사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문제를 파고들어 머뭇거리지 않고 실험과 검증을 반복한 뒤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바, 인간은 오류와 편향으로 가득 찬 단백질 덩어리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합리성이라는 개념은 허상이다. 그 잘못들을 교정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가? 직관을 재고할 수 있는 강제적 절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성을 최고 위치에 올려놓았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방식을 경제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교정해야 할지는 누가, 또 어떻게 결정하는가? 합리적 선택이라는 관점 하에, 무엇이 오류이고 편향인가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을 부정하지 않는다. 기존 경제학을 대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행동경제학>의 저자가 원하는 것은 기존 경제학의 맹점을 행동경제학이 채워주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 꼰대들이 인정하지 않는 어떤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친절하고 사려 깊은 태도 뒤에, 반항아적인 기질이 숨어있다. 저자는 자전적 이야기 안에서 행동경제학의 태동과 그 효용을 그려낸다. 언더독의 반란은 항상 흥미를 끈다. 그것이 성공한다면 더더욱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 다소 짜증스러운 태도를 감추지 않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과감하게 지적하고 나서며,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미친 피지컬의 딜탱 같은 책이라면, <행동경제학>은 사려 깊고 차분한 태도로 앞서 있는 사람을 보조하며 어느 순간 상대의 빈틈을 찌르는 무서운 재능의 괴물 서폿 같은 책이다. 두 책의 성격을 고려해볼때 행동경제학이라는 분류는 상당히 어중간한 묶음으로 느껴지지만, 같은 맥락에서 두 권을 모두 읽는 것은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라 할 수 있다. 통계적 사고의 절실한 필요성과 그 무시무시한 효용을 이렇게 적절하게 보여주는 책도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수학적 사고를 다른 종류의 필드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행동경제학적 사고는 예술, 요리, 스포츠, 기타 비기계적 업무들, 창조적 행위들, 단지 효율이 아닌 무언가를 더 하기 위해 쓰여질 수 있을까? 행동경제학의 효용은 전략에만 국한되어 있는 걸까? 이를테면 요리를 잘 한다고 해서 장사가 성공하는 게 아니라 사업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상황처럼, 요리 자체를 잘 하는 것에는 쓸모가 없는 걸까? 언뜻 느끼기에 행동경제학에 대한 개인의 쓸모는 자기반성 정도에 머물지도 모른다. “품질이라는 측면에서 행동경제학을 적용한 사례를 다룬 책을 읽어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다들 <노마드 투자자 서한>을 읽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