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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지금까지 읽은 추리 소설 중 「기나긴 이별」은 가히 최고였다. 후반부는 읽는 내내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밝혀지는 진실,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 인간에 대한 은은한 연민...

「기나긴 이별」은 추리 면에서 정말 재밌었다. 심리를 파고들어 범행을 분석하고, 필요하다면 블러핑까지 걸어 보는 말로의 재치가 인상적이었다. 전작 「리틀 시스터」는 한 번에 여러 사건이 얽혀 추리 수준이 높아진 대신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기나긴 이별」은 두 사건을 축으로 하여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 그래서 이해하기도 쉽고 추리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반전마저 계속 보여주었다. 쉴 틈 없는 흥미진진한 전개에 완벽히 매료됐다.

사실 「기나긴 이별」에서 레이먼드 챈들러의 전작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요소가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폭력, 스캔들, 성과주의, 사법거래... 범죄와 관련해서 당대에 생각할 수 있던 모든 소재를 지금까지 썼으니 그럴 만도 하다. 다만 이것들을 지금까지 무던히 대해왔던 말로가 「기나긴 이별」에서만큼은 유난히 감성적으로 보인다. 테리 레녹스와의 우정으로 모든 일이 시작됐고, 그 우정 때문에 말로가 몸을 희생해가며 끝까지 달린다. '우정'과 '필립 말로'라니, 도무지 궁합이 맞지 않는 두 명사가 아닌가.

작중에서 말로도 나이가 들었다는 언급이 종종 나온다. 사실 필요하다면 총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말로의 행적이 이 작품에서도 나오는 까닭에 크게 실감되지는 않는 설정이다. 하지만 말로가 사건 중에 접하는 모든 인물들을 연민 섞인 시선으로 본다는 것이 정말 새롭다. 이전에도 그가 냉혈한인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일에는 굉장히 엄격했는데, 「기나긴 이별」에서 말로의 목표는 오직 테리 레녹스의 결백을 입증하는 일이다. 말로는 스스로를 이렇게 평한다. "나는 낭만주의자요, 버니 선배. 한밤중에 비명 소리가 들리면 나가서 무슨 일인지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거든. 그래 봤자 한 푼도 못 벌어. 똑똑한 사람은 그럴 때 창문을 닫고 텔레비전 소리를 키우지. 가속 페달을 냅다 밟으며 멀리 내빼든지. 남의 일에 끼어들기 싫으니까. 그래 봤자 나만 손해니까. 테리 레녹스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내 집에 마주 앉아 내 손으로 끓인 커피를 함께 마시고 담배도 함께 피웠소. 그래서 그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부엌에 가서 커피를 끓였는데, 그 친구 영전에 커피 한 잔 따라 주고, 담배 한 개비에 불붙이고, 커피가 식어 버리고 그 담배가 타버렸을 때 작별 인사를 했소. 그래 봤자 한 푼도 못 벌어. 선배라면 그렇게는 안 하겠지. 그래서 선배는 좋은 경찰이고 나는 사설탐정 노릇이나 하는 거라고."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차라리 욕망으로 점철된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돈과 명예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은 검은 수작을 쓸 것이고, 도시에 어둠은 걷히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어둠은 본질적이다. 오히려 법이 어둠을 보장한다. 말로는 그런 세상을 뜯어고치려는 영웅은 아니다. 하지만 말로의 가슴속에는 차마 꺼지지 않는 갈망이 있다. 돈에 구애받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아마 정(情)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서로 속고 속이는 사람들 가운데 절대 바뀌지 않는 진실을, 그리고 그 진실을 서로 털어놓으며 믿을 수 있는 상대를, 말로는 원한다. 말로뿐만 아니라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이 원할 것이다. 「기나긴 이별」은 말로의 심정에 절박하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비록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고, 결국 말로는 마음의 빈자리를 끝내 채우지 못했지만, 아무튼 말로는 마음씨 좋은 약자가 의뢰인으로 찾아오거든 그를 최선을 다해 구해내려 할 것이다. 테리 레녹스의 죄를 벗겨내려 했듯이. 그래서 말로가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대단한 영웅처럼 느껴진 소설이었다.

혼자 읽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재미는 물론, 감동까지 선사한다. 세상의 어두운 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안을 사는 개인은 온정을 그리워할 수 있으며 때로는 실현해낼 수 있다. 「기나긴 이별」은 추리 소설이자 소박한 영웅담이다. 느와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작품을 좋아할 것이며, 재미있는 책을 찾는 사람도, 감동을 원하는 사람도, 모두 「기나긴 이별」에서 얻어 가는 것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나긴 이별」을 읽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