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화자가 특이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인듯 인물들의 본인들도 모를 무의식의 심리까지 긁어 묘사하는데 중간중간마다 화자의 도덕적인 의견이나 사상을 슬쩍 섞더니 끝내 정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런 정체불명의 화자 덕에 카라마조프가의 비극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지 않았나.

2. 기독교를 예찬하는 소설인가?


마광수가 기독교를 예찬하는 소설이다 일갈한 적도 있고, 도스토옙스키 본인도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인간이라 했으나, 어찌보면 누구보다 기독교에 크게 도전하는 사상을 가진 인물들은 도끼 작품에서 자주 등장한다. '대심문관'은 아마 도끼 스스로가 기독교에 가진 의문을 이반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에 대한 대답도 말이 아닌 키스(사랑)로 두리뭉실하게 끝을 내렸는데, 장로의 엎드림을 본 주변 신자들처럼 나 또한 이 대답이 석연치않다. 어쩌면 종교로 품을 수 없는 세상이 가진 부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향할때 마땅한 답을 내릴 수 없었던 도끼가 나름의 구원을 그리고자 이 소설을, 특히 마지막 일류샤의 장례식을 쓰지 않았나. (마지막 서평을 통해 도끼 아들의 이른 죽음을 알게 되었는데 수세미 소위의 일류샤를 향한 처절한 절규가 본인 경험담임을 짐작했다.) 애초에 법정에서 변호인 말한 것처럼 카라조프가의 형제들은 스메르쟈코프를 포함하여 모두가 아버지에 의한 피해자다. 파블로비치가 자식에게 무책임하지만 않았어도 이반은 무신론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으며, 그 사상을 영향받은 스메르쟈코프가 이빨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드미1트리에게 유형선고를 내린 것처럼 이 세상의 부조리의 책임은 환경이 아닌 우리가 지는 것임을 도끼는 말하는 듯하다.


3. 데칼코마니적인 캐릭터 관계성


드미1트리를 향한 카체리나의 자기기만적인 집착은 드미1트리의 어머니가 표도르비치를 향한 마음과 비슷하다. 그때는 여자가 남자를 퐁1퐁하는 것이 낭만적인 태도였나? 조시마 신부에게 과거살인을 고백했던 아재는 이반과 대칭을 이룬다. 사실이지만 불충분한 증거와 불안한 그들의 자백은 아이러니하게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뭐 더 있는 거 같은데 붕어대가리론 기억이 안 나네. 아무튼 도끼는 이런 대칭적인 캐릭터 관계성을 이용해 운명적인 인간의 비극을 나름의 예고와 함께 그리는듯.

4. 솔직히 그저 그랬다


글 하나는 기깔난다. 다만 도끼가 말하는 주제가 내게 너무 낡게 느껴졌다. 기독교의 힘이 지대했던 시절이라 그 안에서 늘 싸우는 인물들을 그리지만 현대인들에게, 특히 물질주의자인 한국인에겐 애초에 없는 양심을 긁는 것 같았다. 종교적인 사상보단 경제적인 논리로 움직이는 현대인에게 선악이란 주제는 고리타분하다. 부조리를 이겨내기 위해 알료샤가 말하는 주변을 향한 실천적인 사랑보다 돈 10억이 더 힘이 되는 사회가 아닌가. 나는 기도보단 구걸을 하겠고, 명상보단 항우울제를 먹겠다. 나만 속물인가 새삼 느끼기엔 세상은 놀랄만치 수학적으로 단순해졌고 나는 그저 적응한 인간이다. 대심문관 말마따나 인간은 자유보단 복종을 원하고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돈이 현대인들의 주인이다. 고로 나도 선악이란 흐린 회색선에 벗어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표도르비치처럼 살고 싶다. 물론 까딱 실수하면 카라마조프적인 비극을 낳겠지만.


5. 곱창내는 재미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부터 느꼈는데 모임 같은 공간에서 좋은 분위기 씹창내는 게 도끼가 좋아하는 플롯인듯하다. 조커 티비쇼 장면처럼 이상한 서스펜스와 함께 어쩌면 예고된 씹창이 언제 나올까 어떻게 흘러갈까 기대하는 재미가 있다. 기억나는 거론 초반에 형제들 아버지 신당?에서 만남, 그루셴카가 카체리나에게 돌변하는 장면, 장로 뒤지고 시체 썩은내로 지랄할때, 법정에서의 이반 등등.


아무튼 글 자체는 진짜 존나ㅏㅏㅏ잘 써서 goat긴하다 느꼈다. 담엔 악령읽을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