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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1상은 또 왜 금지어로 걸려 있는 건지 짐작도 안 되네;
제목을 보고 철학을 기대하면 그리 거둘 게 없는 책이지만 현대음악을 기대하면 나쁘지 않다. 인문교양서가 으레 그렇듯 저자가 쓴 여러 논문을 한 큰 주제에서 묶어서 책을 내다보니 아무래도 이런 제목이 제일 적당했던 것 같지만, 또 각 내용을 놓고 보면 제목이 어색하지는 않기는 하다. 다만 음악을 다루는 전문성과 철학을 다루는 전문성이 차이가 나다보니 아도르노처럼 직접적으로 음악과 관련이 있는 사상가를 다룰 때가 아니면 그 연결고리가 다소 당연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서, 후설의 현상학과 구체음악 사이의 연결고리를 우리가 이미 음악으로 인지하는 선험적 체계에 대한 판단중지로서 소리 그 자체를 듣고자 하는 시도라고 한다거나)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꽤나 재밌는 책이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바흐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바흐를 다루는 1장은 그와 동시에 리게티를 다룬다. 이는 바흐의 특징인 수학적 완결성이 절대적인 균형, 곧 어느 쪽으로도 완성되어 있는 신과도 같아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무중력 상태를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후대의 음악가와 비교했을 때,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음악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차 발전되는 선형의 서사성을 가지는 반면 바흐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 모든 음은 순환되며 과거나 미래에 대한 예상 없이 늘 현재에 있다는 감각을 주며, 시간적 흐름이 정지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곤 한다. 화음의 사용은 해소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며 재즈음악에서-어퍼스트럭쳐라고 불리는 기법-흔히 그러듯 긴장감을 조성한다. 더욱이, 이러한 바흐 음악의 완결성은 강조점의 불분명함에서도 드러나는데, 일례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서 무수한 삼연음 중 각각 어느 음이 강조음인지는 매우 불분명해 연주자마다 서로 다른 음을 강조하곤 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바흐와 리게티를 함께 거론하는데, 한참 후대의 음악가인 리게티가 현대음악의 방식으로 도달한 형식, 톤 클러스터가 이와 비슷한 특징 및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음이 서로 뒤엉키고 분리될 수 없는 방식으로 울려퍼져 "하나의 커다란 음향 덩어리들의 진행만을" 들을 수 있는 소리평면은 반음과 같은 미세한 간격으로 구성된 여러 음이 이루는 조직으로, 이 조직이 계속 지속되며 안정된 상태를 취하다가 순간 흐트러지며 불쾌한 무수한 뒤엉킴과 함께 변화하다가 다시 하나의 상태에 도달해 지속된다. 이런 평온과 동요의 변이를 잘 드러내는 것이 리게티가 <환영Apparitions>에 대해 쓴 글인데, 다음과 같다.
"(...) 방안이 빽빽하면서도 치밀하게 얽힌 그물망으로 채워져 (...) 온갖 종류의 벌레와 나방이 붙들려있었는데 (...) 꼼짝없이 속박당한 벌레들이 이리저리 흔들어댈 때면 그때마다 매번 망 전체가 흔들리면서 (...) 망은 군데군데 찢겨지고 몇몇 벌레들이 예기치 않게 망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질식할 듯 윙윙대면서 곧바로 다시 흔들리는 망 속으로 붙들리고 말았다. (...) 그 결과 망은 더 복잡하게 서로 뒤죽박죽 엉겨붙었다. (...) 이 과정에는 뭔가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있었다."(pp. 51-52)
그리고 이런 목적을 위해 선행적으로 완결성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바흐가 그랬듯, 수학적으로 정교한 "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는 현대음악의 시초에는 바흐가 있다. 좀 더 직접적인 시조인 쇤베르크는 주어진 조성체계에서부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성음악에 모든 음을 맞추려는 건 조성음악이라는 한계의 임의성을 망각하는 것이고, 조성음악을 포함하되 그보다 더 넓은 새로운 질서를 밖에서부터 세울 수 있다는 셈이다. 이를 위하여 쇤베르크는 주어진 음의 정렬에서 전통적인 화음관계로 파악하는 것을 (후설의 판단중지와 같은 맥락에서) 중지하고, 대신 그 음에서 더 넓은 의미의 유기적 체계를 파악하고자 했다. 그렇게 쇤베르크는 음과 음 사이의 패턴을 추구했고, 소위 무조음악이라고 불리는 12음기법 음악을 작곡하며 기존에는 들어볼 수 없었던 음의 패턴을 반복했다. 이는 거의 수학적인 접근에 가까운데, 얼핏 들어서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는 악보에서 동일한 패턴이 배열 및 구성음의 변화와 함께 되풀이된다.
이는 아도르노의 미학관과도 잘 맞아떨어졌는데, 그에게 있어서 조성체계는 부르주아가 만든 제2의 자연, 곧 결코 자연적이지 않지만 자연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선험 지식에 불과했다. 그는 쇤베르크가 이 인위적 자연 바깥의 소리를 들려주고자 음악을 작곡한다고 주장했으며, 일반인의 음악적 취미와 단절된 사회비판적인 음악으로서 쇤베르크의 음악을 옹호했다. (흥미롭게도,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이 '사회비판적인 음악'의 활용법을 찾아냈다. <혹성탈출>의 주제가처럼 음렬주의는 50년대부터 영화 음악에서 다소 꺼림칙하고 낯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활용되곤 했으며, 지금도 게임과 영화에서 때에 따라 무궁무진한 활용처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일례로 미니멀리스트이자 아방가르드 재즈 연주자인 콜린 스텟슨이 영화 <유전>의 음악을 작곡한 걸 볼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서 아도르노의 주장을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쇤베르크가 여전히 어떤 한계에 붙들려 있다고 보는데, 하나는 조성화음 체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조성과 화음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각각의 동일한 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리듬과 강세를 포함하여 음렬주의를 확장하는 불레즈의 총음렬주의로 나아갔고, 후자는 음악으로 여겨지지 않던 소리, 전자음으로 임의로 생성된 소리 등을 사용하는 바레즈의 구체음악, 슈톡하우젠의 전자음악으로 나아갔다. 마찬가지로 아도르노가 베베른, 불레즈 등의 후대 현대음악가를 비판한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아도르노는 이들이 쇤베르크의 음악작법의 혁명적 목적을 상실하고 그저 체계에만 집중하는 자폐적인 타락으로 나아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제2의 자연을 만들어냈을 뿐이라고 판단한다. 반면, 저자는 수직의 화음과 수평의 대위법이 서로와 무관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대각선적인 것"에서야 비로소 각각의 음이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불레즈의 주장을 언급한다. "음고를 포함해서 음길이, 강세, 연주방식의 4가지 음 요인 모두"를 포함하도록 음렬의 체계를 확장해야 비로소 각각의 식별불가능한 강도로 구성된 무상한 성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미니멀리즘 음악 역시 현대음악의 연장선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데, 들뢰즈가 "반복을 같은 것의 반복이 아닌 '차이'를 만들어내는 기제"라고 해석했듯 미니멀리즘 역시 불레즈와 비슷한 목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룩하였기 때문이다. 라 몬테 영은 하나의 음으로 악보에 기재된 음이 오랫동안 연장되면서 어떻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서서히 변형되는지를 지속을 통해 들려주고자 하였다. 테리 라일리는 몇 가지의 모듈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반복시키며 연주 방식의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나 나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스티브 라이히는 반대로 하나의 동기를 서로 다른 주기로 겹쳐서 반복하면서 동기의 위1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필립 글래스는 스티브 라이히와 유사하되, 반복의 끝을 불분명하게 만들되 보다 직접적으로 음을 변화시켜 영원히 유지될 것 같은 선율 속에서의 모호한 변형을 이끌어냈다. 이 모든 시도는 전통적 조성체계와 악보의 한계 바깥에서의 강조, 같은 종 안에서도 서로 다른 미묘한 차이점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다루는 주제나 소재가 약간은 뻔한 것이라 아쉬운 점이 또 있기는 했지만, 파고드는 주제나 바라보는 시각이 색다른 것이 있어 관련 주제를 함께 찾아보기도 좋은 책이었다. 저자가 총렬주의와 미니멀리즘을 다룰 때 언급하듯, 들뢰즈의 프루스트론에 가까운 분석이 많아 그런 점에서 음악을 듣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리오타르의 죽음 충동 같은 요소는 솔직히 굳이 언급되었다 싶을 정도로 피상적으로 얹혔다가 사라졌다) 비록 총렬주의 악보 분석 같은 건 관련 이론 없이 보면 전혀 이해 못할 것 같긴 하지만.
바흐랑 리게티를 엮은 건 좀 흥미롭네
바흐가 현대음악 기획의 시초 격으로 꼽히는 거야 다른 현대음악 관련 글에서도 몇 번 보긴 했는데 굳이 리게티가 나온 건 신기하긴 함
??? : 셰익스피어 vs 바흐 누가 더 위상 높음>? 이런 글 아침마다 1년 넘게 올라와서 금지어 해뒀었음
글이 올라오는 건 상관이 없는데, 독붕이들이 자꾸 어그로 끌려서
그래서 금지어 해뒀었는데 이제 풀어둬도 되겟군
잘 읽었어요
금지어 하나씩 다 풀라고 요구하는 꼴이 되는 거 같네 그냥 적당히 쌩까도 됨다
ㄴ ㄴㄴ 꼭 그런 건 아니고, 이런 건 금지어 설정해둔 게 완장분들이 기억을 못 하니까, 완장 입장에서 참고나 도움이 잘 돼요
<파우스트 박사> 읽고 있는 입장에서 좋은 참고가 될 거 같은 감상이었음. 고마워요
저자가 다작이긴 한데 거의 모든 책의 깊이가 그닥. 후룩룩 넘김.
아도르노 미학관은 통쾌한 면도 있지만, 가끔은 rym에서 별점 0.5점 쌓아두고 레이팅 피라미드 만드는 유저들 보는 기분 들뢰즈는 철학자 입장에서 음악이 가장 까다롭다고 토로했지만, 천개의 고원에서 메시앙과 불레즈 다룬거나 말년에 oval 극찬한걸 보면 참 알다가도 모를 인간... 개인적으론 슈톡하우젠을 다뤘다면 어땠을까 궁금함
ㅋㅋㅋㅋㅋㅋ
무슨말인지 알 거 같아서 웃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