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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언어 습득에 관한 책인 줄 알고 빌린건데 독서 효용 전반에 대한 연구서였음

원제는 The power of reading 이라는 상당히 클리셰적인 제목인데 

읽기 혁명이라는 제목은 내용을 고려해도 나름 괜찮은 번안인 듯


이 책을 쓴 스티븐 크라센은 언어학자인데

이전에는 외국어 교육을 중점으로 연구를 해오면서 <외국어 교육 : 이론과 실재>라는 책을 쓴 바 있음


"외국어 교육을 수십년째 하고 있음에도 왜 시민 전반의 외국어 실력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제2 언어 습득 요인에 대한 여러 가설을 다시 세우고 현장에 적용해보았던 연구 사례를 요약 정리한 책임



<읽기 혁명>은 독서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연구한 사례를 정리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음


독서는 문1해력 향상과 관련이 있는가? 독서량을 늘리는 요인은 무엇인가? 도서관의 양적 질적 수준이 독서량과 성적에 영향을 주는가?

만약 있다면 어떤 요인이 그것을 유도하는가? 만화책도 독서라 할 수 있다면 어떤 효용이 있는가? TV 시청은 독서를 대체하는가?

경제 수준, 이민 환경, 지도법 같은 기타 요인을 통제하였을 때도 독서는 유의미한 요인인가? 쓰기는 쓰기를 향상 시키는가?


등등 여러가지 제안과 비판점들을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한 개인의 사례부터, 수십명 단위의 통제 그룹 비교, 천여명 가량의 추적 통계 연구까지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제시하고

많은 독서야말로 언어 능력 전반에 유의미한, 어쩌면 유일한 요인임을 주장하고 있음


연구 사례가 워낙 다양해서 일일히 열거하기는 좀 그렇지만 

책 전반의 요지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문법 교육, 단어 암기, 첨삭 등 기존의 언어 교육 방식은 쓸모 없는 수준이라고 확언해도 될 정도이며

오히려 독서야말로 더 나은 효용을 보여준다는 거임


어린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생, 성인의 경우에도 독서는 유의미한 효용이 있었음

기억에 남는 사례로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정규 영어 교육 받고 미국에서 꽤 살기까지 한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는데

이 사람은 그 때까지도 영어를 못 했다고 함


그래서 1년 동안 영어 책을 읽게 했는데 

처음에는 12-15살 수준의 책도 너무 버거워서 연령대를 점점 내리다가 5살짜리 수준의 책으로 시작을 했음

그렇게 1년 동안 어린이용 책을 꾸준히 독파한 결과, 평범한 통속 소설은 그냥 즐겨 읽을 정도로 영어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함


만화책과 TV에 대한 연구도 재밌는데

만화책은 일상 대화와 TV보다도 더 높은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만화책의 특성상 독자의 문1해력이 높은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어렵지만

독서 자체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것은 물론 초중급자 정도의 문1해력까지는 아무 걱정 없이 향상될 수 있다고 보고했음


TV는 그 자체로 독서에 해가 되지는 않고, 다만 할 일 없을 때 틀어놓는 식으로 TV를 보기 때문에

독서량이 낮은 사람은 그 시간에 TV를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결과적으로 그 사람의 성취도가 낮은 이유는 독서량이 낮은 탓이지 TV 탓이 아니라고 결론 냄


이 책이 꽤 예전 연구이기는 하지만 '유튜브 보느라 책을 안 본다' 라는 말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임

유튜브가 독서를 대체한 게 아니라 원래 책을 안 보는데 그 시간을 유튜브로 채워버리는 것임


끝으로는

독서가 언어 능력 전반을 향상시킴으로써, 쓰기와 읽기를 더 잘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 더 수준 높은 책들을 잘 읽을 수 있게 되고,

그 독서 경험이 다시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독서가 독서를 더 잘하게 만드는 선순환이 중요하다고 마무리 함 


암튼 독서는 언어 강화 주문서가 맞다고 하네요~


기타 효용들과 방법론, 디테일한 상관 관계는 책을 직접 읽어봐야 알 수 있으니 걍 읽어보기 바람

한 때 유행했던 자계서류 처럼 구구절절 사연팔이 안하고 정말 연구 사례만 요약 정리해주는 책이라서 깔끔하게 읽기 좋았음



덧붙이자면,

크라센은 언어, 어휘의 습득은 규칙을 공부하거나 암기함으로써 이루어지지 않고 문맥, 즉 상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이는 단순히 놀이로 배우게 해라, 모르는 부분을 추론하게 해라 라는 말이 아니라 언어 능력이란 것 자체가 문화적 개념임을 시사하고 있음

이런 관점에 대해서는 <진화하는 언어>라는 책에서 다루고 있고


반대로 단순히 맥락에 노출시키는 것 만으로는 글을 배울 수 없다고 지적하는 <글 읽는 뇌>라는 책도 같이 읽어보면 좋을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