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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재미있는 소설이라 일주일만에 다 읽어버렸음

간만에 서사, 주제의식이 이렇게 풍부한 소설은 간만이었어

폭군 네로가 통치하는 로마 제국에서 비니키우스라는 젊은 호민관이 기독교도 처녀 리기아에게 반해 유력가 삼촌 페트로니우스를 통해 그녀를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 큰 줄거리

일단 이 소설은 소설의 기본기가 탁월한 수준임. 인물이면 인물, 서사면 서사, 심리, 배경묘사, 주제의식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흥미진진하게 이어감

특히나 작가가 공들여 그리는 로마제국의 향락적인 모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임.

본인은 소설 읽을 때 이야기에 집착해서 상황 묘사는 다소 등한시하는 편인데, 헨리크 시엔키에비츠가 그린 로마 시대는 감히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너무나도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었음.

이런 배경 묘사가 절정에 이르는 장면은 초반 로마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축제, 중후반부 멸망이 도래한듯한 화재와 스타디움에서 잔혹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때 현란한 카메라 워킹을 자랑함.

약간 영화 같다고 느낀게, 인물과 소설이 바라보는 배경과 상황이 이 소설이 가는 방향을 잘 그려놨음. 내가 보기엔 이보다 더 배경을 섬세하게 그리면서도 잘 활용하는 작가는 거의 없을 듯?

인물들의 심리 묘사, 특히 광적인 사랑으로 고통받는 주인공 비니키우스의 심리가 어떤지 이해하기 쉽게 나타남. 사랑하는 애인과 신앙의 차이로 하나가 될 수 없자 고통스러워하는 로마인이라는 점에서 비니키우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음.

또다른 주인공 페트로니우스도 재미있는 인물인데, 비니키우스가 새로 로마에 도래한 기독교로 번민하는 주인공이라면 페트로니우스는 전통적인 로마 귀족의 모습이 없지 않음.

다만 페트로니우스는 탐미주의자여서 추한 것은 사랑하기 싫어하는 면모도 있고, 영혼의 구원보다는 쾌락이나 미를 숭상하는 점도 여러모로 세속적인 인물임. 그러면서도 네로 정권의 책사이자 평론가 노릇을 자처하는 역할인 것도 여러모로 재미있는 캐릭터.

비니키우스의 사랑인 리기아는 신실한 기독교도로써 비니키우스를 감화시키는 역할이지만, 쬐금 평면적인 캐릭터라 노잼이라는 평도 인정하는 부분. 죄와 벌의 소냐랑 비슷한 느낌?

어쨋든 주연 삼인방을 그리는 작가의 솜씨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지능형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었음.

꾀를 쓸 줄 아는 페트로니우스의 대범한 계략이나 음흉한 악당 킬로니데스의 잔머리 굴리기를 제대로 묘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음. 진짜 머리 좀 굴러간다 싶은 모습이 살짝 있다보니 나름 인물의 직책과 현인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았음

이 외에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한트럭인데, 대표적으로 리기아의 시종이자 천하장사 우르수스, 대가리 깨져도 네로를 부르짖는 정적 티겔리누스, 예수에게 사명을 받고 로마를 기독교의 수도로 정복하려는 베드로와 바오로, 버려졌음에도 아직도 네로를 사랑하는 순애보 악테, 근본주의자 기독교도 크리스푸스 등등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았음

기독교의 수난사를 그린 소설이다 보니, 로마인들은 다소 악하게, 기독교도들은 선량하게 그려지는 감은 있지만 크리스푸스같은 광신도도 등장하는 걸 보면 나름대로 밸런스 패치가 돼 있음.

로마인도 마찬가지로 마냥 나쁜 놈만 나오는 게 아니고 긍지와 자격을 가진 귀족 페트로니우스부터 사기꾼 킬로, 자칭 예술가이자 폭군 네로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함.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였음. 에피소드들이 끊임없이 터지면서 쉴 틈 없이 다음장으로 넘어가는 몰입감과 재미는 최근 읽은 책 중 최고였음.

사실 처음 폈을 때는 아 기독교 잘 모르는데 재밌을까 걱정이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음.

책의 주제 의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역시 기독교적 메세지라고 할 수 있겠음. 다만 고리타분하게 기독교는 이런거고, 신 믿어야겠지? 같은 내용이 아니라 설교 듣는 기분은 거의 없음.

개인적으로 그리스는 이성을, 로마는 힘을 발명했고, 기독교는 사랑을 가르쳐줬다는 베드로의 표현이 앞으로 도래할 기독교의 시대를 참 잘 드러내는 대사였다고 생각함.

삶에서 정복밖에 모르는 순혈 로마인 비니키우스가 기독교인 리기아를 통해 사랑을 배워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었음.

사실 정복자를 거꾸로 정복하는 종교의 힘을 그린 소설이여서, 기독교를 고깝게 보고 일부러 색안경 쓰고 읽는 게 아닌 이상 나름의 감동 속에서 읽을 수 있는 작품임.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사랑과 용서, 믿음의 가치를 잘 드러낸 작품이라서 만국 공통으로 싫어할 이유는 별로 없는 작품임.

안티-그리스도 라고 할 수 있는 네로의 행보를 반면교사 삼아 영혼의 공허함은 더 다양한 쾌락으로 치유할 수 없으며, 신과 삶을 향한 사랑이 존재해야한다는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것도 좋았음.

개인적으로 해석한 네로의 캐릭터는 선한 마음을 헌신할 곳을 발견하지 못해 향락과 도피만을 반복해 인간성을 잃어가는 폭군을 그렸다고 생각함.

더 큰 쾌락과 자아도취로만 구멍을 메꾸려는 네로를 통해 절제와 사랑, 믿음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봄.

약간 도스토옙스키스러운 결론이긴 한데, 그러더라도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다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었음. 관능적이고 그리스의 지혜로 무장한 데다가 강성하기까지 한 로마에 부족한 단 한가지가 바로 사랑이었으니 ㅇㅇ

다소 뻔한 결말을 알고도 정말 소설이 닉값해서 어디로 갈지 몰라 기대하면서 끝까지 읽었음. 역시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음.

다만 분량이 분량인만큼, 기승전결의 결에 해당하는 파트에서 절정파트에 집중력을 다 쏟아버려서 좀 힘빠진 채로 읽은 것 같음.

재미있는 고전 영화 한 편 거하게 본 기분. 소설인데도 배경 비주얼 개쩐다고 느끼는 이야기는 정말 처음이네ㅋㅋㅋ

스토리라인이 정갈하고 기독교나 로마에 관심있는 독린이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 클래식하고 쉽게 감동적인 기독교적 메세지를 주는 좋은 이야기였음. 괜히 제일 유명한 폴란드 소설이 아닌듯?

내 기준 죄와 벌보다도 쉽고, 분량 좀 있어도 흥미진진하니 독린이들도 추라이 추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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