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체제의 핵심부에서 19세기에 출현한 중산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광의 30년'(Les Trente Glorieuses)이라 불리는 시기(1945-1975)에 전례 없는 번영을 구가했다. 이 시기는 콘드라티예프 순환의 상승국면(1945-1968/73)과 맞물려, 사회적 총생산이 비약적으로 증대되었다. 실제로 이 30년간의 생산량은 이전 150년간의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중산층의 물질적 번영은 단순한 우연이나 자본가 계급의 자선이 아닌, 체제적 자본주의(systemic capitalism)와 체제적 반자본주의(systemic anti-capitalism) 간의 복잡한 변증법적 관계의 산물이었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진영의 존재는 자본주의 핵심부의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중산층과 노동자계급을 '회유'하도록 강제했다.

이러한 '회유'의 제도적 장치가 바로 복지국가(welfare state)였다. 복지국가는 과세체계를 통해 부르주아지로부터 중산층과 노동자계급으로의 재분배를 실현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에 이르러 세 가지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1. 경제적 번영의 종식
2. 복지국가 관료제의 비효율성 심화
3. 중산층의 과도한 팽창으로 인한 체제적 부담 가중

이러한 상황에서 1975년 삼극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의 의뢰로 작성된 『민주주의의 위기(The Crisis of Democracy)』 보고서는 민주주의의 '과잉'이 지배계급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정치(corporatocracy)의 대대적인 반격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1979년 영국의 대처와 1981년 미국의 레이건 집권은 이러한 반격의 정치적 구현이었다. 그러나 소련의 존재로 인해 완전한 반격은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두 가지 전략이 채택되었다:

1. 소련에 대한 공세 강화
2. 주변부 중산층의 해체를 통한 대체적 수탈

1991년 소련의 해체는 세계체제 관리 양식으로서의 냉전을 세계화로 대체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왜냐하면 체제적 반자본주의로서의 공산주의는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안정적 작동을 위한 필수적 요소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비(非)자본주의적 영역의 존재를 전제로 정상적 작동이 가능한 체제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는 두 가지 형태의 비자본주의적 영역과 관계를 맺어왔다:

  1. 17-19세기: 구체제(Ancien Régime)의 후봉건적 전(前)자본주의
  2. 20세기: 소련 중심의 체제적 반자본주의

조셉 슘페터(Schumpeter)가 지적했듯이, 자본주의는 자신의 진보를 가로막는 것들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동시에 자신의 붕괴를 막아주는 지지구조도 파괴했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시대에 부적합한 비자본주의적 형태가 제거되고 새로운 적합한 형태가 등장한 것이다.


세계화의 승리로 체제적 반자본주의가 제거되었으나, 이는 자본주의의 장기적 위기를 초래했다. 자본주의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산업자본주의와 그 도시적 생활양식을 통한 충분한 사회적 부의 창출
  2. 중심부-주변부, 메트로폴리스-식민지 간의 체계적 분업
  3. '긍정적 자본주의'와 '부정적 자본주의'의 공존

세계화는 이러한 조건들을 파괴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해체를 가속화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본주의 지배계급이 의식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해체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징후들에서 확인된다:

  1. 민주주의적 제도의 약화
  2. 공법적 영역의 축소
  3. 정치와 행정 체계의 퇴행
  4. 국민국가의 쇠퇴와 글로벌 금융자본의 강화

이러한 변화는 1975년 『민주주의의 위기』 보고서 이후 기업국가가 추진해 온 오랜 프로젝트의 결과다. 이들은 자본주의라는 체제적 제약으로부터 자본을 해방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자체를 해체하고 있다.


기업 국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러한 전략을 채택했다:

  1. 지구적 자원의 감소
  2. 인구 증가
  3. 중산층에 대한 대응

이는 16세기의 '체제적 일탈'(systemic transgression)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 해체는 더욱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기관들이 이른바 '강철군화'(Iron Heel) 세계관을 위한 지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단순한 자본주의의 위기가 아닌, 지배계급에 의한 자본주의의 의식적 해체와 새로운 지배체제로의 이행이라는 역사적 국면에 직면해 있다. 이는 미래의 탈자본주의적 세계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한 상층계급과 중산층 간의 투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그 내부로부터의 해체 과정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반자본주의 세력이 아닌,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부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은 '자본 해방'이라는 기치 하에 자본에 대한 모든 제약을 제거하고 있으며, 이는 20세기의 어떤 좌익 운동보다도 효과적으로 자본주의의 토대를 침식하고 있다.

세계화는 자본주의의 죽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완성은 동시에 그 종말을 의미한다. 세계화는 핵심부의 평화를 가져왔고, 체제적 반자본주의를 제거했으며, 주변부 사회의 저항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승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모순을 심화시켰다. 세계적 이윤율의 지속적 하락, 비자본주의적 영역의 소멸, 그리고 이로 인한 내부적 착취 강화의 필연성이 그것이다.

지배계급은 이러한 상황에서 특권과 부의 보존을 위해 자본주의라는 체제적 제약으로부터의 '이탈'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약화, 시민사회의 쇠퇴, 국민국가의 해체, 그리고 소위 보편적 가치의 퇴조로 나타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무작위적이거나 자연발생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종말이 아닌, 자본주의적 제약으로부터 해방된 새로운 형태의 지배체제의 등장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중산층 및 기타 사회계층과의 전면적 대립을 수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