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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판 기준, 53p

토니오 크뢰거라는 좀 찐스러운 상인 아들이,  첫사랑이랑 어영부영 못 이어져서 외따로 시인돼서 나댕기다가, 마음 맞는 (듯 아닌 듯 솔까 좀 애매함) 예술가 여자한테 자기 장광설을 늘어놓는 부분 중에

"(중략) 아, 그렇습니다, 리자베타, 문학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정말입니다, 인간 사회에서는 회의하고 의견 개진을 자제하고 있으면 바보 취급을 받는 수가 있지요, 사실은 단지 거만하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그러고 있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중략)"

이 부분 다시보니 토마스 만이 무슨 자기 자신이 문학 전체의 대변인이라도 된 듯이, 그런 상황에 마치 이 예술가인 화가 여자를 회화분야의 전체 은유를 시켜, 예술끼리 대화를 시도하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마의 산이라는 소설이 등장할 것임이 이 단편에서 암시된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다는 거지, 그런데 뭐 크게 알 바가 아니??겟고요)

이 장면을 보자니 <스토너>에서 아처 슬론 교수가, 전쟁이 발발하고 이러고 저러고 하고난 뒤에, 자기 연구실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죽어있던 장면을 봤던 게 떠오름.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느낌이지 - "아니, 문학을 그렇게 공부하고 사람 심정을 그렇게 따져봤으면, 굳이 그렇게 전쟁터라는 극한 상황에 안 가보고도 사람들이 이저러러 어떻게 살지 다 뻔한데, 대체 왜 하는거냐."

그런데 이건 교수 생각이지, 사람이 어떻게 되어먹었는지 하는 것을 - 직접 사람 만나면서 경험하기는 싫지만 궁금해서, 간접적으로 알아보려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이도저도 상관없지만 그냥 따분해서 보려는 사람도 있고,
한편으론 그것 조차도 아니고, 그냥 문학 분야는 좀 만만하니까 자기 지위와 이익을 생각해서 하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스토너>라는 소설 안에 이런 인물들이 전부 다 나옴, 그래서 이 소설이 기묘하고 강렬함. 빠져든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다 읽고나서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거지.
(필자도 문학이라는 장르의 사람 정신에 미칠법한 영향에 대해서 엄청 과소평가 했었는데, 이 소설을 보고 좀 뒤바뀐 것 같음 - 그리고 그렇게 바꾸고 나서 여러가지 재밌는 걸 찾았으니 인생에 큰 손해를 볼 뻔한 걸 막아냇네요)
이 소설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끝도 없다는 말이 있던걸 어디서 봤는데,
구체적으로 보여내기가 뭔가 좀 힘들지만, 스토너는 뭔가 여러 층위로 겹친듯한 문학적인 것? 같은 요소로 된 거 같애 - 그런데 이에 대해서 영어권 학계에서 분석을 [당연히] 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차라리 논문을 보는게 더 빠르겠네, 나는?)

요컨데 "문학 그렇게 봤으면 사람과 세상사 다 알고 있을건데 대체 뭐하러 나가봐" 하는건데,
이걸 '이미' 이 이야기 쓸 당시의 토마스 만은 이렇게 다시 지적하지. 사실은 단지 [거만]하고 [말할 용기] 없어서 그런거면서. 교수 직함이면서 그런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 한 번 말해보던가, 예컨데 러셀은 진짜 그렇게 하고 감옥에 갔음.

이 경우 아처 슬론 교수가 세상사에 대해 시니컬한 태도로 일관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한다면, 전쟁을 해야한다는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쟁에 반드시 나가지 말아야 한다 주장하지도 않는 '뜨뜻미지근한 회의주의적인 반전주의자' 가 될건데, 이런 의견은 반발을 살 뿐만 아니라 인기도 없겠지만,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따져볼수록 이 의견은 아주 강렬한 맛으로 다가옴. 음, 생각하면 할수록 이렇게 할 수 밖에 없겠군.


그런데 한편, 이런 식의 해석이 맞다면, 음 미친, 그러니까 소설가로 대성을 할라 치면은... 애저녁에 이런 생각을 이미 가지고, 문학에 완전히 접근하기는 머뭇거리나 (자기 자체가 문학적인게 되거나 (갤주) 아니면 문학에서 제안하는 바 대로 그 자체로 하는 것) 그 경계에서 자꾸 아른거리며 주위를 도는 교수들-
의 태도를 두 세 문장 정도로 꿰뚫을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아님. 쉽지 않네. 그러니까 열심히? 하시면 좋을 거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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