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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니들 생각 나더라. 성별만 바꾸면 너네 이야기야.
농담이고 한국에는 클래스라는 책이 번역된 프랑수아 베고도가 글을 쓰고, 세실 기야르가 그림을 그린 그래픽 노블 '나의 미녀 인생' 읽었다. 원제는 une vie de moche 못생긴 (비열한) 삶이다.
어릴때부터 자기가 못생긴걸 알고 못 생긴 여자아이 역할을 하면서 남들 관심 받아볼려고 이런저런 몸에 맞지 않는 역할에 자기를 끼워맞추면서 살다가 마침내 자신의 옷 (얼굴, 몸)과 하나가 되는 여자 이야기다.
페.미니즘 그래픽 노블이라고 한건 이게 전형적인 페.미니즘 서사이기도 해서 그렇다. 엄밀히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정체성을 다룬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나라는걸 어떻게 긍정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한번 읽어볼만한 좋은 만화다.
페.미니즘을 가르친다거나 내면의 아름다움이 진짜 아름다움이에요 같은 상투적인 교훈을 설파하지 않는다. 그냥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보니까 모티브는 실화에서 가져온 것 같다) 그리고 시대의 배경을 통해 (60년대이후 프랑스 및 유럽 사회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알면 시대배경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 만화가 보여준다는 것도 캐치할거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별거 아닌 내용이지만 사실 상당히 철학적이고, 사회학적인 테마를 깔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걸 캐치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건 쉬운일이 아니며 그래서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철학을 짜깁기한 책들이 계속 수요가 있는것이다.
온라인 커뮤를 하다보면 자유주의든 페.미니즘이든 사회주의든 뭐든간에 유저들이 너무 진지하게, 추상적인 개념으로 접하고 그걸 암기하거나 역사를 보거나 아주 진지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그자체론 나쁜건 아니지만) 생각하는 태도를 많이 보게된다.
하지만 심오하고 세련된 이야기들의 강력함은 사실 우리 삶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그 어려움, 난관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 내 이야기라는걸 알아채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과정에 함께하는 도구로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걸 잊지마라. 그걸 망각하면 공부를 위한 공부가 되고, 현실과는 계속 멀어지며, 이상한 생각만 하면서도 나는 생각하는대로 산다고 자위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사는대로 생각한다고 낮춰보는 바보가 된다 (이런 애들은 온라인에서 매일같이 니들도 보니까 알거다. 일뽕이라든지, 주갤러라든지 이름만 다를뿐 많이 있다).
경제학을 수요공급곡선, 여러 그래프, 수식에 치중해서'만' 보면 현실경제를 이해하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되듯이 (얼마전에 policy economist가 쓴 이론경제학의 쓸데없는 연구들을 저격하는 좋은 책이 하나 나왔던데 기회가 되면 소개해보겠다. 일단 주문부터 하고...) 사상도 그렇다.
여담인데, 아니 에르노에게 노문상을 준 이유가 내가보기엔 이거다. 보통의 삶도 진지하며, 내가 내가 되는 그 여정을 날것으로 보여주면서 난 나야라고 긍정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거. 문학상이니 문학의 어쩌고 저쩌고 이런 잣대로 좀 평가해야한다고 믿는 애들은 위에 내가 한 말 한번 생각해봐라. 생각하는대로 산다고 자부하면서 남들은 사는대로 생각하는 가축이라고 시나브로 낮춰 보는게 아닌지.
아무튼 니들 이야기다. 내 이야기기도 하고.
얼마남지 않은 가을에 가볍게 읽어봐라.
나는 내 이야기를 읽지 못한다. 무서워서.